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후기 시리즈
오랜만에 올려본다.
이번에 둘러볼 전시관은
고려와 조선 전시관되겠다.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을 마주하니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섬세하지만 과하지 않은,
고려인들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고려


뚜껑에 수컷 원앙 장식을
얹은 향로이다.
머리깃, 날개, 꽁지깃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주둥이 안의 혀까지
만드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깃털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조각된 오리가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듯
평온한 모습이다.
살짝 벌어진 저 작은 부리 사이로
한 가닥 향연(香煙)이
피어올랐을 때,
방 안을 채웠을 향내음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상상해 본다.


흙으로 빚어냈다고는 믿기 힘든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겹겹이 쌓아 올린 연꽃잎 위로
정교하게 뚫린 칠보의
기하학적 무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국화꽃과 모란꽃, 구름무늬를 파고
백토를 채워 넣은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고려시대의 정병이다.
정병은 깨끗한 물을 담아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기 위해
사용했던 불교 용구라고 한다.


사자모양의 청자 베개는
청자가 단지 의례용이나
감상의 대상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듬직하게 받침을 쥐고 있는
두 마리의 사자는
위엄 있으면서도 어딘가 해학적이랄까.
이걸 베고 자면 악몽도 떨쳐줄 거 같다.

<고려사>에 따르면
왕이 궐밖에 연못을 파고
그 북쪽에 <양이정(養怡亭)>이라는
정자를 지으면서
청자로 지붕을 이었다고 한다.
조선


이번에 둘러볼 전시관은
오백 년 역사가 숨 쉬는
조선의 전시관 되겠다.


조선의 대표적인 백자 항아리로
<달항아리>라고 한다.
커다란 대접 2개를 잇대어
만들기 때문에
살짝 이지러져
실제의 달과 같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조선의 담백한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에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왕의 특명 사신을
군현에 파견하여
지방관을 감찰하도록 했는데
왕의 명을 받고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자를
<암행어사>라 불렀다.
암행어사가
역참에서 말을 갈아탈 수 있는
허가증을 <마패>라고 했다.

마패의 앞면에는
역참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말의 수가 양각되어 있다.
그 뒷면을 살펴보면
상서원이라는 발급 기관부터
연호, 일련번호까지 빈틈없이 새겨져 있어
당시의 철저하고 엄격했던
행정 체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도박은 있었던 모양이다.
조선 후기에 도박이 성행했고
이를 단속하던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다.
벽에는
곤봉 - 포졸들이 형집행에 사용된 도구
도순패, 도금산패 - 군졸의 순찰패와 산림감시원의 패
아래에는
부시 - 불을 일으키는 도구
쌈지 - 부시와 담배를 넣어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든 것
골패 - 둘이나 넷이 하는 도박놀이
부시통, 담뱃대, 골패보 등이 있다.

상평통보로 꾸민 열쇠 패는
상류층의 기념품처럼 보관하기도 하고
신부의 혼수품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딸에게
부정하고 불길한 것을
막는 벽사의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전시관 벽면에 적힌 문구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9세기 기록인 『우포청등록』에서 발췌한
"서울은 지방과 달라서
돈이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곳"
이라는 글귀다.
시대를 불문하고 대도시가 가진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수백 년 전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놀랍다.


구름 사이를 나는 용의
역동적인 모습이
잘 표현된 청화백자다.

앞서 화려한 문양의
청화백자를 봤다면
소나무 아래 조용히 앉아
사색에 잠긴 노인을 담아낸
이 항아리는
수수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슬픔을 잊지 못하고
늘 생각에 잠긴다
위는
영조가 지은
사도세자의 묘지(墓誌)다.
아래는
사도세자가
10세 무렵 쓴 글씨다.
두 분 다 필체가
수려하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무늬로 장식된
나침반이다.

임진왜란 후 편찬된
조선시대의 대표 의학서적인
허준의 <동의보감>.
병의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 둔 내용으로
청나라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고.

약연 - 약재를 가루로 빻거나 찧는 도구
침구, 침통 - 한의학의 중요한 치료 기구
청자의 유려함도
백자의 담백함도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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