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성에
저자: 김형경
출판사: 푸른숲(2004)
소설 후기
오랜만에 독서일기를 써보는 것 같다.
그간 한번 맥이 끊겼다가 다시 읽게 된 책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읽기엔 몰입이 여의치 않았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요즘 들추기에 좋은 사색적 소설이다.
처음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 강렬해 이 책에 다소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점점 읽어갈수록 김형경 냄새가 풍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김형경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였다.
번역서에서 오는 밋밋함과 달리
섬세하고도 치밀하게 묘사된 감정들에서
이 작가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또,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 묘사는 작가가 하나
상황과 감정묘사는 의인법을 썼다.
관점의 전환을 시도한 거였다.
참나무, 박새 등에 의해 묘사된 점이
특이할만한 사항이다.
처음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집중이 안된지도 모른다.
생물학적 지식을 소설에 다분히 많이 침투시켜서
생물지식도 가르쳐주는 듯하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이해가 깊은 작가란 생각도 들었다.
이번 소설 역시 스토리가 중점이 아니라 얘기 속에 묻혀있는
작가가 전하고픈 진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책 중간중간 몇번이고 곱씹게 되는 대목들도 많았다.
그녀의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비유만을 즐겨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어 보이는 소설이다.
성적욕망에 대한 실체와
어떠한 형태로든 환상을 품고 산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해준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힘들게 이 책을 썼을
작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다시금 창작의 고통이 책의 두께와 상세한 묘사에서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책 속으로
머릿속의 신경계가 동상에 걸린듯
얼얼한 상태였다.
연희는 순식간에 내면에서 솟구치는
서너가지 감정에,
그 감정들의 다채로운 성격에 놀라는 마음이었다.
식물들이 한번에 생산하는 씨앗이
얼마나 많은지를 번연히 보면서도,
자신의 종족으로 온 세상을 뒤덮으려는
그들의 욕망을 잃지 못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이
청설모는 이해되지 않았다.
☞ 약육강식으로만 표현되는 동물세계에만
경쟁이 있을거라는 고정관념을 깨주고
평화로워 보이는 식물세계에도 처절한 삶의 투쟁이
있다는걸 이번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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