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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장편소설 궁합 - 강영수 저

by monozuki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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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소설 궁합

저자: 강영수

출판사: 한아름 (1995)

 

소설 궁합 강영수
소설 궁합

소설 궁합을 읽고

복고풍으로 독서취향이 바뀌어 요즘 계속 조선사를 더듬게 되었다. 광해군, 임해군 때를 배경으로 김개시라는 여인의 등장으로 궁궐 안에 몰아치는 소용돌이를 풍수, 한의학, 궁합 측면을 부각하며 흥미진진하게 써나가고 있다.

크게 보아 정궁소실인 임해군-그러나 왕위를 물려받기엔 왜나라에게 끌려가 수모를 당했던 기억으로 다분히 비정상적이라 후보 삼기가 애매하다-과 적통이 아니고 전란 중에 임명을 받았으며 차자라는 이유로 대국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세자 광해군-대북을 대표하는-과 두 번째 정궁에게서 얻은 영창대군-왕위를 물려받기엔 너무나 어리다-이 대소를 나뉘는 계파들 간의 권력싸움이 가장 큰 이야기줄기이다.

오히려 광해군, 영창대군 등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아랫것들이 권력을 휘어잡기 위한 모함, 술수 등의 떼쓰기 한판이다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그 옛날 왕궁에서도 왕위계승을 두고 풍수, 궁합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권력다툼에 눈이 먼 그들의 한심한 작태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러한 별거 아닌 것에 의해 왕좌가 좌지우지될 만큼 무시 못할 부분이었음을 반증해 주는 것 같다.

재미는 있는데 다소 계파 간의 단계들이 헷갈려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선조가 승하하고 공석인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권력다툼과 김개시의 활약이 2권에서 기대된다. '김개시'란 여인에게 맞춰진 포커스도 그녀의 사주, 궁합을 참조로 왕궁에 불어닥칠 소용돌이로 묘사하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소설 궁합 1권

이종오의 선칠왈, 임진년에 큰 소동이 일어나 백성의 피가 산천을 적심. 요망한 계집이 나타나 두 임금(선조, 광해)을 섬기고 궁안을 소동시킬 거라는데...

이종오는 '황극책수'를 통해 김개시의 사주를 보고 그녀가 왕을 모시게 되면 결코 상서롭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미천한 그녀를 며느리로 맞아들이려다 이의신 일행에게 보쌈당하며 궁궐로 들어오게 된다.

이로 인해 이종오와 이의신은 김개시의 궁궐입성을 두고 공방전이 벌어진다.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이종오의 계략이다. 궁 안에 생길 변고를 막기위함이다라고. 이종오가 궁안에 생길 화근을 막기 위한 김개시의 저지를 성명학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김개시와 광해

전하와 김개시는 다시 만나기 힘든 악살중의 악살입니다... 김개시가 궁에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궁저하와 관계가 이상하게 얽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의 사주가 그걸 말해주고 있습니다.(중략)
김개시는 계미년생입니다. 계미의 계는 수(水)이고 미는 토(土)다.
이것은 마치 흙탕물이 된 모습이다.
김개시가 무슨 이유로든 궁 안에 있게되는것은 궁안에 흙탕물을 흘려놓는 것과 같다는 뜻이었다.
... 중요한 문제는 또 있습니다.
동궁저하의 함자에서 '광해'는 그 뜻이 기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본시 '광(光)'은 쓰지 않은 글자이며 '해(海)'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날마다 모여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그런데 동궁저하의 함자에는 물이 불을 끄는 하극상의 문제가 나타납니다.
일이 이렇게 되면 광(光)은 '광(狂)'으로, 해(海)는 '해(害)'가 되는 것입니다.
광해의 운수가 이렇게 되면 왕자라는 군의 빙험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치마 군(裙)'이 자리하게 된다.
이것은 김개시와의 숙명적인 만남을 예견하게 되는 말이다.
... 군(君)이라는 글자를 파자하면 소(丑) 꼬리에 입(口)이 붙어있는 모양이니
결국 광해군과는 궁합이 맞은 셈입니다.

 

이종오의 기우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개시는 이미 두 임금을 섬겨버리고 이종오의 딸 금옥은 아비의 손에 죽음을 면치못하게되고 그런 그녀를 살려준 김개시는 그녀에게 선조의 명을 재촉하는 약(전복죽)을 먹도록 시킨다. (☞사상체질을 이용한 전략) 그리하여 선조는 승하하고 본격적인 당파싸움에 도달케 된다.

한편, 선조의 주검아래 나온 유교(광해군에게 계승인정)가 꾸며진 것임으로 의심되나 인목왕후, 영창대군은 그 명을 따라 하려 하는데...


 

 

 

 

 

 

소설 궁합 2권

2권에서는 이이첨을 중심으로 하여 성공적인 살인으로 끝난 임해군의 죽음,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이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게 되고 영창대군을 강화도에 유배시키며 모자간의 정을 끊게 한다. 그리고 인목대비의 충신으로 일해오던 허상궁 역시 죽음을 당한다.

마침내 광해는 주지육림에 빠지게 되고 정사를 돌보지 않는 폭군의 길을 걸으며 자기도 모르게 피바람을 몰고 오게 되고 말았다. 주색에 빠져 이이첨의 계략에 무모하게 무너져내리는 주상. 결국 영창대군을 죽게 만들고 마는데...

 

임해군

오행수리에 의하면 임해군은 이름자의 삼재 배치부터가 크게 나쁘다는 것이었다.
'임(臨)'이라는 글자에는 '신(臣)'이 있으니 군왕이 될 명운이 아니고
남아있는 식구(人品:집안식구들의 수효 나타냄)들까지 바다에 휩쓸려 죽인다는 파해였다.

소설 궁합 3권

이이첨의 계략으로 왕손이 하나둘 제거되고 능창군마저 죽음을 당한다. 명나라와 청나라가 전쟁을 하고 이에 명나라에 원병을 보내자는 보수중신들과 명나라에 한이 있고 대세가 기울어 보여 개죽음을 당할 수 없다 하여 명나라를 돕는척한다. 그러다가 청나라에 투항하는 기지를 주상의 명을 받들어 강홍립이 해낸다.

평산부사 이귀는 행월을 궁 안에 넣어 김개시의 환심을 사게 한 후 반정의 총사령관격인 이귀의 의심을 없애도록 애쓴다. 마침내 김개시가 모르는 사이 반정군이 궁안을 점거했고 이경보는 김개시를 죽인다. 또 행월 역시 죽음을 당하고...

폐주 광해는 도망치다가 결국 붙들리고 왕손 능양군이 인목대비의 전교아래 신왕 등극을 하게 된다. 당장 광해를 사사치못하지만 잊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금옥은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도망치는 이이첨을 제거하며 대미의 장식을 이룬다.

 

3권은 사주궁합측면에서 바라본 광해군의 집권기를 그렸다. 여제의 사주를 타고난 김개시가 궁안으로 들어오면서 피바람이 불고 광해를 폭군으로 만들었으며 종내에는 궁안을 똥물로 차게 하며 그들도 스러져갔다는 이야기다.

궁합이 안 맞는 관계로 광해군은 역사에 연산군을 잇는 또 한 명의 폭군으로 기록되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게 된, 암울한 조선시대의 이야기였다. 이항복, 이덕형, 허균 등이 김개시의 치맛자락에 쌓인 광해군의 손에 의해 죽어간 안타까운 인물들이었다.

 

마님(女)께서 내(乃) 자를 쓰셨으니 '女+乃'인 '절내'자가 되는 것이니 이는 본댁이 아닌 '작은댁'을 뜻하는 말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아이를 가질(孕)수 있는데, '잉(孕)'의 자(子)는 '내(乃)'가 깨어진 형상이니 '자오충(子午沖)'에 해당하는 상서롭지 않은 운수... 내(乃) 자는 '마님(人)+내(乃)'이니 이것은 '거듭나다' '기대다'는 뜻이므로 필경 본부인이 아닌 소실의 신세를 면치못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