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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장국영 영화 <아비정전> 추모 기획전 리뷰

by monozuki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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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는 1분을 가리키면서 영원히 날 기억할 거라고 했어요...”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간다. 그는 그녀에게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난다. 그녀와 헤어진 ‘아비’는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도 역시 오래 가지는 못한다. ‘루루’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그와의 1분을 잊지 못한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평점
8.1 (1990.12.22 개봉)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장학우, 반적화, 양조위

 

 

아비정전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하지만 내겐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날로 기억된다.

그래서 이 무렵이면 장국영이 생각난다.

메가박스에서 장국영 추모 21주기 기획전을 하길래

영화 <아비정전>을 보러 갔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 전인

1990년도에 개봉한 작품이다.

심지어 장국영은 당시 35세였다! (완전 동안임)

20세기 작품을 21세기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90년대 레트로 감성도 느껴졌다.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 등

당시 홍콩영화의 라이징 스타들이 총출동해

그들의 리즈시절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장국영,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작품으로나마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있다.

그를 추모하며 리뷰를 써볼까 한다.


영화 줄거리

구속받기 싫어하는 바람둥이 아비는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소려진을 찾아가곤 했다. 그는 그녀에게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소려진은 끝내 아비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아비는 구속당하는 것을 싫어해서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소려진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고 차갑게 돌아서는 그를 떠나간다. 아비는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댄서 루루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루루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한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녀는 아비와 함께했던 단 1분의 시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데...


영화 명대사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아비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려진

 

☞ 이 영화에는 유독 시계가 많이 나온다.

시계가 가진 의미가 뭘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아니, 아비와 려진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아비에게 있어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의 양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대사처럼 1분이라도 함께 했다면

그의 인생에 그녀가 들어와 버린 사실만은

변하지 않으니깐 말이다.

1분이 되었건 1시간이 되었건

그 순간만큼은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려진에게 있어 그와 함께 있을 때

시간의 밀도는 높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빨리 흐르기도 하지만

함께 있는 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하니말이다.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새가 한 마리 있었다. 죽을 때까지 날아다니던...
하지만 새는 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새는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아비

 

☞ 발없는 새는 다름아닌 아비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짠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를 압축요약해주는 명대사라 하겠다.

 

그녀를 다시 만나거든 내가 전부 잊었다고 전해줘...

아비

 

아비는 경찰관에게 이렇게 얘기하지만

내겐 어쩐지 반대로 들린다.

전혀 못 잊었다고...

전부 기억한다고... 

 


 

영화 리뷰

☆ 여태 영화제목의 뜻을 몰랐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아비정전(阿飛正傳)>의 뜻은

'정전'이 '어느 사람의 일대기'를 뜻하는 말로

'아비의 일대기' 라고 한다.

 

☆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템포가 느리다.

뭐랄까...

영화지만 영상으로 만나는 문학책같기도 해서

여백이 느껴진달까.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

 

암튼 영상미는 뛰어나서 왕가위 감독만의 미장센이 돋보인다.

한컷 한컷이 다 화보같다. 

영화 초반 아비(장국영)와 려진(장만옥)의 클로즈업 장면이 많이 나온다.

배우들의 초밀착 촬영은 어딘가 모르게 위태로운 듯, 은밀한 듯

아슬아슬함을 자아낸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고 엇갈리는 내면심리를 잘 묘사했다.

 

☆ 이 작품은 영상미도 놓칠 수 없지만 ost도 빠뜨릴 수없다하겠다.

특히, 그 유명한 <마리나엘레나>가 흘러나오고

장국영이 맘보춤을 추는 순간,

나를 90년대로 소환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울컥했다!

 

☆ 이번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장국영만이 가진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의 얼굴엔 어른과 소년, 남성성과 여성성, 터프함과 부드러움,

어둠과 밝음, 강함과 약함이 모두 존재한다.

그가 천상 배우일 수밖에 없는 이유겠다.

 

아비정전

 

 

☆ 영화 <아비정전>을 나이먹어서 보게되니

그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이 작품은 한 바람둥이와 그를 잊지 못하는 한 여인의 러브스토리?

뭐 그런 얘기같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 5명,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영화의 재미는 더욱 풍부해질수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아비(장국영)

그는 자유로운 영혼에, 바람둥이다.

소위 '나쁜 남자'인데 그가 한 여자에게 정착못하고

마음이 떠다니는건 근본적으로 친모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탓에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엄마의 빈자리를 다른 여성들에게 갈구하지만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친모를 찾아가지만 엄마는 그를 만나주지 않으면서

다시금 깊은 상처를 받는다.

두 주먹을 쥐고 필리핀 숲길을 걸어가던 그의 뒷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잔하게 와닿는다.

상처뿐인 그는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인생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그녀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네.

그가 사랑을 알았더라면,

그가 사랑을 믿었더라면,

그의 죽음이 이렇게 슬프지는 않을 텐데... 

 

아비와 려진의 엇갈리는 방향의 저 투샷이

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양어머니의 손에 자란 그가 양어머니의 남성편력에 엄청 분노한다.

그건 아마도 자기자신을 거울보듯 바라보는 기분이 들어서

싫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건 그 사람에게서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란 말처럼.

 

 

사랑보다 깊은 상처

 

려진(장만옥)

사랑에 진심인 그녀는 사랑하는 이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받고 외롭다.

극I로 보이는 그녀의 사랑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그래서 그녀가 받은 상처는 더욱 깊어 보인다.

아비에 대한 미련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어 그의 주위를 맴돈다.

그런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관도 그녀의 마음을 흔들 순 없었다.

그녀가 '나쁜 남자'가 아닌 '사랑할 줄 아는 남자'를 선택했더라면...

 

 

 

사랑밖에 난 몰라

 

루루(유가령)

극E로 보이는 그녀는 려진과 정반대 스타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누르는 려진과 달리

그녀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다 터뜨린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은 다소 요란하고 감정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려진과 마찬가지로 그런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아비 친구도 그녀의 마음을 흔들 순 없었다.

그녀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아닌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났더라면...  

 

 

 

매일매일 기다려

 

경찰관(유덕화)

아비와 경찰관은 어찌보면 닮은 꼴이다.

아비는 심리적으로 떠돌아다니고 경찰관은 물리적으로 떠돌아다닌다.

둘 다 사랑의 부재로 인한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사랑을 모르고 믿지 않는 아비와 달리

경찰관은 사랑을 알고 믿고 싶어한다.

 

려진과의 관계가 흐지부지되면서 그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다.

그러다 필리핀에서 아비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가 닮았음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경찰관은 아비의 불안을 알아채고는 그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비극적 결말로 끝이 난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아비 친구(장학우)

아비가 가진 것들을 짝사랑하던 그였다.

하지만, 막상 아비의 자동차를 가지게 됐지만 내 것같지가 않고

아비의 여자를 좋아하게 되지만 내 것이 될 수 없었다.

각성한 그는 루루가 필리핀에서 아비를 찾도록 도와준다.

연애관계에서 꼭 이런 친구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을 외바라기하며

그 사람을 위해 다 퍼준다.

그라고 그러고싶어서 그러겠나.

심장이 그냥 나대는 걸 어쩌겠나. 

 

 

☆ 넘 오랜만에 영화를 보니 내용을 싹 잊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 영화내내 보이지 않던 양조위가

외출 준비를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래서 엥? 뜬금없는 이 전개는 무엇? 했었는데

맞다. 저건 <아비정전 2>의 티저를 넣은 거였지.

내 기억으로는 당시 <아비정전>이 흥행참패로

후속편을 만들지 못했고 장국영의 도움으로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으로 재기한다.

그 후 아비정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화양연화>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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