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나의 단편소설] 뜻밖의 하룻밤 (전편)

by monozuki 2024. 11. 25.
반응형

뜻밖의 하룻밤
뜻밖의 하룻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내 발밑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개... 개... 좀 어떻게 해봐요.
- 만두 이리와.
그가 개를 들어안아 <김치 손만두>라고 쓰인 

박스 안에 집어넣었다.
- 만두요?
그가 카페 창밖을 가리켰고 

거기엔 안내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주인 잃은 강아지를 보호 중입니다. 
견주를 찾습니다.
발견날짜: 2022년 1월 **일 
pm 9:00
발견장소: 남연동 @@어린이집 앞
견종: 빨간색 목줄을 하고 있는 마티즈(여아)
연락처: 010-1234-5678 

 

그는 만두 박스에 담겨져 있어서 

만두라고 이름 지었다며 

커피를 내리기위해 주방으로 갔다.
카페 안은 마감시간을 앞두고 있어서 한산했다.
혼자 남겨진 나는 박스로 다가가지 못하고 

조금 떨어져서 박스 안을 살펴봤다.
낯선 사람이 쳐다보는데도 

개는 짖지도 않고 얌전히 있었다.
라면박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박스 안엔
무릎담요와 낡은 남방으로 둘둘 감싼 

500ml 페트병 하나가 들어있었다.
강아지는 눈이 동글하고 검고 컸다.
전체적으로 희지만 

몸 군데군데 연한 갈색이 섞여있었다.
온몸의 털은 덥수룩하니 길었고 

윤기가 없어 푸석푸석해보였다.
그는 테이블에 커피 두 잔을 내려놓고는 

내 앞에 마주앉았다.
만두가 개목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산책 중에 버려진 것 같다고 했다.
그와 얘기하는 동안에도 

내 시선은 자꾸만 만두에게로 갔다.

 

 

 

 

 

 

 

 



- 오늘 하룻밤만 만두를 맡아줄래?
나는 커피를 마시다말고 사레에 들려서 켁켁거렸다.
그는 털알레르기가 있는 엄마 때문에 

집으로 데려갈 수 없다, 개가 순해서 괜찮을 거다,
이 밤에 부탁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나는 아까 놀라는 거 봤잖아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요, 똥오줌도 못 치워요.
라는 말을 커피와 함께 꿀꺽 삼켰다.
나는 그와 썸타는 중이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번 일로 그와 사귀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망부석처럼 앉아있는 만두를 바라봤다.

하룻밤 데리고 있으려면 

둘이 서로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가 산책을 권했다.
나는 만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바깥공기에 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만두는 밖에 나오니 신난 듯 킁킁거리며 걸어갔고 

이따금씩 영역표시를 했다.
나는 만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아니 딸려갔다.
개줄을 잡고 그냥 걸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개줄이 만두의 발에 자꾸 걸렸다.
나온 지 10분도 채 안돼 손이 너무 시렸다.
카페로 돌아가기 위해 골목을 돌아섰다.
그런데 갑자기 만두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부처처럼 굳어버렸다.
개줄을 몇 번이나 당겨봤지만 꿈쩍도 안했다.
결국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꼼짝 않는 만두를 품에 안았다.
그는 만두가 이 지점에서 길을 잃었거나 

주인이 두고 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카페 안에 있는 만두를 향해 유리창을 두드렸다.
그러자 만두가 나를 향해 짖었다.
통유리로 가로막혀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짖. 었. 다.’
만두가 짖을 줄 아는 개임을 잊고 있었다.
담배 한모금 깊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었다.
까만 어둠속으로 한숨인지 입김인지 모를 

하얀 연기가 길게 뻗어나갔다.

 

 

 

 

 

 

 

 



나는 배변패드, 애완견용 치킨캔, 

만두가 들어있는 박스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7평 크기의 풀옵션 원룸이었다.
현관 왼쪽은 냉장고, 수납장이 놓여있고 

그 오른쪽은 싱크대, 화장실, 

1평 남짓 창고방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가구라고는 컴퓨터책상, 1인용 침대정도였다.
집안은 전반적으로 모델하우스에 온 듯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있었다.
박스를 내려놓기 무섭게 

만두가 쏜살같이 박스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건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만두는 씻기지 않은지 오래된 듯 

개비린내가 나는 상태였다.
그런 만두가 온방을 헤집고 다니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만두의 몸체를 

맨손으로 집어들어 박스 안으로 돌려 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박스를 화장실로 가져갔다.
세면대와 변기사이에 있는 자투리 공간에 

박스를 내려놓고 그 옆에 배변패드를 깔아 뒀다.
좁기는 해도 그곳이 내게도 만두에게도 안전해보였다.
‘내가 지금 뭘 만진 거지?’
세면대 앞에서 내 두 손을 들여다봤다.
만두 몸뚱이를 만졌을 때 느껴졌던 물컹거림과 

찝찝함을 지우려는 듯 손을 빡빡 씻어댔다.

나는 만두가 식빵을 조금 먹은 게 다였다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치킨캔을 따서 만두에게 내밀었다.
만두는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먹어댔다.
캔이라도 씹어먹을 기세였다.
찹찹~ 소리를 내며 엄청난 힘으로 

흡입하는 게 내 손에도 전해졌다.
나는 흠칫 놀라 캔을 들고 있던 손을 조금 뒤로 뺐다.
만두도 캔의 움직임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캔 하나를 말끔히 비운 만두는 

입맛을 다시듯 혀를 낼름거렸다.
종이컵에 물을 담아와 만두에게 주었다. 

만두는 고개를 스윽 돌렸다.
‘왜 안 마시지?’
고개 돌린 쪽으로 물을 가져갔다.
이번엔 그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대편으로 다시 물을 가져갔지만 또다시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물컵을 바닥에 내려놨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만두를 살피러 

조심스레 화장실문을 열었다.
문을 빼꼼 열자 만두가 부스럭대며 몸을 꿈틀댔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문을 닫았다.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는 걸 확인한 후 

화장실로 다시 들어갔다.
박스 속 페트병을 만져보니 차갑게 식어있었다.
페트병을 들고 나왔다.
그가 한 것처럼 뜨겁게 데운 페트병을 

만두 곁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만두가 움찔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만두가 튀어나오는 줄 알고 

부리나케 화장실을 뛰쳐나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