좀비영화 <부산행> 공유의 다이하드 & 마동석의 핵주먹
한국 좀비영화의 탄생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이상하게 나의 '대박촉'이 풀가동하여
나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영화다.
그저 나의 '촉'에만 의지한 채
이 영화에 대한 일체의 사전정보없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굳이 스포일러가 있었다면
이 영화를 그저 순수하게 재난영화로 알고 갔다는 거?
하지만, 이 영화는 말그대로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좀비영화'였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였다.
'좀비'는 소재일뿐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었다.
좀비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처음엔 좀비들이 등장했을땐 징그럽고 흉측해서
보기 힘든 부분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느껴지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나도 긴장감과 무서움을 느끼며
함께 동화돼 갔다.
영화 <부산행>은 나를 좀비영화에
입문하게 만든 첫 작품이었고
정말 긴박감넘치고 심장쫄깃해하며 봤었다.
이 영화는 재난이 들이닥쳤을때 인간의 본성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데
개인의 이기심, 집단이기주의를
여과없이 잘 표현하고 있다.
과연 저런 급박한 상황에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며
더 공감하기도 하고 더 분노하게 된달까?
그런 한편,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특히, 좀비로부터 살아남은 자들 간의 다툼이 일어나며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이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따윈 아랑곳 않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을 외면하고 버리려는 모습은
인간의 추한 단면을 보여주는 거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소수의 이득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상황 속에서
구사일생 살아난 공유가
자신의 실속만을 챙기려 했던
김의석을 한대 갈기며 내뱉는 대사,
"왜 그랬어?"라고 하는 장면은
그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치부하기엔 아프디 아픈
세월호 사건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었으나
그대로 차가운 바닷속으로 수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무책임함에 대한 항변같기만 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좀비가 들끓게 되었는가 하는 개연성은 다소 떨어지고,
임산부의 몸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정유미의 불사조적 등장은
다분히 영화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감을 충분히 전해주는
좀비떼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않게 하였다는 의미에서
이 영화는 한국판 좀비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 본다.
기존 좀비에는 없는 새로운 약점(스포가 되니 생략)을 만들어
난관을 뚫어가는 아이디어로 활용했다는 점이 신선했고
그것이 한국판 좀비를 새롭게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다가 모든 재난영화에 빠지지 않는 <가족애>를 가미하여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공유의 다이하드
한마디로, <부산행>은 공유의 다이하드 정신으로
<좀비열차>에서 사랑하는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를 그린 영화랄까.
이 영화가 재난영화이긴 하지만 천재지변이 아닌
좀비들의 습격이라는 변형된 형태의 재난에,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
공포감과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지도 모른다.
영화 <부산행>은 단순히 무더위를 식혀줄
엔터테인먼트영화로 즐겨도 좋고,
감독이 전하려 했던 영화 속 메시지와 함께 한다면
영화에 투자한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알찬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공유가 한 아이의 아버지로 나오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건 그만큼 공유도 내공이 쌓였다는 걸까?
무엇보다도 공유의 '다이하드'라고 해도 될 만큼
이번 영화에서 정말 개고생 지대루 한다.
마동석의 핵주먹
<부산행>을 돋보이게 만드는 숨은 히어로는
단연 마동석이라 하겠다.
그가 왜 '마블리'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될 만큼
깨알재미와 좀비대항마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장렬히 사라진다.
정유미 또한 임산부의 유약함과 끝까지 살아남는 강인함
양면을 잘 소화해 낸다.
이번 영화의 뉴페이스로 등장한 최우식과 안소희의 콤비도 좋았다.
재난 속 자기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어른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사랑? 내지 우정?을 지키려는 10대 청춘의 사투가 눈물겨웠달까.
재난영화 속 꼭 이런 안티 한 명은 있다.
이기주의의 극치를 발휘하고
대중을 선동하여 자기편의대로 조종하려드는 비열한 인간.
김의석이 보여주는 캐릭터는 하나의 인간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입장에선 그저 악역으로만 비치는 게 아니라
마치 그가 국민을 조종하고 기만하고 배반하는
거대한 하나의 '정부'로 보이기까지 했다.
예전에 영화 <곡성>에서 아역배우로 나왔던
김환희 못지않게 그러했듯 이 작품에서도
공유의 딸로 나오는 김수안의 연기가 빛난다.
특히, 마지막엔딩씬에서 보여준 이 친구의 연기는
영화의 깊은 여운을 남겨줄 정도로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