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 소설은 전쟁에서 포탄을 맞아 몸이 두 개로 쪼개진 메다르도 자작의 이야기다. 한쪽은 극단적으로 잔인하고 악한 성격이 되어 마을을 괴롭히고,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선량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담을 준다. 결국 두 반쪽은 결투를 벌이고, 다시 하나로 합쳐지면서 온전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내용.
후기
고전소설인 이 책은 처음에 <반쪼가리 자작>이란 제목을 듣고 엥?? 싶었다. 무슨 의미인지 단박에 와닿지 않았기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는 <자작>의 의미를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읽기전에는 자작나무의 자작? 인가 싶었지만 자기 조각? 스스로가 만들어낸 반쪽?, 신분을 나타내는 자작! 등으로 다양하게 떠올려보게 된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딱 드는 생각은
'어른을 위한 동화'같다였다.
다분히 동화적인 내용이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달까.
누구나가 마음속에 선함과 악함을
어느 정도 갖고 있지않을까.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악한 반쪽보다 착한 반쪽이 더 나빠."
책속 대중들은 악한 자작을 무섭고 두려워한다. 그런 반면 착한 자작을 처음엔 반기지만 그의 착한 선행을 마냥 반기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는 그를 불편해하고 꺼리면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절대악도 나쁘지만 절대선은 더 나쁘다는 얘기 아닐까. 누군가의 선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의가 아닐수도 있다는 얘기같다. 결국 선행이란 건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쓸줄알아야만 대중도 환영하는 것이리라.
메다르도 자작의 유모였던 세바스티아나의 얘길 들어보면 좋은 뜻으로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작품속 등장인물중에 <트렐로니>라는 마을의사가 나온다. 그는 도깨비불을 찾아다니거나 문둥병 환자들을 기피하는 등 사람을 살리는데엔 관심이 없다. 그런 그가 선한 자작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사람이 바뀌게된다. 그의 캐릭터는 '깨닫는 사람'인듯하다. 사람이 바뀌려면 어떤 과정 또는 계기가 있어야함을 알려주는 캐릭터로 보여진다.
기계장인 피에트로 키오도는 사형대와 고문대같이 해로운 기계는 잘 만들지만 사람들을 이롭게 만드는 기계를 만들기를 어려워한다. 그는 자신의 영혼에 사악함이 있어서 그런건가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악함은 힘이 센걸까? 찬찬히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을 살리는게 쉬울까 어떤 사람을 죽이는게 쉬울까? 아무래도 죽이는게 쉬울듯 하다. 쉬운걸 선택하는 사람은 악한걸 하기 더 쉬워진다는 의미일뿐 원래 사악한 사람은 없으리라.
인상깊은 구절
" 온전한 것들은 모두 이렇게 반쪽을 내 버릴수 있지...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해. 그리고 내게 는 모든 것들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막연하고 어리석어 보여.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건 껍질에 지나지 않았어. 우연히 네가 반쪽이 된다면 난 너를 축하하겠다. 얘야,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
☞ 이 대목을 읽고 난 온전한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메다르도 자작은 처음과 끝이 결국 온전해지지만 끝에 온전해진 자작은 이미 모든 상처를 겪어본 뒤에 다시 온전해진다. 처음에 온전해진 자작은 아직 상처받지않은 상태라 완벽하게 인간이라 말하기 어려운건 아닐까. 불완전한 반쪽이 되고서야 삶의 가치나 깨달음을 얻을수 있다는 얘기같은데 이왕이면 반쪽을 잃기전에 이런 깨달음을 얻으면 더욱 좋겠지.
자작이 탄식하듯 말했다. " 파멜라, 다른 이야기는 할 필요 없어, 두 존재가 세상에서 만나면 언제든지 한 사람은 부서져 버리게 마련이다. 나와 함께 가자. 나는 악이 어떤 것인지 아니까 너는 다른 어떤 사람과 있을 때보다도 안전할 거야. 난 사람들이 저지르는 나쁜 짓은 모두 다 할 수 있거든.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난 내 권력 덕분에 안전하지."
☞ 우리들 마음속엔 선과 악이 있지만 둘이 함께 공존할수는 없다. 인간은 무조건 착하기만 해도, 혹은 무조건 악하기만 해도 온전할 수 없으리라.
사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악하면서도 선한 온전한 인간으로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늘도 우리 마음속에선 하루에도 여러번 선과 악이 서로 자리다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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