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소피의 세계 1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
출판사: 현암사(1994)
책속으로
살아있는 만물이 이데아의 세계에 깃든
영원한 형상의 불완전한 복사라는 생각은 꽤 설득력있게 여겨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 마음속에 생각과 관념의 형태로 존립하는 모든 것은
우리가 보고 들음으로써 우리의 의식속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선천적 이성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이 선천적 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도리어 이성이란 사람이 갖는 가장 중요한 특색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것도 지각하지않으면 우리 이성은 완전히 빈 채로 있으므로
우리에겐 어떠한 본유관념도 없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은 형상과 질료의 통일이라 표현할수있는
서로 다른 낱낱의 사물들로 이루어져있다고 했다.
'질료'는 사물을 이루는 재료이며, '형상'은 사물의 특성을 나타낸다.
...그 날갯짓과 '꼬끼오'하는 울음소리와 알을 낳는 것이 닭의 '형상'이다.
닭의 형상이란 닭의 특성이며 또한 닭이 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닭이 죽어 울음이 그치면 닭의 '형상'도 없어지고 닭의 '질료'만 남는다.
그러나 그것은 더이상 닭 그 자체는 아니지.
...질료는 특정한 형상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질료가 자신속의 가능성을 실현하기위해 애를 쓴다고도 말할수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자연에서 생기는 모든 변화는 질료가
가능성의 상태에서 현실성의 상태로 변형되어가는 과정이다.
자, 이제 닭과 달걀 얘기로 돌아가보자.
달걀은 닭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
물론 모든 달걀이 다 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달걀안에 내재하는 형상을 실현하지못한채
반숙이나 달걀프라이가 되어 아침식탁에 오르지.
하지만 달걀이 거위가 될리는 전혀 없지.
달걀이 거위가 될 가능성이 달걀안엔 없는 것이다.
사물의 형상은 사물의 가능성과 아울러 사물의 한계도 표현해준다.
견유학파 철학자들은 인간이 자신의 건강때문에
근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통과 죽음조차 인간을 슬프게 하지않는다는 말이지.
게다가 그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근심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냉소적인' '냉소주의'라는 낱말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에서 유래한 것이다.
스토아학자들은 질병과 죽음과 같은 모든 자연 진행과정이
변치않는 자연법칙을 따른다고 힘주어 말했지.
그래서 인간은 자기의 운명에 순응할줄 알아야만한다고 여겼지.
이들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니만큼
운명이 문을 두드릴때 자기의 곤경을 한탄해봤자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생의 행복한 상황도 담담히 받아들여야한다.
이것은 모든 외적인 것에 대해 초연한 태도를 취한 견유학자들과 유사하다.
오늘날에도 인간이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이지않을때
'동요하지않는다'는 뜻으로 '스토아적 태연함'이라는 표현을 쓰고있다.
에피쿠로스는 단기간에 얻은 쾌락의 결과를
장기적 안목으로 좀더 지속적이거나 집중적인 더 큰 쾌락과 비교해보려고 했다.
...맛있는 초콜릿을 먹는 쾌락보다 자전거를 사거나 외국여행을 하는 것은
더 큰 가치가 있는 쾌락이지.
또한 에피쿠로스는 '쾌락'이 감각적인 향락과 무조건 같지는 않다고 강조하였다.
우정을 돈독히 하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초콜릿이 쾌락을 주듯 우리에게 쾌락을 줄수있다.
그런데 삶을 즐길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절제와 중용 그리고 마음의 평정 따위의 오랜 그리스적 이상이
조건으로 갖추어져있어야만한다.
왜냐하면 욕망은 통제되어야 하기때문이다.
에피쿠로스 왈,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는가?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현존하지 않으며,
죽음이 현존할 경우 우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때문이다."
신비주의자는 마치 바다로 섞이면서 물방울이 스스로를 잃어버리듯
망아탈혼(忘我脫魂)의 경지를 체험함으로써
자기를 잃고 신의 내부로 사라지거나 없어진다고 했다.
이를 가리켜 신비주의자는 "네가 존재했을 때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신이 존재하고, 더이상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지금 '자기를 잃는다'는 말이 너에게 별로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소피 네가 여기서 얻는 것에 비하면
네가 잃는 것은 무한히 적은 것에 지나지않는다.
지금 이순간에 네가 지니고 있는 모습을 잃어버린다하더라도
너는 실제로는 무한히 더 큰 어떤 것이 되는 것이다.
...너의 참된 자아는 오직 네가 스스로를 벗어날수있을때만 체험할수있는것인데,
신비주의자들은 그것을 영원히 타오르는 놀라운 불로 여긴다.
우리는 인도 게르만인이 다양한 신을 믿었다고 들어왔다.
일찍이 유일신을 믿어온 셈족에게는 아연실색할 일이었을 것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서는 하나의 신만이 존재한다는
기본족인 사고가 자리잡고있다.
그밖에 셈족은 공통적으로 직선적 역사관을 보여준다.
...일찍이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고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언젠가 역사는 끝을 맺는데,
그것도 하느님이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할 '최후의 심판'으로써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세가지 위대한 서양종교가 보여주는 중요한 종교적 특징은
바로 역사의 역할이다.
즉, 역사에 신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렇다!
단지 신이 자신의 뜻을 펼치기위해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드디어 2주만에 이 책을 마친다.
종교, 논리학, 정치학, 윤리학, 의학 등 다분야에 걸친 기원이
철학사와 함께 시작되며 발전과정을 볼수있다.
말미에 대두된 신학까지...
이 책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가 한 말은
당장 이 책을 읽는 내게도 되새겨볼만한 문구를 실어놓았다.
독일 시인 괴테 왈,
"지난 삼천년의 세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
나역시 그저 우연히 여기 존재하는 사람에 지나지않으나
역사의 뿌리를 알았을때 덜 우연적인 나를 발견하게 될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나의 역사이기도 하다면
나는 어떤 면에서는 수천살을 먹은 셈이니 괴테의 말이 성립되리라.
요즘의 나는 정말 지나온 역사의 뿌리를 더듬어보며
우리의 지금을 되돌아보게되는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고로 괴테의 말에 양심이 덜 찔릴 것도 같다.
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새롭게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다.
<소피의 세계 1>에 대한 다양한 평가
♠ 이 책은 소설이라는 포장지를 빌려 무척 재밌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철학사의 핵심을 하나도 놓치지않고 있다.
♠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철학강의를 전혀 현학적이지않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평이하고 능숙한 문체로 서양철학을 유리안처럼 투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 이 책은 철학개론을 한번도 수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며, 철학개론을 수강했거나 수강했더라도
대부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아주 흥미롭게 기억을 되살려 줄것이다.
♠ 이 책은 철학사의 굵직한 사상가는 물론 현대문명을 이룩한
정신의 배경을 입체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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