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
라는 캐스팅 조합이 신선했던
영화 <버닝>을 봤다.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인데
무엇보다도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터라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줄거리
영화 <버닝>은 택배 알바를 하는 종수(유아인)가
우연히 어릴 적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지인인 벤(스티븐연)과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후기
일단 2시간 반 정도의 긴 러닝타임이기에
약간의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걸
감안하고 봐야한다.
대충 줄거리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
시종일관 담담하고 느리게 전개되고 있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수 있다.
사실 영화를 본 나도 1시간 반이 넘어가자
집중력이 좀 떨어지면서 좀이 쑤셨다.ㅋㅋㅋ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
살짝 지치게 되더라.
하지만 영화 후반부가 되어서야
이 작품의 장르가 '스릴러'임을 입증시키듯
미스터리 본색을 드러내면서
조용하고 은근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된다.
그러다가 막판에 2시간 반의 노고를
한방에 버닝시켜버리는 강력(?)한 결말이 똬악~!!!
그러니까 이 영화는 불씨 하나가
서서히 타들어가다가 종국에는 활활 타버리는
전개형식을 보인달까.
아무튼 재미없다고 섣불리 보기를 접어버리는 일은
부디 없으시길. ㅋㅋㅋ
영화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원작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하긴 힘들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니
뭔가... 영상화된 소설 한 편을 읽은 느낌이랄까.
그만큼 영화속에 숨겨진 은유가 많다는 의미겠지.
아마도 이 작품은 그 숨겨진 코드를 수수께끼 풀듯
찾아보는 재미로 봐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렇긴 해도 2시간 반동안 이렇게 길고 장황하게
얘기를 했어야하나 싶긴 하더라. ㅋ
영화 <버닝>의 포스터를 보면
얼핏 삼각관계를 그린
로맨스 영화?! 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그 말도 틀린 얘기는 아니어서
큰 구도로 보면 유아인이 전종서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이에 스티븐연이 묘하게 끼여있긴 하다.
사실 이 영화는 많은 은유를 담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아니기에
이들의 삼각관계에 주목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나 역시 그렇게 따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부분들이 있었다. ㅡ.ㅡ;
그나마 이창동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 대목은 두 가지 정도 있었다.
유아인과의 술자리에서
전종서는 <리틀 헝거 vs 그레이트 헝거>
를 언급한다.
그녀는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서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를
춤추는 원주민을 만나겠다고 한다.
여기서 ‘리틀 헝거’가 배고픈 자들이라면,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의미에 대한
허기를 느끼는 자들이라고 한다.
영화를 통해 감독은
‘리틀 헝거’지만 ‘그레이트 헝거’를 추구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또 한 대목은 어쩌면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스티븐연이 유아인에게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버닝 하는 취미를 얘기하면서
버려져 있는, 본인이 태워주길 바라는 듯한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한다.
이에 유아인은 그 판단을 누가 하는 거냐며
반박한다.
이 부분에 영화의 모든 것(복선? 결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키워드는
<결핍> <상실> <질투> <분노> 아닐까.
유아인에게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빈자리에서 오는 애정결핍,
전종서에게는 빚에 쫓기는
팍팍한 현실에서 오는 결핍된 삶,
금수저남 스티븐연(연상엽)에게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모든 걸 가졌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
스티븐연의 질투,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유아인의 상실감과 분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
이렇게 영화후기를 쓰면서
영화내용을 다시 곱씹어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엔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영화는 그런 영화겠지.
소설 한 편을 느린 호흡으로
찬찬히 읽어 내려가듯 봐야 하는.
출연배우들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하자면,
유아인
어깨 힘 빼고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은듯한 모습이었다.
방황하는 청춘의 아이콘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전종서
수백 대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진짜 신인'이라고 들었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자기만의 매력이 있어 보여서
앞으로 김태리같이 쑥쑥 자라지 않을까 싶다.
스티븐연
중간중간 한국어 연기가
불안한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서서히 타들어가는,
한 편의 소설 같은 영화
영화 <버닝>을 이미 보신 분들이나
앞으로 보실 분들에게
제 후기가 공감과 재미를
확장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기~~ 인 러닝타임만 아니라면
감독이 숨겨놓은 코드를 찾아보는 재미로
한 번쯤 더 보고 싶은데...
솔직히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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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 6.9 (2018.05.17 개봉)
- 감독
- 이창동
- 출연
-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김수경, 최승호, 문성근, 민복기, 반혜라, 차미경, 이봉련, 정창옥, 박승태, 조영준, 이영석, 신윤숙, 서인정, 배민정, 장원형, 황은후, 김신록, 전석찬, 옥자연, 윤대열, 송덕호, 우태, 유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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