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여정, 뜻밖의 가족
영화 <브로커>는 한국배우 최초로
송강호가 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송강호는 믿고 보는 배우인 만큼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영화를 보러 갔을 거다.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에 이르기까지
출연진이 빠방하다.
게다가 카메오로 나오는 송새벽, 박해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하고 봤다.
줄거리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뜻밖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베이비 박스에 놓인 아기를 몰래 데려온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
하지만 아기를 두고 갔던 엄마 ‘소영’(이지은)이 다시 돌아오고,
의도치 않게 세 사람이 함께 아기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 나서게 된다는 내용.
처음엔 이 작품이 입양 알선, 아동 유괴, 인신매매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끔
적절한 선에서 자연스런 연출을 이끌어냈다.
이 영화를 통해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라든가
보육원에서 키워지는 아이들, 가출하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성매매 등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다만, 불법입양이 미화되지 않을까 살짝 우려되기도 한다.
특히, 미혼모 이지은과 형사 배두나가 강하게 부딪히면서
나누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배두나: 버릴거면 낳지 말라고.
이지은: 낳고나서 버리는 것보다 낳기 전에 죽이는 게 죄가 더 가벼워?
음...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만큼 어려운 얘기같다.
영화 <브로커>는 여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모두가 이해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송강호
영화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간적이면서 소탈한 소시민의 모습 연기가 송강호에게는 착붙이다.
그는 대체불가한 존재감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고 있는데
아동유괴, 인신매매 같은 말만 들어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자칭 선의의 브로커라는 그의 말처럼
그저 돈만을 좇아 아기를 입양하는 매정한은 아니다.
오히려 브로커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를 잘 돌본다.
빚에 쫓겨 입양브로커일을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한 가정의 아버지다.
강동원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역을 맡은 강동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를 잘 길러줄 양부모를 찾는 일에 진심이게 된다.
소영(이지은)을 통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고.
소영: 그래도 엄마를 용서해줄 필요는 없어.
동수: 그래서 대신 소영이 널 용서할게.
이지은
영화 <브로커>는 송강호와 이지은이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미혼모 역할을 맡은 이지은은 속내를 알수없는 표정과 눈빛, 반항적인 태도 등
위화감없는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갈수록
가장 많이 변해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는 그녀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면 그녀야말로 가장 복잡다단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미혼모가 되었고
아이를 버렸고
아이를 다시 찾으러 갔고
아이를 잘(비싸게) 입양시키고 싶었고
아이를 살인자의 자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아이를 입양시키지않고 자신이 직접 키우고 싶었던...
배두나
불법입양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 ‘수진’역을 맡은 배두나는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때론 열정과 감정을 드러내는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수진: 애를 제일 팔고 싶었던 사람이 나였나봐.
배두나가 송강호 브로커 일당들을 잡기위해
가짜 입양거래까지 꾸밀 정도로
입양에 적극적으로 변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점차 아이에게 애정을 가지면서
입양에 소극적이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 한켠을 짠하게 하는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보육원에 사는 해진이였다.
입양가능한 나이가 넘어버린 7살 해진은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해진: 나도 입양시켜줘
해맑은 표정으로 저런 얘길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저 친구의 한마디가 계속 생각난다.
영화 <브로커>의 명장면은 바로,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해진이가
“ 태어나줘서 고마워 ”
라며 서로 주고받는 장면이라 하겠다.
저 한마디는 그들에게 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어주는 따스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그들의 만남은 예기치 못한 것이었지만
뜻밖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느끼고
점차 하나의 가족이 되어간다.
가족이란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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