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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병원에서: 아버지의 간병

by monozuki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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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간병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되었습니까.

 

홀로 병실에 누워

코에 호스를 끼고 오줌주머니를 달고

눈만 껌뻑이며 천장을 바라볼 적에

살아도 아주 살아있는 게 아니라는

그런 눈빛이네요.

날마다 간병인의 돌봄을 받으며

하염없이 멍하니 누워있네요.

숨은 붙어있어도 살아있는건 아니라심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네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누워있습니까.

 


 

당신이 잠든 밤,

홀로 간이침대에 누워

쪽잠을 자려 누웠을 때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지지부진함의 연속.

날마다 병수발을 하며

종종 죽음을 생각합니다.

 

​나는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고

당신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겠지요.

 

나는 희망을 내려놓고 죽음을 떠올리고

당신은 희망을 기대하며 삶을 생각하겠지요.

 

 

 

 

 

 

 

 


아버지의 간병
아버지의 간병

 

난생처음 아버지와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벽녘에 잠을 설치며 동태를 살폈다.

병원밥을 함께 먹으며

혼밥의 서글픔을 덜어드리고

 

병원복도를 같이 걸으며

같이 보조를 맞춰서 걷고

 

따뜻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드리고

얼굴을 씻기고 머리도 감겨드렸다.

 

납작한 뒤통수.

아버지의 두상이 이렇게 생겼구나.

나도 아버지를 닮아 뒷머리가 납작하구나.

 

까슬까슬한 수염.

손끝에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촉감.

 

​물이 뜨겁지는 않을까.

귀에 물이 들어가지는 않을까.

누군가의 얼굴을 씻겨준 건

처음에 가까웠다.

 

익숙하지 않은,

어설픈 손놀림으로

세안과 샴푸를 마쳤다.

 

얼굴에 로션을 발라 톡톡 두드려드렸다.

숱이 적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으로 찬찬히 빗겨드렸다.

 

아버지는 됐다고 하셨지만

빗겨주는 대로

가만히 계셨다.

 

아주 짧은 순간,

나는 엄마가 되고

아버지는 아이가 됐다.

 

피검사와 수혈로

양팔에 바늘을 꽂고 있는 아버지의 팔뚝

탄력은 없지만 연세에 비해 부드러운 피부였다.

 

" 아버지, 피부가 부드럽네요."

 

" 난 피부는 좋아. "

 

몇 십 년 만의 스킨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