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 후기|냉엄한 영조(송강호) vs 광기어린 사도세자(유아인)
송강호, 유아인 주연의
영화 <사도>를 완전 뒷북치듯
얼마 전 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극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어서
찾아서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영조에 대해 다룬 TV프로를 보고는
궁금해졌다.
게다가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한 (믿고 볼 수 있다는...) 믿음과,
유아인의 사도세자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일단 진지하다.
아비가 자기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게 한다는 비극적인 가정사를 다룬 만큼
시종일관 진지모드라
중간 중간, 살짝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뭐랄까? 약간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달까?
사실 이 영화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방식이 아닌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힘든 채로
그저 영화속 사실을 좇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봤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큰 모험? 내지 큰 도박?
을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믿보배 송강호와
젊은 피 유아인을 데리고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받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그린다는 게
쉽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
그 모험인지 도박인지 모를
이준익 감독의 성적결과는
관객수 600만 돌파가 말해주듯
일단 대박을 쳤다고 봐야 할 거 같다.
그렇기에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역사적 사실에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얹어서
그걸 스크린으로 옮겨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이준익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작품성을 떠나 흥행여부만 따지자면
대진운과 추석개봉이라는 타이밍이 좋아서
관객수의 플러스알파가
좀더 작용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하겠다.
영화후기
이 영화는 한마디로,
'노련한 베테랑 배우 송강호'와
'충무로 새내기 배우 유아인'이 나오니깐 본 거다!
라고 일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속 영조와 세조는 상극이었지만
배우 송강호와 유아인은
케미폭발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냈고
그런 그들이 출연하고 연기한 영화였기에
다소 무겁고 진지한 영화였지만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거다.
아무튼, 이 영화는 재미로 보기보다는
다소~ 쬐끔은~
역사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는 게 좋을 듯하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본 이후,
영조와 사도세자의 뒤주사건에 대한 진실이 궁금해져서
자료를 검색해보기까지 했으니깐 말이다.
사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영조의 대사처럼 자신과 사도세자의 문제를
'나랏일이 아닌 집안일'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해
다루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비록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심리학적으로 접근해서 영화를 본다면
꽤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임금과 세자가 아닌
한 아버지와 한 아들의 '관계(갈등)'에 대한 이야기!
자식을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아버지 | 내 멋대로 살고 싶어하는 아들 |
자신의 욕심을 아들에게 강요하는 아버지 | 아버지 욕심에 반발하고 거부하는 아들 |
잘난 아버지 | 잘난 아버지 못 따라가는 아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이
영화에는 잘 녹아나질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조는 왜 저토록 사도세자를 미워할까?
또, 사도세자는 적당히 영조의 비위를 맞춰주면
왕이 되는 것을 뭐가 그리 힘들어
삐딱선을 타는 걸까?
하는 반문이 들 정도였다.
그것이 아마도 영화연출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보수적이면서 권위적인 아버지를 둔 사람들
또는 자신의 인생보다는 부모의 뜻에 따라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세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음직한 영화일듯하다.
어쨌든 영화를 통해 이 둘 사이를 정리하자면,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며
왕위를 계승하려는 영조의 과도한 욕심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도세자에게 씨알이 안 먹혔고
때마침 세손인 정조가 영특하여
대를 건너뛰고 권좌를 물려주려고
극단적인 방법을 썼던
친족살해(?) 사건이라고 해야할까...
어릴 적 티비에서 본 드라마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사도세자에 대해 다룬 거 같은데...
그땐 어렸었고 뭐가 뭔지 잘 몰랐지만
사람을 뒤주에 넣어가둔다는 것 자체가
쇼킹했었던 기억만 있었다.
이번에 영화 <사도>를 보면서
새롭게 공부한 기분이 든다.
사도 뜻
영화에서 영조는 사도세자가 죽은 후,
영조는 총애하는 정조가
역적의 자손이라고 불릴까봐 걱정하여
그에게 '사도'라는 시호를 내린다.
이 시호에 쓰인 한자의 뜻이
생각 사(思), 슬퍼할 도(悼)라
영조가 아들을 죽음을 생각하며
애도한다는 의미로 여기는 의견도 있지만,
두 글자를 시법상에 따르면
사(思)는 이전의 잘못을 후회했다는 뜻이고
도(悼)는 중년이 되기 전에 일찍 죽었다는 뜻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여 일찍 죽은 세자'
라는 의미가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나서
짧은 이 두 글자가 전해주는 울림은
처연한 느낌마저 준다.
등장인물
이제 마무리로,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하고 넘어갈까한다.
먼저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보여줬다.
영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는 그의 말처럼
까칠하고도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만들어
자신만의 냉엄한 영조 캐릭터를 구축시킨 듯했다.
그리고, 사도세자에게 쓰는 반말어투가
너무 현대어스러워서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무거운 느낌의 영화 분위기를
상쇄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던가??
광기어린 사도세자역을 맡은
유아인은 첫 사극영화 출연인데
이전에 영화 <베테랑>을 봤던 나로서는
그가 과연 사도세자를 어떻게 연기할지 몹시 궁금했다.
사도세자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생각보다 내면연기를 훌륭하게 잘 소화한 거 같다.
물론 <베테랑>에서 첫 악역에 도전하면서
지금껏 가지고 있던 유약한
청년이미지를 벗어던지긴 했지만
<사도>를 통해 연기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지 않았나 싶다.
유아인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
그의 연기력은 어느 정도 입증이 됐지만
연이어 두 편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영화는 주연이외에
조연들의 캐스팅도 빵빵했는데
혜경궁 홍씨역을 했던 문근영.
이미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같은 사극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사극영화를 통해 보는 건 처음이다.
그녀는 노인역까지도 소화해 내는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특수분장으로도
커버되지 않는 무리함(?)을 견디기는
초큼~ 힘들었다.ㅜ
하지만, 엄마 역할은 첫 도전이 아닌가 싶은데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렇기에 젊은 엄마(?) 문근영의 모성애 연기는
비교적 선방을 한 느낌이 들었다.
영조의 후궁 영빈역을 맡은
전혜진 역시 첫 사극이 아닌가 싶다.
그녀는 있는 듯 없는 듯
크게 부각되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영화속에서 조용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 했다.
특히, 남편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 사이의 갈등속에서
복잡다단한 내면감정을 잘 표현한듯하다.
영조의 어미역을 맡은 대왕대비 김해숙.
그녀의 '윤허하오~'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나는 왜 빵 터져버렸는지...
(완전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독특한 어투가 한편으론 좀 웃겼다.)
왕위를 둘러싸고 영조와의 팽팽한 대치상황에서
왕의 자리를 내놓겠다는 영조를 향해
내뱉는 그녀의 이 한마디는
김해숙이란 배우의 관록을 보여주는
명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조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직 영화를 안 본 이들에겐 스포가 될수도 있겠지만
정조의 실체(?)를 밝히자면 바로 소지섭이 나온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때 약간 반전같았다.
주연급으로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그가
이 영화에 카메오로 나오다니...
감독의 깜짝 이벤트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카메오치고는 제법 비중을 차지했고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에서 보여준 부채춤(?)은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 내지
보너스트랙인가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래선지 영화 끝부분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루즈함을 아주 조금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유아인과 소지섭,
둘이 좀 닮은 듯도 하고...쭝얼쭝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뒤주에 갇혀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아버지(사도세자)에 대한 한풀이춤이었을 것이고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이 사도세자에게 바치는
추모 세레모니가 아니었을까.
이것으로서,
내가 본 영화 <사도>의 장황한 감상평을
마무리 지을까하는데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이 영화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이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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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 7.9 (2015.09.16 개봉)
- 감독
- 이준익
- 출연
-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박원상, 이효제, 소지섭, 이대연, 강성해, 최덕문, 정석용, 최민철, 진지희, 박명신, 서예지, 박소담, 조승연, 이광일, 정찬훈, 차순배, 김민규, 안정우, 엄지성, 신수연, 신비, 최지웅, 이지완, 정해균, 이신우, 도광원, 윤사비나, 조윤정, 변민지, 김태린, 안현숙, 허동수, 손우혁, 김혜인, 이현정, 변우종, 김경원, 김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