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로 인쇄골목을 돌아다녔다.
허름한 가게
오래된 간판
민낯의 종이를 만날 수 있는 곳.
사람도 기계도 삼륜차도 바쁘게 돌아간다.
열심히 돌아가지 않으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수없다.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멈춰버린 기계처럼
삶도 멈춰버린다.
- 인쇄골목 한 모퉁이
손수레에 기대어
졸고 있는 인부
과로때문일까?
숙취 때문일까?
삶이 고단해보인다.
- '머리가 돌대가리야'
길을 걷고 있는 내게
한 노인이 지나가며 얘기한다.
뭐지??
'머리가 돌대가리야'
그는 입버릇처럼
지나가는 행인 모두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정작 본인의 머리에
돌이라도 박힌듯
고장 난 플레이어처럼
그 말만 되풀이한다.
- 한시간 넘게 을지로를 누볐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콧물이 줄줄 샜다.
다리도 아프고
따뜻한 차가 마시고 싶었다.
미리 검색해서 찜해둔
세운상가 카페 <호랑이>를
찾아다녔다.
서울생활 20년 만에
처음 찾는 세운상가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니
<호랑이> 카페가 보였다.
인적드문 상가거리에
오직 그 카페에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잠시 앉아 쉬어가고 싶었는데...
따뜻한 카페라테 한잔 사서 바로 나왔다.
따뜻함은 언 손을 녹이고
달달함은 언 마음을 녹이고
라테는 다방커피를 세련되게 만든 느낌이었다.
- 조명, 철공, 인테리어 골목을 돌았다.
대낮의 햇빛보다 휘황찬란한 불빛.
쇠가 절단 나는 날카롭고 굉굉한 소리.
'재개발 반대'의 붉은 현수막
안 가본 사잇길로 가본다고 들어갔다가
막다른 골목과 마주쳤다.
혼자 머쓱해하며 뒤 돌아 나왔다.
이번엔 이쪽으로 가볼까?
어이쿠!
골목끝에서 한창 공사 중이다.
막다른 길이라 생각하고
뒤돌아 나오려는데
관리아저씨가 지나가도 된다고한다.
지나친 친절이었다.
그 친절을 거절할수없어
먼지가 폴폴 날리는 공사장 골목길을 지나갔다.
- 작년 여름, 을지로를 찾은 적이 있다.
안동장과 커피한약방
을지로 핫플레이스였다는 사실을
해가 바뀌고서야 알게됐다.
커피한약방은 이미 한번 갔음에도 불구하고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주위를 몇 번 돈 뒤에야
그곳을 찾을수 있었다.
혼밥에도 용기가 필요해
- 오랜만에 중국집에서 혼밥을 했다.
며칠 전부터 짜장면이 자꾸 아른거렸었기 때문이다.
시청역 중국집 맛집 검색으로 찾아간 '복성각'
저녁시간 전이라 혼자라도 받아주겠지.
혼자인데 식사되냐고 물으니
직원은 얼굴도 안 보고 5시 10분부터라고 한다.
그대로 돌아서려는데
머뭇대다가 창가 쪽으로 앉으라고 얘기한다.
이미 짜장면을 먹고싶다고 별렀기에
이삼십 분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십여분 지났을까? 짜장면이 나왔다.
양이 많아 짜장이 잘 안 비벼질 정도였지만
적당히 달짝지근하니 짜장짜장하는 맛이었다.
배불리 먹고 식당을 나왔다.
혼밥을 하기 편한 식당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고 직원의 불친절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내 욕구를 이길수는 없었다.
대단히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혼밥하고 나온 내가 조금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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