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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후기 _ 노벨문학상 수상

by monozuki 202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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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채식주의자>의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을 받는 소설가가 나오다니...

K문학의 위엄이 느껴진다.

나 역시도 예전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었다.

다시금 그때 후기를 꺼내보며

책 읽을 당시의 감흥을 되새겨보려 한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후기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폭염의 기세도 하룻밤 비에 그 기세가 꺾여
성큼 다가온 가을분위기가 완연하던 금요일,
나들이도 좋지만 책 읽기에 딱 좋은 날이라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게 되었다.

작가 한강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게 된다는 호기심반,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반으로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시켜주기에 어쨌거나 설렌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중에서


몰입감 좋은 책

일단 이 책은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면서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이 몰입감은 아마도 탁월한 심리묘사와
영상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섬세한 묘사력 덕분이지 않나 싶다.
이런 묘사가 가능한 것은
한승원 작가의 피를 물려받은 

타고난 재능일 수도 있겠지만
한강 작가의 풍부한 감성과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뭐랄까...

한강의 문장은 장인의 정신으로
한 땀 한땀 정성스레 만들어낸 거 같은
'공들임'이 느껴져서
독자의 입장에서도 천천히, 찬찬히,
한 문장 한문장 음미하듯 읽어 내려가게끔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 맨부커상을 받은 

번역본이 궁금해졌는데
한국어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한강작가의 이 표현력을
과연 영문판이 얼마만큼 잘 담고 있을까가 

무척 궁금해졌다.
(영문판을 읽지 않아서, 

아니 읽지 못해서ㅠ 넘 아쉽지만...
왠지 작가 못지않게 

이 책의 번역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소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인...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 책의 구성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총 3편의 중편소설로 이뤄져 있는데
각 작품마다 각기 다른 주인공과 

다른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확연히 독립되어 있지만 

그러면서도 세 작품 모두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 연작소설 형태로,
그냥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유기적으로 잘 이어져있다.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이 기-승-결도 분명해서


- <채식주의자>에선 1인칭 시점으로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상황을 리얼하게 그려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케 하고 

몰입도를 높여주었다면


- <몽고반점>에선 형부의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자칫 외설로 느껴질 수 있는 '관능'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어필함으로써
관능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보였다.
게다가 충격적인 반전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클라이맥스가 펼쳐진다.


- 승에서 깜짝 반전이 전개되어 

독자에게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면
<나무불꽃>에선 기승에서 

제삼자의 위치에 있었던 영혜의 언니 시점에서
그간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일단락되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내가 생각하는 소설 <채식주의자>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지 않았나 싶다.
<채식주의자>에선 

수동적(억압적) '삶'을 거부하는, 

삶의 열정을 잃은 사람
<몽고반점>에선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게 되는 사람
<나무불꽃>에선 '삶'에 지쳐있는 사람

특히,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혜의 언니가 가장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는데
그도 그럴 것이 채식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영혜.
예술을 한다며 가정에 소홀한 남편.
그 속에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자기 자신의 삶 또는 감정을 외면하고 

무시하며 살아왔던 언니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삶의 고단함,
그리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아들 지우와 영혜를 생각하면
그녀가 안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책장을 덮는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해
마음이 착잡했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

왜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작품 속 영혜의 남편 못지않게
독자인 나 역시도 왜 그녀가 채식을 하게 되었나

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품었었는데
육식이 아닌 채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러니까 식습관의 변화는
기실은 삶(에 대한 자세)의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라는
내 나름의 추측을 해본다.
'꿈'을 통해 발현되는 그녀의 공포, 두려움, 

억압된 감정, 상처등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노브라를 택하며 해방감을 만끽하고
자유로운 나를 되찾는 자아 찾기를
'채식'에 비유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해봤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

 

왜 형부와 처제라는 설정이었나?


소설 <채식주의자>는

정서적으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형부와 처제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설정이 나온다.
나 역시 책을 읽어가는 동안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작가가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짐작컨대...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ㅋ
관능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본능과 이성의 줄다리기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금지된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본능과 이성의 끈을 좀 더 팽팽하게 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은 아닐까???
(아니면 말고...ㅋㅋㅋㅋ
아니 문학의 완성은 결국 독자의 상상력몫 아닌가?)

​​
독서의 계절 가을의 초입에서 만난
이 책은 다소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책제목이 마치 독자에게 화두를 던져주듯
소설 속 주인공이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하는
​이 의문을 수수께끼 풀어가듯 접근해서 읽어가면 

더욱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다.​
아무튼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간접체험해 보는 신선한 자극과 

문장력(표현력)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충만감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쯤 되니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도
시간 내어 읽어봐야 할 거 같다.

 

 

한강 작가의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 한강 소설 줄거리 & 후기: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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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fy1009.tistory.com

 

 

 
채식주의자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1부《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저자가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
한강
출판
창비
출판일
2007.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