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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인디영화 박화영 후기: 인간관계의 시소게임을 생각하다|핵심키워드는 '엄마'

by monozuki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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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이름: 박화영 나이: 18 직업: 고등학생 가족: 없는데 있음 친구: 있는데 없음 박화영의 집에 모인 모두는 매일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고 동갑인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화영에게는 단짝인 무명 연예인 친구 미정이 있다. 미정은 또래들의 우두머리인 남자친구 영재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군림한다. 화영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영재는 화영과 미정, 둘의 사이가 마땅치 않다. 어느 날 화영의 집으로 들어온 또 한 명의 가출 소녀 세진은 영재와 심상치 않은 관계가 된다. 그리고 미정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화영은 세진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다. 들어는 봤지만, 본 적은 없는 2018년 리얼 10대 생존기가 시작된다
평점
6.5 (2018.07.19 개봉)
감독
이환
출연
김가희, 강민아, 이재균, 이유미, 김도완, 한성수, 동현배, 한별, 방은정, 오진호, 박정원

 

 

 

영화 <박화영>
영화 <박화영>

 

 

인디영화 <박화영>은
이환 감독이 연출한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이다.
입소문으로 괜찮다는 얘길 듣고
이번에 보고서 후기를 쓰게 됐다. 
이 영화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속칭 ‘가출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박화영'이 주인공이다.

​일단 10대 가출 청소년의 삶을 리얼하게 다루고 있는데
침을 뱉거나 욕설을 내뱉는 장면, 담배 피우는 신이 많아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음은 어쩔수없다.

 

"엄마도 엄마같은 사람 만나."


주인공 박화영은 이름 속에 '화'자가 들어가듯
화(분노)가 많아 보인다.
특히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화가 많아
거친 욕설과 폭력성을 내보인다.
그 모습이 언뜻 막돼먹은 듯 보이지만
결국 애정을 갈구하는 다른 표현으로 보여
짠하기까지 하다.
박화영은 가족의 인연을 끊으려 하는
엄마에게 "엄마도 엄마 같은 사람 만나."
라는 대사를 한다.
엄마에게 퍼붓는 악담이리라.


 ‘맹목적인 희생이 사랑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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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화영>


​그런 그녀가 함께 지내는 무리들에겐
'엄마'로 불리며 밥을 챙겨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 주는 엄마 노릇을 한다.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주위 사람들을 돌보며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달까.
자신의 돈을 전부 내어주고
대신 쥐어터지고
심지어 누명까지 쓰며
박화영의 맹목적인 희생은 계속 이어진다.

엄마와 학교 담임에게는 무지막지하게 거칠지만
친구 미정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관대하고
미정의 남자친구 영재의 폭력 앞에서는 무력하고
친구 세정을 걱정하며 화를 내지만 돌아오는 건 굴복뿐이다.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청소년들의 세계는
그들 나름의 먹이사슬 같은 세계가 구축되었고
그곳에서 배척(왕따)당하는게 그들에겐 가장 큰 공포다.


친구 미정은 박화영과 어울리면서
왕따를 당하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가 박화영만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럴 때 그녀를 궁지에 몬 미정과 영재는
박화영에게 '엄마'카드를 꺼내며
'엄마'의 책임을 요구한다.
무책임한 엄마에게 버려진 박화영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이 아이러니란...


‘시소처럼 평등하지 않은 그들의 관계’

영화 &lt;박화영&gt;
영화 <박화영>


친구 미정과 박화영은 영화 속 시소처럼
그들의 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시소에서 누군가 위에 있으면
누군가 반드시 아래에 있어야 한다.
박화영의 희생의 무게로 지탱되는 불완전한 관계.
박화영이 시소에서 일어나면 균형은 깨지고 만다.

그리고, 미정의 가벼움은 
결코 박화영의 무거움을 
견뎌낼 수도 없어서
결코 시소 위에 오르게 할 수 없다.

한창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시기에
결핍된 애정을 다른 곳에서 채우려 하는
불쌍한 청춘의 단면을 보는 기분이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라는 대사로
자신의 희생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자존감을 채워간다.

영화 &lt;박화영&gt;
영화 <박화영>

 

영화 <박화영>엔 박화영 말고도
강민아, 이재균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들이 엄마라 칭하는 박화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삶의 태도도 엿보이는 듯하다.
박화영을 엄마라 부르며 따르는 미정은
엄마의 사랑을 당연시 여기고
심지어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이재균은 박화영을 그저 분풀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듯하다.​

또 한 명의 친구인 세정도
자신을 걱정하는 박화영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자신을 기분 나쁘게 했다고 앙갚음한다. 
  
출연배우에 대해 잠시 얘기해 보자면,
강민아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거의 아이돌급 미모로 나오는데
보이는 각도에 따라

배우 탕웨이, 하지원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의 남친으로 나오는 이재균은
실제 양아치처럼 보일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그가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살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의 연기를 보면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장기용이 떠올랐다.
거칠고 반항적인 느낌이 비슷했달까.


​“ 엄마잖아 ”

영화 &lt;박화영&gt;
영화 <박화영>

 

영화 <박화영>의 핵심키워드는
'엄마'라고 생각된다.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박화영을 '엄마'라고 불렀다.
나는 처음에 그 말이 너무 거슬렸다.
나이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또래인데 왜 '엄마'라고 부르는 거지?
거슬린 만큼 그 단어가 깊이 각인된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단어에 익숙해져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박화영은 그들에겐 엄마와 같은 존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엔 진정한 우정도,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이다.
가출청소년에겐 돈과 숙식공간이 필요하고
박화영에겐 자존감을 채워줄 대상이 필요한...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그들에겐
'엄마'라는 존재는
필요에 의해 찾고
필요에 의해 버리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암튼,
'인간관계,  우정, 사랑, 엄마'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라
다시 보게 되면 또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될 것 같다.
한번 보기를 추천하는 독립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