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안양천 공원 공중화장실
세면대에 놓여있던 한대의 핸드폰.
이어폰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핸드폰은 잠금상태라 전화를 걸 수도 없다.
현재를 사는 누구라도 손에서 떼지못하는게 핸드폰이다.
화장실에 혼자 왔다면
핸드폰을 세면대에 두고 갈 확률은 낮을 것이다.
심지어 이어폰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음악을 듣고 있었거나 통화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서
핸드폰을 깜빡 잊고 두고오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하나의 가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군가 일행이 있어서 같이 화장실에 들어와 볼일을 본 후
수다를 떨다고 정신이 팔려 깜빡 두고 가는 경우이다.
또 다른 만약의 상황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미처 핸드폰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러기엔 핸드폰이 세면대위에 너무 반듯이 놓여있다는 게 함정이다.
이 모든 가정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112 경찰에 신고했다.
십여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경찰이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경찰이 삼총사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게 핸드폰이 아니라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있었다해도 이렇게 더뎠을까?
경찰이 온 것을 확인하고 우리 일행은 자리를 떴다.
그 핸드폰은 주인에게 무사히 돌아갔을까?
다시 되찾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누군가와 통화를 주고받을 주인은
무더운 여름,
모기에 물려가며 경찰을 기다리던
우리 일행의 수고로움을 알기나 할까...
콜센터
◆ 전문상담사가 저절로 됐을 리는 없다.
저 안에 인내심 한웅큼
저 안에 분노 한웅큼
저 안에 울화 한웅큼
◆ 담배를 그냥 태울리는 없다.
저 연기에 때려치고 싶다. 한 모금
저 연기에 욕퍼붓고 싶다. 한 모금
◆ 당신의 감정이 소중하다면
상대방의 감정도 소중한줄 알아야 하겠지요.
사람은 감정의 쓰레기통,
감정의 배설구로 여겨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진상을 피웁니까.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대며
시비를 걸고 트집을 잡고 쌍욕을 퍼부으며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길 적에
고객이 왕이라고 해서 막말을 쏟아내도 된다는
그런 법이라도 있답디까.
날마다 당신에게 모욕당하고 수십번 사과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이 아무데나 싸대는 감정의 똥덩어리를
언젠가는 당신이 밟고 자빠지는 날이 있겠지요.
당신은 어찌하여 그리 진상짓을 못 멈춥니까.
◆ 말을 내뱉는다는건
실은 어마무시하게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당신의 혀에
쓸리고 까지고 찔리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마음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노와 모욕감과 수치심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이다.
그 마음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보고
당신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필경 그런 말을 두번 다시 입밖에 꺼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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