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아기공룡 둘리
저자: 김수정
출판사: 도서출판 예원(1986)
요리보고 조리봐도
1986년에 나왔던 만화를 거의 10년이 지난 이제야 나는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 편지지에 둘리 그림이 유행처럼 쓰이면서 막연히 깜찍한 맛에 사서 쓰기도 했는데 정작 만화를 볼 생각은 못했었다. 무심했던 과거를 돌이켜보게 했다.
자칫 제목에서 어린이들이나 보는 책 같지만 사실 토크 수준이 높아 내게도 적절하고 김수정 작가의 상상력과 재치는 가히 코미디언급이었다. 또, 만화를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할 만큼 일상적인 느낌과 현실감이 느껴지게 만들었고 작가의 잡학다식함에도 감탄을 자아냈다. 고길동, 희동이, 또치, 도우너, 둘리 등 '악동'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딱 들어맞는 출연진(?)이었다. 사실 이 만화가 지금 읽어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유머를 만들어낸 데에는 작가가 3년간의 고심 끝에 탄생시킨
히트캐릭터 덕분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종일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풋풋한 웃음은 마음을 한없이 풍요롭고 순수하게 만드는 것 같다. 특히, 전 10권 중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내 현재 독서속도를 감안하면 스케일도 세계적으로 넓혀서 탐험, 모험도 하는 그야말로 어드벤처 만화로 발전하고 있으니 무궁무진한 작가의 소재발굴에 감탄하게 된다.
소설가 같은 만화가가 이현세라면 김수정 작가는 정말 만화가다운 만화가다. 만화가 만화이게끔 만드는 중심추랄까?
어쨌든 둘리의 탄생은 한국만화계의 새 지평을 여는 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단지 더욱더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언제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김수정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를 계속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보련다.
책 속의 재미있는 표현들
입술은 너무 두껍고...
식성 좋게 생겼는데 뭘...?
머리칼은 바글거리고...
오토매틱파마라고 그러지 그랬어?
눈은 작고...
먼지 안 들어가서 좋고...
알카포네가 공금횡령만 하지 않았어도 여러분이 이렇게 빈티 나지 않을 텐데...
마이콜의 음정, 박자, 반주를 무시한 격조 높은 음악을 듣고 싶다.
동짓날 팥죽 끓듯 울다가 웃다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붉으락푸르락 조석으로 변덕 무쌍했잖아?
희로애락에 대한 표현에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보통 즐거운 일이나 좋은 일에 웃기 마련인데 아저씨는 남못되는 꼴을 봐야 괜히 좋아서 힛힛거리거든요.
하지 않으면 공무집행방해 및 공공건물 무단침입 및 공정거래 문란혐의로 경찰을 부르겠다.
도대체 아저씨는 이상해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특수인격체예요.
혈액형도 몰라요? 아저씨 몸속에 맥맥히 흐르고 있는 인정머리 없는 피요!
좀 인기 / 약간 인기 / 그런대로 인기 / 어쩔 수 없이 인기
분하겠지만 참아. 인간은 잡초처럼 커야 강하대.
난 잡초가 아냐. 난초지.
그래도 받으셔요. 끝끝내 사업 다망(공사다망) 하시고 가내 두루 편안하심을 원망(앙망) 하나이다. 근하신년!
아, 쑥떡같이 얘기하면 찰떡같이 좀 알아들어요.
뻑하면 밥 굶기죠. 쩍 하면 쫓아내죠. 짝하면 할퀴죠. 짹 하면 꼬집죠.
세상에 둘도 없는 제 남편입니다. 꼭 좀 찾아주세요.
남편이 둘이면 큰일 나죠.
왜 그래 왜? 못 먹을 걸 먹었어?
아더더 에데데 베베...
듣기 싫어. 갑자기 벙어리가 됐어?
하고 한날 아저씨한테 맞고만 살아왔더니 드디어 「펀치트렁크」가 왔나 봐요.
※펀치트렁크: 권투선수들의 일종의 직업병으로, 뇌를 집중적으로 맞았을 때 말년에 나타나는 증상.
기억력 상실, 언어장애, 정서장애, 손발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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