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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이기호 작가의 단편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by monozuki 202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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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1999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버니≫로 등단한 이기호 작가의 단편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후 2년 만에 묶어낸 두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허구헌날 집단 린치를 당하는 십대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수인≫에서 작가는 새로운 시대의 소설가 상을 날렵한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나쁜 소설-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는 최면에 걸린 청자가 변태 취급을 받아가며 여관방에서 콜걸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내용으로, 작가는 ‘소설가란 누구이며,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자기 성찰과 반성적인 질문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
이기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2.07.31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3일 연속 다른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을 읽고 있다.
김중혁, 성석제에 이어 이기호의 소설도 

280페이지를 육박하는 내용으로
쪽수로 따지면 세 작품 다 비슷하건만 이 책은 두텁다.
그래서 흥미로운 제목과 달리, 

아무리 단편이라지만 언제 다 읽나? 했는데
독서에도 속도가 붙어서일까? 

아니면 이기호의 작품이 재밌어서일까?
반나절 족히 걸려 다 읽어치웠다. 


이기호는 나랑 동년배의 작가다.
그래서 더 유심히 읽게 되었는데, 역시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오늘부로 추가 등록하게 되었다. ^-^
일단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가였다.
그리고, 성석제, 박민규와는 다른,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재치가 있었다.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선지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리게 했다. 

물론 현실과 픽션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기술이 

소설가로서의 역량이겠지만...
여튼, 재미있게! 기분좋게! 잘 읽었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


나쁜 소설

나쁜 소설의 정석을 소설로 풀어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최면을 통해 소설을 읽어주는데 

앞부분은 루즈하게 최면을 거는 장면이 길게 진행되어
마치 읽는 나조차도 최면에 걸린듯 

졸리고 느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졸음에서 깬 건 

여관방에서 만나게된 가요언니의 출현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이야기가 흥미를 끌기 시작하더니 

에로틱(?!)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 책의 첫 단편이라 이 소설의 얼굴과도 같은데 

앞부분이 늘어져서 이 책을 계속 읽어야마나
하는 갈등을 한방에 날려주는 힘있는 마무리였다.
나쁜 소설이 얼마나 나쁜지 

주인공이 몸소(ㅋ) 실천해주는 소설이었달까? ^^ㅋ

 

 열람실 칸막이 좌석 곳곳에 숨어있던 시선들이 일제히 당신에게로 모아집니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수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이 소설속에서

가장 인상깊고 재밌게 읽은 단편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빨려 들어가듯이 읽어나간 작품이다.
우연찮게 지하벙커에 갇혀서 

흙맛을 본 주인공이 부모의 동반부음 이후,
본격적으로 흙을 먹고사는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세입자의 눈먼 외손녀에게 

자신의 흙을 요리해주면서
그녀와 친해져서 같이 도망가서 

지하에서 흙을 먹고 살게된다는 엉뚱한 전개가 펼쳐진다.
하지만, 작가가 정말 흙맛을 본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설득력 있는 묘사 덕분에
우리는 진지하게 이 작품을 받아들이게 된다.
순전히 상상력으로 시작해 만들어졌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에서 다시금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눈먼 명희에 대한 

안타까움도 녹아져있고, 

당시 시대상황도 잘 반영하여
종국에는 웃기지만 슬픈 반전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어 

작가의 필력에 놀랐다.

 

운동장 흙에선 지나치게 땀냄새가 많이 나고, 놀이터 흙은 자칫 잘못하다간 동전을 씹을 수도 있지요.
과수원 흙은 그라목손-농약입니다-때문에 자살기도자로 응급실에 실려갈수도 있고... 

 

 

늘 관절염과 당뇨의 완벽한 투톱공격으로 인해 혼자 힘으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외할머니...

 


원주통신

 

이 단편도 재밌게 읽었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사실인지 구분이 안되는 

자전적 이야기의 흡인력때문에 재밌었던 거 같다.
무늬만 이웃사촌이던 박경리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단상적으로 풀어놓는데
압권은 룸살롱을 운영하는 동창으로부터 

박경리선생에게 룸살롱 土地에 대한 

상호명 승인서를 받아오라는 설정이었다. 

게다가 그곳 종업원들의 이름이 길상, 서희까지 있다는...
설정만으로 폭소를 자아내는 얘기였다.

 

 나는 독학으로...담배를 배웠다.

 

 거의 일년넘게 방바닥과 혼연일체, 이심전심의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 다시 내 앞으로 두세 걸음 다가와 구십도로, 그러니까 보통 기역자가 아닌 고딕 기역자 모양으로
허리를 꺾으며 소리쳤다.

 

 

 

 

 

 

 


당신이 잠든 밤에

 

이기호 작가의 특징 중 하나는

마지막에 탁!

한번 쳐주는 맛이 있다는거다.
이 작품이 그랬다. 

그게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흥미있었다.
진만과 시봉, 두사람은 자해공갈단을 감행하기 위해 

무면허 고딩 자동차에 들이받을 계획을 세우지만 

그들 뜻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이 두사람의 시각과 자해연습을 하던 중 알게 된 

중년부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데 그게 재밌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남의 행동이 전혀 다르게 보일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길가에서 만난 누군가의 플라스틱 쇼핑백의 쪽파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음을 알게된다. ㅋ

 

순찰차는 엔진소리마저 은밀했다.

 

 

국기게양대 로망스

국기게양대의 국기를 팔아먹고사는 주인공은 

국기게양대위에서 다른 두 명의 남자를 만나
담소(?)를 나누는 좀은 독특한 설정의 이야기다.
반국가적 아이러니를 담은 이야기일까?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든 작품이다.


 수인

공상미래소설이라고 해야 되나?
원자력폭발로 인해 나라가 망해 

모든 국민들이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간다는 설정아래
소설가인 수영이 희망지원국인 프랑스로 가기 위해선 

소설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교보문고로 들어가 

자신의 소설책이 팔렸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멘트로 꽁꽁 덮인 교보문고를 곡괭이질을 통해 

뚫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무명소설가의, 소설가의 심정이 잘 이해되는 단편이었달까?
소설은 그냥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발명품

이라는 얘기에 참 공감이 갔다.
또, 교보문고의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문구를 의미 깊게 살린 단편이다.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이야기로 먹고사는 작가의 원천은 아마 할머니였나 보다.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가족얘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닥 재밌지는 않은 단편이었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표제와 같은 단편이다.
뭐지? 했더니 버나드쇼의 묘비에 적힌 글귀란다.
이 책은 작가의 맞는 체질의 학창 시절의 삶을 대변하는

가장 함축적인 말이 아닌가 싶었다.
이 소설에는 자전적 얘기가 여러 편의 단편을 통해 나오지만 

가장 호소력이 강한 작품이었던 거 같다.
내게는 이렇게 맞고 다니는 우연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작가는 참 많이 맞고 자랐다.
그런 그의 정신적 내상을 치유하는 길은 글쓰기였고,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작가가 된 거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당구장에서의 우습고도 슬픈 반전은 

기분 좋게 책장을 덮게 만드는 유쾌함을 가져다주었다.

 

 한큐 한큐에 일주일치 용돈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 친구들 한큐 한큐에 깜짝깜짝 놀라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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