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깊이에의 강요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사: 열린책들(1996)
책 속으로
문학의 건망증,
문학적으로 기억력이 완전히 감퇴하는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의식깊이 빨려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있는 힘을 다해
레테의 물살을 버티어내야 한다.
도서후기
간만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을 금어 쥐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기에 일단 읽고 지나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이 책은 총 4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깊이에의 강요
이 책의 제목인 '깊이에의 강요'가 가장 마음에 들고
그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이를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가 죽음으로 인해
그의 '깊이'가 인정되는 아이러니컬한 내용으로
짧지만 급소를 찌르는듯했다.
승부
이어 체스를 다룬 '승부'는 체스 얘기라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그리 시사하는 바가
와닿지 않아 좀은 지루했다.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이 작품은 세계와 인간이 돌조개화되어간다는
독특한 이야기인데 어느 정도 수긍은 가나
그리 재미는 못 느꼈다.
'돌고 도는 세상'이 떠오른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서서히 조개처럼
화석화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말랑말랑한 정신과 육체가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단한 외피(껍질)로 굳어버리니깐.
문학의 건망증
마지막으로 '문학의 건망증'은 제목이 맛깔난다.
읽고 나니 나야 나, 바로 나! 하면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나 역시 왜인지 책을 읽고 나서 기억을 못할 때가 많다.
분명 읽긴 읽었는데 말이다.
저자는 물론 책제목도 기억안나고
그래서 읽었던 곳을 또 읽고
줄친 곳도 다시 보고...
끝없는 문학의 건망증,
아이러니컬하다.
정말 내가 읽었던 책들은 내 안의 어디선가 영향을 끼치는걸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증발되어버린 지식들에 불과한가?
내가 읽었던 책조차 기억못하는 때가 있는 내겐
다소 위안이 되어주기도 하고
독서의 방법, 문제점 등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아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난 이 '문학의 건망증'을 과연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설사 제목은 기억하더라도 내용을 알수나 있을까?
단편이라 금방 읽어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조금은 아삼삼한 기분도 든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형경의 소설 <성에> 후기 (0) | 2023.04.27 |
---|---|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저 (0) | 2023.04.22 |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브 저 [도서리뷰] (0) | 2023.04.15 |
승부의 기술(머리싸움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는) (1) | 2023.04.12 |
에니어그램의 지혜 - 돈 리처드 리소 저 (0) | 2023.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