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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 탕웨이 & 현빈 주연

by monozuki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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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리마스터링
수인번호 2537번 애나. 7년 째 수감 중, 어머니의 부고로 3일 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 행 버스, 쫓기듯 차에 탄 훈이 차비를 빌린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그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나랑 만나서 즐겁지 않은 손님은 처음이니까, 할인해 줄게요. 오늘 하루.” 훈은 돈을 갚고 찾아가겠다며 억지로 시계를 채워주지만 애나는 무뚝뚝하게 돌아선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 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돌아가 버릴까? 발길을 돌린 터미널에서 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둘의 하루.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안내하는 훈과 함께, 애나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2537번, 지금 돌아가는 길입니다…” 이름도 몰랐던 애나와 훈. 호기심이던 훈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표정 없던 애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를 때쯤, 누군가 훈을 찾아 오고 애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는데...
평점
7.2 (2011.02.17 개봉)
감독
김태용
출연
탕웨이, 현빈, 김준성, 김서라, 박미현, 제임스 C. 번스, 마 용, 래리 왕 패리시, 존 우, 루시 양, 이창용

 

만추
출처: 영화 <만추>

 

김태용 감독이 연출하고

탕웨이가 출연한 영화 <만추>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탕웨이를 넘 좋아하고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현빈의 간지가 심상찮아
이들 앙상블이 연출해내는

21세기 만추는 과연 어떻게 리메이크되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참고로 영화 <만추> 원작은 1982년 김수용 감독의 작품으로

김혜자, 정동환이 출연한 영화다)

그렇게...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현빈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고

탕웨이는 역시! 란 표현이 터져 나오게 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작품성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변화무쌍한 날씨의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절제미가 돋보이는 여백이 많은 영화다.
그만큼 최소한의 대사와 배우들의 표정, 행동을 통해서만 감정을 전달하는데
아마도 침묵을 잘 참지못하는 관객들이라면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겠지만
나는 그 침묵이 좋았다.
영화속 침묵을 지켜본다는 것은

소설로 치자면 '행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달까?
그 침묵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나름대로 추측하고 상상해 보게 되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어주었다.
나이가 들수록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만드는 영화가 좋아지는거 같다.


영화 &lt;만추&gt;
출처: 영화 <만추>



'현빈의 재발견'이라고 할만큼 그는

이 영화에서 풍부해진 표현력과 세련된 맛이 나는 영어,
사랑을 파는 바람둥이지만 우수와 고독이 느껴지는

'훈'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특히, 자유분방함을 느끼게 해주는 헤어스타일과 우수를 느끼게 하는 얼굴표정, 
고독함을 표현해주는 코트 연출이 영화와 참 잘 어울렸다.
그가 입고 나오는 코트가 무척이나 멋스러워 보여

과연 어디서 샀을까? 혹시 맞춘 걸까?
따위의 상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그가 입고 나오는 코트는 현빈을 '훈'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올려 세운 코트깃과 보통의 코트보다 

조금 위에 달린 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것만으로도
고독의 아우라가 마구마구 퍼져 나오는 듯했다.


탕웨이
출처: 영화 <만추>



아~ 탕웨이!
그녀는 정말이지 내면연기가 뛰어난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잘 웃지도 잘 말하지도 않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표정이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듯했다.
위 컷은 7년째 수감 중인 '애나'로 나오는 그녀가 잠시 휴가를 나와
잊고 있었던 자신의 '여성성'을 화장을 통해 다시 찾은 모습이다.
짙은 빨간 립스틱이 이다지도 잘 어울리다니...
입술 하나 발랐을 뿐인데 아름다움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탕웨이현빈
출처: 영화 <만추>



시애틀은 미국의 '런던'처럼 비가 많고 우중충한 곳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시애틀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들이 타고 돌아다니는 수륙양용 관광버스도 한번 타보고 싶고 말이다.

어쨌거나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만추'의 느낌과 참 잘 맞는 곳 같다.
누군가를 만나기에도
누군가와 헤어지기에도
가장 좋을 도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 2컷은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중 하나인데
마치 영화 속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이 참신하다.
훈과 애나가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는 장면이기도 해서 인상적이었다.

 

영화 &lt;만추&gt;
출처: 영화 <만추>



또, 이 영화는 '손목시계'라는 소품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데
'시계'의 물질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의미성을 갖게 되면서 
어느새 훈의 '마음'으로 대변되는 소도구로 표현되고 있다.
'시계'를 선물한다는 건 어쩌면 나의 시간을

상대에게 선물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평소 시계를 좋아하는지라 나도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나의 시계를 건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만든 한 장면이다.

 

영화 &lt;만추&gt;
출처: 영화 <만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애나도

그가 자신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아무렇지 않지 않음을 보여주듯

그제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애잔하게 와닿았다.  


영화 &lt;만추&gt;
출처: 영화 <만추>



포스터에도 나와있듯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이들의 키스신은
조용하지만 너무나 격정적이어서
그들의 감정을 너무나도 절절히 담아내고 있었다.
잘 만들어진 키스씬 하나는

멋진 명대사보다 많은 걸 얘기해 준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지금껏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키스신이 아닐까 싶다.

영화 &lt;만추&gt;
출처: 영화 <만추>



출감한 애나는 그날의 약속처럼

다시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모르는데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올 수 없다는 것을.

오지 않을걸 뻔히 알면서도 

그가 제발 나타나기를 바라는 복잡한 심정으로
마지막 장면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가까스로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연 애나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랬기에.
그래서였을까?
오랜만이라며 혼잣말로 인사하는 그녀의 대사가
공허한 듯 슬프게 들렸다.

두고두고 여러번 봐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를 그런 영화 같다.
좋은 영화를 만난다는 건

좋은 책 한 권을 읽은 거 같은 뿌듯한 충만감을 가져다준다.

 

오는 6월초에 김태용 감독의

신작 영화 <원더랜드>가 개봉예정이란다.

탕웨이를 비롯 박보검, 수지가 출연한다고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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