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무조건 보고 싶었던 영화를 이제야 보았다.
이 영화는 <하녀>의 심화 버전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래도 원작을 리메이크했던 <하녀>보다는
좀 더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같은 평민과는 동떨어진
별천지 세계를 보는듯한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이 흥미로웠다.
절제된 대사와 깔끔한 영상으로
영화는 내내 재벌들의 위선과 가식의 모습 이면의
음탕하고 추악한 행위들을 드라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었다.
웬일인지 영화를 보면서 나는 자꾸만 삼*이 연상됐다.
아마도 예전에 읽었던 '삼*을 생각한다'의 영향인가?
그들이라면 저러고 살겠지 하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4명의 주인공들이 실린 포스터를 보면
영화의 내용을 압축해 주는 듯해서 흥미롭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인 윤여정에게 기대어있는 백윤식은
윤여정과의 결혼을 통해 돈의 맛을 본 자이고,
윤여정의 뒤편에 서있는 김강우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돈의 맛을 보고 싶어하는 자이며
이 삼각구도를 무너뜨리는 김효진은
돈의 맛따윈 관심없어 보이는 초월자적 존재로 비친다.
그러나, 붉은 천은 이들의 숨겨진 욕망을 나타내듯 4명 모두를 관통하고 있고
김강우는 그 육체적 욕망의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돈'이란 건 뭘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돈의 단맛을 보고 싶기도 하면서 돈의 쓴맛을 보고 싶지않은 그런 마음.
백윤식은 돈의 맛을 보고는 그것이 '모욕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미 돈의 맛을 본 자로서
그는 물질적 욕망이 아닌 정신적 욕망(사랑)을 찾아 떠나려 했을 것이다.
윤여정은 채워지지 않은 정신적 빈곤을
육체적 욕망으로 채우려 하지만 더 큰 허망함만이...
윤여정의 강인하면서도 쿨한 캐릭터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영화의 대동맥이 되어 주었다.
더불어 김효진의 캐릭터도 꽤 맘에 들었다.
돈의 맛을 보려는 자와 돈의 맛을 본 자 사이에서
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시니컬한 인물이었다.
그러면서도 내면에 숨겨진 욕망이 끓고 있는 여자랄까.
그래서인지 영화속 김효진은 과도한 노출을 한 것도 아닌데
엄청 섹시하게 느껴졌다.
김강우는 돈의 맛과는 상관없이 그저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바를 수행하지만
윤여정과의 하룻밤을 통해 돈의 맛과 권력의 맛에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별 수없는 인간으로 변하지만
에바의 죽음을 계기로 '돈'에 환멸을 느끼고
예전의 자기로 돌아가는 인물로 나온다.
그는 영화의 소동맥같은 존재로 돈의 맛과 육체적 욕망 등
가장 많은 유혹을 받는 캐릭터로 등장,
갈등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 이 역할을 균형감있게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어쨌든,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에바를 통해
돈으로 뭐든 해결하려는 재벌의 거대한 권력에
새삼 섬뜩함을 느끼게 되며 '돈의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 따윈
싹 달아나는듯 하다.
또, 적어도 모든 걸 가졌으나
어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 같은 그들을 보면서
저렇게 불행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
" 돈? 원없이 썼지. 근데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 "
" 저 사람들(시위하는 실업자들)에게 아파트 한 채씩 사주고,
자기가 중산층이라는 착각 속에 살게 해 주었어야 했는데..."
" 걔(성상납으로 자살한 연예인)는 그게 죽기보다도 더 싫었다는 거 아니냐... "
" 니들은 평생 머리를 조아리고 살아! "
재벌3세 온주완이 김강우 격투에서 이긴 후.
" 200조 상속에 몇천억 세금 그거 남는 장사 아닌가? "
" 미국에서는 그러면 감옥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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