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저자: 이외수
출판사: 해냄 (2001년)
우화상자속으로
▣ 나는 하찮은 물벌레.
날마다 느린 걸음으로 호수 밑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우울을 할타먹는 염세주의자
▣ 평소처럼 어금니가 뽀사지도록 고독이나 씹으면서 사는거지.
▣ 좀도둑은 만개의 자물쇠가 있으면 만개의 열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큰도둑은 한개의 열쇠로도 만개의 자물쇠를 열수있다.
깨달음이란 천지만물이 간직하고 있는 진리와 사랑의 알맹이를
한개의 열쇠로 감쪽같이 도적질하는 일이다.
▣ 내 비록 열등감으로 장아찌를 담그면서 살아가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아직 자존심은 있는 놈이야.
▣ 한놈은 언제나 아가리에 알파벳을 가득 물고 있어서
입만 뻥긋하면 영어가 튀어나오지.
▣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를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한 사실은 무효다.
살다보면 검은 머리는 파밭 근처에도 가기전에 빠지거나
사랑은 현실에 마취당해서 자주 위태롭게 비틀거린다.
▣ 예술에 너무 너무 허기가 져서 물에 비친 보름달을 쪼매 갉아먹었슴다.
▣ 그러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있는 거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천하만물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있는 거울이다.
후기
꼭 읽고 싶었던 이외수 작가의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깔끔한 그림과 풍자 듬뿍발린 내용, 그리고 언어의 연금술사답게
시각적인 언어들이 나의 감성을 마구 자극한다.
왜 나는 그처럼 감각적인 아니 감각을 건드리는 언어를 구사하지못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언제나 신선한 발상으로 엮인 언어의 향연만으로도
이 책은 그 내용과 상관없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어디로 가냐'는 화두가 책장을 덮어서도 계속 따라다닌다.
내게 그 화두를 던져준것만으로도 깨달음에 한발짝 다가선 기분이다.
컴퓨터 아니 채팅용어를 써서 아니 그렇게 표현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풍자의 느낌이 든다.
이외수 작가는 틱낫한이나 오쇼 라즈니쉬의 변형된 '도'를 가르쳐주는 작가같다.
일러스트와 촌철살인의 문구로 자기가 전하고픈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해주는...
또, 이외수의 우화집은 여백의 미를 잘 살려 하고픈 얘기는 깔끔하게 전해주면서
여백에서도 어떤 '쉼(休)'을 느끼게 하는 기분이 든다.
바쁜 삶을 살아가다가도 한 템포 쉬어가라는 느낌의 여백어린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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