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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비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드는 생각들

by monozuki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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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면 위내시경 검사

 

건강검진센터

 

수면부족으로 졸다가 내 이름이 호명되자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나 튀어나가는데
그 반동의 힘도 크고 미끄러운 슬리퍼를 신은 탓에
속도조절이 안돼 눈앞에 있는 화분에 부딪힐 위기를 

모면하고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미 가속도가 붙어서 내시경 준비실로 들어갔지만
원하는 위치로가 아니라 다른 상담받는 이들 쪽으로 

몸이 쏠려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아마도 내가 자동차였다면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고자
갑자기 핸들을 틀어 몸체가 기우뚱 기울고 

피한 방향에 또다른 장애물이 나타나
부딪힐 위기에 놓인 자동차 같았을 것이다.
나를 부른 직원은 벙진 표정으로 나를 본다.

 

 

 

 

 

 

비수면 위내시경이 주는 교훈

 

생짜로 하는 위내시경
입안을 얼얼하니 마비시켜버리는 스프레이
개구기를 물고 헛구역질 몇번에 눈물 콧물 다 뺀다.
가빠진 호흡과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정신 차리기 힘들다.
처음보다 편해졌지만 심호흡에 집중하지않으면 괴롭다.
내 몸안에 호수가 들어갔다는 걸 인식하면 힘들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다.
우리가 흔히 힘쓴다고 하지만 만사는 힘 빼는데 힘써야 한다.
힘 빼는 게 힘을 잘 쓰는 것.

비수면 위내시경 검사 담당자의 고충

 

- 그녀만큼 초면에 눈물, 콧물, 

침 흘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사람이 있을까?
자기 앞에서 대놓고 왕트림하고

헛구역질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 검사 담당자는 앵무새처럼
매일같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똑같은 멘트를 되풀이한다.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꿔주세요~"


-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웁니까.
베드 위에 왼쪽으로 모로 누워서
개구기를 입에 물고서 호수가 쑥쑥 들어갈 때에
아파도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노라던
그런 얘기를 믿었겠지요.
호수가 들어갈때마다 구역질이 나고 트림이 터져서
하염없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겠지요.
속이 불편해도 아주 금방 끝날 거라 하심은
애써 괴로움을 잊게 만들려는 위로의 말인지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눈물, 콧물, 침 흘리며 운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