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봤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어린이용이라는 편견을 다시금 깨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는 스테디셀러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양계장에 갇혀 살던 암탉이 바깥세상으로 나오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렸다.
※ 스포주의!!!
양계장안에 갇혀 기계처럼 알만 낳고 살던 암탉(잎싹)은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닭장을 탈출하지만 애꾸눈 족제비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맞닥뜨린다. 세상이란 그런 거겠지. 세상밖으로 나와보니 막상 아름답지만은 않고 거칠고 험난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당을 나온 암탉(잎싹)은 카리스마넘치는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마당밖 세상으로 나왔지만 암탉(잎싹)을 기다리고 있는 건 새로운 친구들의 반김이 아니라 텃세였다. 그리고 거기엔 '조직'이 있고 '서열'이 있으며 '권력자'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대자연으로 나온 암탉(잎싹)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다른 한켠에선 처절한 생존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애꾸눈 족제비로부터 알과 잎싹을 보호하기 위해 나그네는 치열하게 족제비와 싸워야만 했다.
암탉(잎싹)은 우연찮게 청둥오리 나그네의 오리알을 품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게 된다. 그러니까 부모잃은 새끼 청둥오리의 '엄마'가 되게 된다. 편견 없이 약자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엿보게 되는 대목이다. 닭장밖 세상으로 나온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책임질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암탉(잎싹)의 보살핌을 받는 청둥오리 초록에게도 세상은 녹록치않아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과 따돌림을 받게 된다. 어른 세계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 문제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서양속담이 떠오른 장면이었다. 마당 친구들에 이끌려 마당안으로 들어간 청둥오리 초록은 농장주인에게 붙들리고 만다. 다른 세상이 궁금했던 초록은 그 호기심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거겠지.
또 한편으론 인간의 이기심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득을 얻기위해 우리는 자연과 동물을 아무런 죄책 감 없이 얼마나 해치고 있는가...(내일부터라도 치킨을 끊...어야 할까 보다...)
위기에 빠진 청둥오리 초록을 암탉(잎싹)이 구해내는데 '모성애'란 무엇인가를 생각케 만든다. 비록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지만 필사적으로 지키고 보호하려는 위대한 마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애꾸눈 족제비에게 쫓겨 절벽 아래로 떨어진 초록은 추락을 통해서 자신이 날수 있음을 알게 된다. 추락은 나락의 끝이 아니라 비상의 시작임을 깨닫는다. 초록의 비상은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알리는 시작이기도 하다.
앞서 이 작품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했었는데 다시금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다. 인간에게 붙들려 빨간 끈이 매어졌던 초록은 분명 다른 청둥오리와 달라보였다. 우리는 막연히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지는 않는지.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하일라이트다. 이 작품이 좋은 이유 하나는 기존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권선징악>의 공식을 깼다는 거다. 이 영화의 반전 포인트는 애꾸눈 족제비가 암컷이었고 족제비가 청둥오리를 공격한 것은 자기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위한 거였다는거다. 알고보면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는 거. 암탉도, 족제비도, 둘 다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닭장안에 갇혀 살던 암탉이 마당으로 나온다는 것은 세상의 온갖 편견, 차별과 맞서싸운다는게 아닐까. 오랜만에 어른이 봐도 좋을, 수준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난 기분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온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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