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러키 스타트업> 코믹소설 후기 & 줄거리 & 캐릭터 - 정지음 작가

줄거리
정지음 작가의 코믹소설 <언러키 스타트업>은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이라는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김다정의 회사생활을 코믹유쾌하게 그렸다. 무능력한 꼰대 대표 박국제를 상대로 김다정 주임이 이수진 과장, 오지구 대리, 조혜은과 함께 똘똘 뭉쳐 통쾌한 복수극을 펼친다는 내용.
아놔~ 진짜 웃겨!
코믹소설 후기
친구가 내가 좋아할 책이라며
추천해줘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시트콤 소설이란 부제답게
상큼 발랄한 표지가
딱 봐도 젊은 갬성이다.

프롤로그에 <SGC 테스트>가 나온다.
'시궁창(SGC) 테스트'라는
직장인 번아웃 지수 테스트란다.
이미 시작부터 심상찮은 코믹 기운이 감돌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완전 내 스탈인데~ 하면서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클럽>,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이래
모처럼 정말 내 유머코드와 맞는
존잼 소설을 만난 기분이었다.
직장인이라면, 아니 사회생활을 해봤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박국제 같은 또라이? 빌런? 진상?을
만나보거나 들어봤을 거다.
그렇기에 누구나가 격하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대리만족과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맘껏 느낄 수 있을 작품이다.
상상초월의 상사 갑질,
상식초월의 MZ신입 등
직장생활의 애환을
쉴틈 없는 재치와 유머로
너무나 잘 녹여냈다.
물론 시종일관 이어지는
대표 뒷담화에
다소 피곤함도 느껴지지만
통쾌함이 더 커서 감당가능하다.
굉장히 재미있게 잘 읽었지만
읽고 나니 남는 건 없더라~
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책을 멀리 했었다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적극 추천해 본다.
- 일단 책장을 펼치면 새우깡처럼, 팝콘처럼 멈출 수가 없다.
- 빠른 디지털디톡스 쌉가능!
- 말장난 같지만 말맛있는 문장들
- 가볍지만 무거운, 웃긴데 안 웃긴 소설
- 쓱! 들어오고 팍! 웃기고 훅! 끝난다.
- <언러키 스타트업>을 만난 건 빅러키!
인상적인 구절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으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거야. 어쨌든 출근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이 스스로를 계속 이기고 있다는 뜻이니까 용사라고 불러도 좋지 않겠니.
⊙ 이미 모든 행복을 놈에게 저당 잡힌 지 오래였다. 혹여 자그마한 행복을 느껴도 그것은 때가 잔뜩 묻은 행복이었다. 땅에 패디기 쳐진 송편처럼 눈물겹고 애써 씹어도 모래알만 자각거려 결국 불행이 되고 말았다. 행복을 흉내내는 내 모습은 기특했지만, 기특한 젊은이들이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 우리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들 같다나. 쉬어빠진 꼰대 대표가 품 넓은 보호자인 듯 굴때마다 참 대단하고 그 이상 하찮았다. 굳이 물가의 아이라 치자면, 우리들은 심청이었다. 공양미 세 바가지만큼도 안될 월급을 위해 인당수에 몸 던지듯 출근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 직장인의 '감사합니다'는 때로 경멸의 뜻이기도 했지만, 대표들은 늘 그것을 몰랐다. 몰라도 돼서 몰랐고, 모르는 게 나으니까 몰랐고, 실제로도 그냥 몰랐다.
⊙ 콩알만 한 기쁨으로 큰 모욕들을 견뎌가며, 썩어빠진 주니어로 성장했고, 하루하루 확실히 성격을 베려갔다. 현명한 짓은 아니었지만 가끔씩 들이받지 않으면 그가 군림하는 지옥을 견디기 힘들었다.
⊙ 나는 지원을 감정쓰레기통 취급한 적 없었지만, 내 안에는 어느새 쓰레기 같은 감정만 남아버렸다. 그러니 내가 지원에게 무엇을 나누든 그것은 결국 쓰레기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해서, 우리도 상한 것이었다.
⊙ 싸움에는 늘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승자를 숭배하고 패자를 멸시하지만, 사실은 덜 다친 쪽과 더 다친 쪽으로 나뉠 뿐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전쟁이란 서로 간의 싸움만이 아니었다. 양껏 싸운 후 파괴된 것들의 복구. 바로 그것까지가 진정한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