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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브 저 [도서리뷰]

by monozuki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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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적의 화장법

저자: 아멜리 노통브

출판사: 문학세계사(2004)

 

적의 화장법

 

도서리뷰

오래간만에 유럽계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독특한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반전이 나온다는 얘기가 더욱 구미를 당겨 읽게 되었다.

시종일관 대화체로 이어지는 구성도 독특하다 싶었다.

비행기 지연으로 꼼짝없이 한 남자의 지루한 수다를

받아주어야했던 주인공은 처음엔 그를 상당히 거부한다.

하지만 점차 거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되고

텍셀의 뜻밖의 고백에 주인공만큼 독자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그가 살인자라는 것, 심지어 사랑하는 여자를 강간하고 죽인다는...

그것도 사랑하기에 죽였다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전개된다.

그쯤 되니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가 연상되었다.

자기 방식대로 그냥 밀어붙이는...

책을 읽어나갈수록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고

여기서 첫 번째 반전이 등장한다.

제롬이 살인자에 의해 죽은 아내의 남편이라는 거!

지루한 대화가 오가더니 정신 번쩍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텍셀은 그 후 제롬에게 복수해 달라 집요하게 요구하나

제롬은 거절한다.

그런 실랑이 끝에 결정적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텍셀은 바로 제롬이라는 얘기다.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제목에서 얘기하는 '적'이란 

자기에 다름 아닌 사실이란 거!

결국 제롬은 그 '적'이 자기가 아님을 보이기 위해

실제로 죽음에 도전한다.

교묘하게 화장법을 구사해 작가는 우리를,

그리고 제롬을 보기 좋게 속였다!

아멜리 노통브의 놀라운 발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은 단순한 문학작품이라기보다

철학적인 냄새가 많이 나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잖아 있다.

죄의식, 자기 파괴욕구 등...

이 책에 담긴 철학적 의미까지 이해하려면

재차 읽어볼 시간이 필요할듯하나

일단 '반전'의 재미가 있고

'지옥은 타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히 얻은 게 있는 작품이다.

 

인상깊은 구절

내가 적의 존재를 믿는 것은
밤낮 할 것 없이 내 삶의 길목마다
그것과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적이란 내부로부터 파괴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지 파괴해 버리지요.
그는 각각의 현실 속에 내재하는
조락의 기운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는 고통받을 훌륭한 이유가 당신한테 있다는 사실을
백일하에 폭로합니다.
그는 당신 자신을 스스로 혐오하게 만듭니다.

 

아마 적이란 자신의 내부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감정이입을 경험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거요.
주로 어린 시절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 그거죠.

 

타인으로 하여금 머리가 아닌
가슴속의 분노로 행동하게 만들려면
신경을 바짝 건드려야만 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