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박민규가
2010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아침의 문이란 삶을 시작하는 생명의 문과
삶을 마감하는 죽음의 문을 의미했다.
이 아이러니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주는 작품인데
작가는 현 세태에 맞게
이 두 가지를 교묘하게 잘 구성하였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작품이었다.
이어, 작가 자선대표작으로 내세운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는
인생막장의 중년 남자의 고뇌를
잘 묘사한 작품으로,
딜도를 통한 성애묘사를
박민규식 문학적 상상력으로
탁월하게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예전에 감성마을 갔을 때
박민규가 엄청 야한 작품을 구상 중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마 이 작품을 말한 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박민규의 작품을 읽고 느낀건,
박민규라는 작가가
이외수 작가의 촌철살인과도 다르고,
성석제의 위트와도 다르고,
이기호의 재치와는 또다른 개성을 가진 문체,
문학세계를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박민규의 작품은 재밌다!
책 속으로
◈ 이곳을 나가려는 자와 그곳을 나오려는 자는 그렇게 서로를 대면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왜?라는 물음을 가슴속에 울리며 그는 여전히 의자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보았다. 스르르, 끝끝내 문을 열고 나오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쏟아지듯, 혹은 엎질러지듯 나오는 팔과 다리... 아주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여자아이란 사실마저 알 수 있었고,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엎질러지는 거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바닥의 콘크리트보다도 무뚝뚝한 인간이지만,
적어도 콘크리트보다는 따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 간만의 방문인데 시건방진 새끼들이 선배를 보고도 본 척 만 척이었다. 장담컨대 갑근세고지서가 날아와도 나보다는 열 배, 환영받을 거란 생각이다.
◈ 어느 놈은 예능 늦둥이가 되어 세상을 휩쓴다는데, 어느 놈은 비극 늦둥이가 되어 이 지랄을 떨고 있다.
◈ 덥다. 손수건이 물수건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다.
◈ 오늘 같은 날 땡볕에 세워둔 차의 운전석에 올라앉는 기분이다. 시동은 안 걸리고, 양복은 모직인데 에어컨은 고장 난 그런 기분이지.
◈ 엄마 같은 여자랑 결혼하려면 차라리 강원도에 들어가 곰을 데리고 사는 편이 나을게다. 곰은 입장료라도 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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