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개봉하기에 앞서
친구의 추천도 있고해서
박상영 작가의 원작소설로
먼저 읽었다.
후기
- 일단 이 책은 너무 잘 읽힌다.
340 페이지라는 분량이 무색하게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 박상영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지만
유머코드가 너무나도 취저이다.
유쾌하고 재치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뭐랄까...
주인공 남자가 하는 말들이
합리적인 개소리?!
같다고 해야 되나.
- 영화 포스터만 보면
둘의 로맨스를
그린 내용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연애를 다룬다는 거.
주인공은 김고은과
노상현 배우인데
이와 별개로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가상캐스팅 놀이를 해봤다.
주인공 영 - 살 빠진 안재홍
재희 - 영화 <파일럿>의 이주명
또는 젊을 때의 전도연
운동권 출신의 남친 - 샤프한 유지태나 엄태구
규호 - 홍사빈
뭐...상상은 자유니깐
내 맘대로 내 멋대로.
- 제목이 대도시의 사랑법인것은
사랑많은 여자로 사는 것도 힘들고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도
되게 힘들다.
대도시에 이런저런 사랑이 있으나 쉽지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건 아닐까.
줄거리
- 재희
- 우럭 한점 우주의 맛
- 대도시의 사랑법
- 늦은 우기의 바캉스
소설 < 대도시의 사랑법>은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졌다.
재희
주인공인 영(게이)과 재희(자유분방녀)가
찐사친으로 발전해 가는 우정을 그렸다.
☞ 이 단편은 무거운 얘기인데
무겁지않게 풀고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영과 재희가
성별과 성향이 다르지 않았다면
이건 찐으로 '트루러브'인데 말이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암투병 중인 엄마를 간병하는 와중에
운동권 출신의 띠동갑인
그와의 만남과 이별을 그렸다.
☞ 알코올 중독인 그의 엄마,
암에 걸린 나의 엄마,
둘 다 힘겨운 상황속에서
서로의 휴식이 되어준 것은 아닌지.
그런 한편, 영은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에 대한
사과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엄마를 이해해보려하지만...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않는.
<재희> 에피소드가 경쾌 발랄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진중한 편이다.
사랑은 물론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대도시의 사랑법
낮에는 간호학원을 다니고
밤에는 바텐더일을 하는
규호와의 사랑을 그렸다.
☞ 가장 연애다운 연애를
그렸달까.
동성애 코드를 빼고보면
보편적인 사랑이야기.
영의 마음의 소리를 표현한
부분들이 많아 이게 재미포인트였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규호와의 이별 이후,
만남앱으로 알게 된
하비비와의 태국 여행에서
영은 규호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 태국여행은 규호와의 추억을 소환하고
내 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재미있는 문장
- 자꾸만 고약해지는 마음이 웃겨서 혼자 가만히 누워있다 방귀를 뀌듯 피식피식 웃는 일이 잦았다.
-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내 연애사의 외장하드 재희.
-... 40년 차 기독교인답지 않은 샤머니즘적 발언으로 다채롭게도 사람을 미치게 했다.
- 남자가 생각보다 너무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실례일 정도로 놀라버렸다.
- ㅡ 또 막 놀고 그랬던 건 아니에요.
ㅡ 많이 노시지는 않았구나.
- 재미없음에도 등급이 있다면 오늘의 술자리는 월드클래스
인상적인 문구
-...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중에서]
☞ 지금의 내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사무치게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주인공인 나와 그가 그러했으리라.
-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중에서]
☞ 그를 잡으려 했으나 결국 이별하게 된 내가 느끼는 사랑이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을 것이다. 사랑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있잖아.
단 한 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내 마음을 짓밟은 것에 대해서. 나를 이런 형태로 낳아놓고, 이런 방식으로 길러놓고, 그런 나를 밀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에, 무지의 세계에 놔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제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달고 있지만, 알지만, 나는 엄마를, 당신을,
ㅡ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중에서]
☞ 아들을 내 품 안에 가두려 했던 엄마의 지나친 욕심이 아들에게는 깊은 상처만을 남기고 마는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더 쉽게 상처 주고 더 깊게 상처받는다. 가족 간의 화해나 사과가 필요한 건 비단 작품 속 나뿐일까. 제대로 된 사과를 원하지만 또 그렇게 사과는 유야무야 되고 내 안의 원망과 미움은 해소되지 않은 채 세월만이 무정하게, 그렇게 흘러가는 걸까.
-... 규호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카일리가 있음에도 그때 왜 선뜻 나와 사귀기로 했냐고.
ㅡ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으니까.
그래서나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아서 계속 입안에 물을 머금듯이 되뇌었다.
ㅡ 그러거나 말거나.
[대도시의 사랑법 중에서]
☞ 힘들어하는 연인사이에서 이런 멘트 던지면 심쿵포인트 제대로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신경한 듯 무심한듯해도 은근히 멋진 말 같다.
- 밤이 끝나는 시점과 해가 뜨는 시점은 이어져있으니까. 지금 이렇게 설레는 감정이 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완벽히 끝날 때가 되어간다는 의미겠지.
[대도시의 사랑법 중에서]
☞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인 거겠지.
여담
- 박상영 작가의 사인
박상영 작가의
또다른 소설인
<1차원이 되고싶어>에서
그의 친필 사인을 보게됐다.
그의 글씨체는
어쩐지 그와 몹시 닮아있다.
가볍고 동글동글하고
진지하지는 않은데 개성있는!
- 책 속의 오타
이 책의 두 번째 페이지에
오타(노란색 밑줄)가 눈에 띈다.
19금적 성향의 이 책과
너무나도 잘 맞는 오타라
빵 터졌다. ㅋㅋㅋ
(출판사 관계자님~
쇄를 거듭해서 찍어내더라도
이 부분은 그냥 살려두시는 걸로~ plz)
-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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