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전야
- 태풍님이 오시려면
아직 세 밤을 더 자야 하는데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2대 8, 5대 5, 1대 9 가르마로
내 머리를 히딱, 헤딱 뒤집어댄다.
오늘의 헤어컨셉은 산발머리
- 밤바람이 왼쪽뺨을 때려갈긴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엔 오른뺨을 후려갈긴다.
태풍이 지나가고
- 바람(wish)은 바람(typhoon)을 몰고 왔지만
또 다른 바람(hot air)을 몰아냈다.
미지근한 밤바람은
하룻밤새 가을바람으로 둔갑해 있었다.
뜨거운 갑옷을 입고 있던
여름밤이 태풍의 거친 손길에
철갑이 벗겨지고
차가운 속살을 드러냈다.
- 태풍에
메마른 매미 시체들이 바닥에 뒹굴고
모기는 일제히 입이 돌아가면서
세상은
가을풀벌레 천지가 되었다.
비껴간 태풍
당신은 무슨 일로 그냥 갑니까.
기나긴 폭염에 지쳐 주저앉아
시원한 빗줄기를 기다렸을 적에
와도 아주 눌러있지는 않겠노라하심은
그냥 가버리거나 그냥 지나칠수도 있다는
그런 예고였겠지요.
날마다 비가 오기를,
태풍이 와주기를
하염없이 바랬습니다.
이제 와서 너무 미안하다 하심은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런지요.
당신은 오다만, 비껴간,
그냥 간 태풍일 뿐입니다.
오다 만 태풍
그다지 기다리던 그대가 왔네요.
차마 기다렸다는 말은 못하고
그저 꾸준히 생각하기만 했네요.
내내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이리 조용히 가시는군요.

천둥번개
사이키조명처럼 번쩍이는 하늘.
눈을 감아도 망막에 새겨지는 광명.
요란하고 근엄하게 방귀뀌는 하늘.
귀를 닫아도 달팽이관에 전해지는 울림.
번개가 예고편을 때리고
천둥이 본편에 들어가는
자연합작 레인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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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zuki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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