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끄적끄적15 [나의 단편소설] 뜻밖의 하룻밤 (후편) 새벽 무렵, 선잠에서 깬 나는 아랫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화장실불이 꺼져있었다. 분명 켜놓고 잤다고 생각했는데 습관적으로 불을 꺼버린 것이었다. 불을 켜자 덜덜 떨고 있는 만두가 눈에 들어왔다. 본의 아니게 만두를 컴컴한 곳에 가둬둔 것만 같아 몹시 미안했다. 나는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며 곁에 있는 만두를 내려다봤다. 만두도 그런 나를 올려다봤다. 만두의 눈을 그때서야 제대로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그렁그렁한 눈빛이었다. 한밤에 깨어 말 못 하는 짐승과 한 공간에서 말없이 서로 쳐다보고 있는 이 상황이 내게는 몹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를 현실로 되돌린 거 역시 만두였다. 만두는 내게서 등을 돌리더니 코를 킁! 거렸다. 나도 만두를 따라 코를 킁킁거려 보았다. 묵은 똥내가 훅 났.. 2024. 11. 26. [나의 단편소설] 뜻밖의 하룻밤 (전편)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내 발밑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개... 개... 좀 어떻게 해봐요. - 만두 이리와. 그가 개를 들어안아 라고 쓰인 박스 안에 집어넣었다. - 만두요? 그가 카페 창밖을 가리켰고 거기엔 안내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주인 잃은 강아지를 보호 중입니다. 견주를 찾습니다.발견날짜: 2022년 1월 **일 pm 9:00발견장소: 남연동 @@어린이집 앞견종: 빨간색 목줄을 하고 있는 마티즈(여아)연락처: 010-1234-5678 그는 만두 박스에 담겨져 있어서 만두라고 이름 지었다며 커피를 내리기위해 주방으로 갔다. 카페 안은 마감시간을 앞두고 있어서 한산했다. 혼자 남겨진 나는 박스로 다가가지 못하고 조금 떨어져서 박스 안을 살펴봤다.. 2024. 11. 25.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3회 와장창~ 우다다는 자신의 몸판이 벽에 부딪혀 제 몸의 A캡이, R캡이, S캡이... 산산이 분해되어 공중에 흩어지는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얼마 전 조민아가 누군가에게 메신저로 #정연 #부장 #알랑방구 #재계약 #그렇고 그런 사이 #불륜 이라는 단어를 두드리며 신나게 뒷담화했던 일이. 타닥탁은 조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엄정연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정연은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그녀는 부서진 우다다의 잔해들을 하나씩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손에 든 키캡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조민아는 생각했을 것이다. enter를 누르면 생각 있는 말이든 생각 없는 말이든 쉽게 보낼 수가 있다. delete를 누르면 내뱉을 말이든 내뱉은 말이든 바로 지울 수가 있다. ctrl,.. 2024. 11. 23.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2회 와장창~ 우다다의 몸이 벽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그 충격으로 온몸의 키캡들이 분리되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것은 엄정연의 짓이었다. - 왜 그랬어!!! 타닥탁은 엄정연이 조민아를 향해 몹시 떨리지만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봤다. 이 일이 터지기 3일 전의 일이다. 타닥탁은 엄정연이 회사동료인 ㄱ과 메신저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고 자신의 몸 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손길이 느껴졌다. 이날 이후로 타닥탁은 엄정연이 일하다 말고 한숨을 쉬거나 관자놀이에 검지를 갖다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했는데 그건 엄정연이 무언가에 꽂혀있다는 뜻이었다. 우다다~ 우다다~ 우다다~ 언제나 그렇듯 조민아의 파워풀 타이핑은 사무실 가득 쩌렁쩌렁한 소리를 쏟아냈고 그럴수록 엄정연의 검지가 관자놀.. 2024. 11. 22.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