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를 봤다.
보고 나니 이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가졌던 내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
징그럽게만 생각되어 왠지 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무지한 편견이었나를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
암튼, 역시나 탄탄한 원작덕인지
일단 스토리적으로 좋았고
소설을 읽어 보지 않은 나이지만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잘 이끌어낸 듯하다.
다만 영화 초반에 70대 노인으로 나오는
박해일에게 몰입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끼>에서 보여준
정재영의 디테일한 노인역이 최고봉이란 생각이 들었고
왜 동년배의 노년배우를 쓰지 않고
박해일을 캐스팅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
영화를 보았는데 나중에는 이해가 되었다.
은교를 알게 되면서 갖게 되는
'젊음'에 대한 그리움, 로망, 욕망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은교(김고은)와 이적요(박해일) 간의 감정선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지우(김무열)와 이적요(박해일) 간의 관계를
충분히 납득있게 그리지 못해 살짝 이해가 안 갔지만
그 또한 나중에 나오는 반전을 위해 아껴둔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지우(김무열)와 이적요(박해일),
이 두 사람만 두고 보면
말 그대로 '배은망덕'의 교훈을 뼈저리게 일깨워준다.
이적요의 후광을 입고 사는 서지우(김무열)는
이적요의 속도 모르고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이적요의 살인미수적 행동에 몹시 분노한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이적요와 서지우의 마음이
이제는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은교는 뒤늦게 이적요의 마음을
소설을 통해 알아차린다.
영화의 중반이 넘어가도록
마치 한 소녀를 두고 젊은이와 노인네의 사랑싸움 같았지만
은교가 이적요의 사랑을 알게 되면서
관객에게도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소녀와 노인의 만남이라는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랑의 본질을 그리기엔 무리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잃어도
묵묵히 지키고 싶은 사랑이 있었음을...
그래서 은교와 적요의 마지막 엔딩씬에 가슴이 뭉클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잘가라, 은교야"
라고 말하는 적요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이 영화는 마지막씬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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