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1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3회 와장창~ 우다다는 자신의 몸판이 벽에 부딪혀 제 몸의 A캡이, R캡이, S캡이... 산산이 분해되어 공중에 흩어지는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얼마 전 조민아가 누군가에게 메신저로 #정연 #부장 #알랑방구 #재계약 #그렇고 그런 사이 #불륜 이라는 단어를 두드리며 신나게 뒷담화했던 일이. 타닥탁은 조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엄정연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정연은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그녀는 부서진 우다다의 잔해들을 하나씩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손에 든 키캡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조민아는 생각했을 것이다. enter를 누르면 생각 있는 말이든 생각 없는 말이든 쉽게 보낼 수가 있다. delete를 누르면 내뱉을 말이든 내뱉은 말이든 바로 지울 수가 있다. ctrl,.. 2024. 11. 23.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2회 와장창~ 우다다의 몸이 벽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그 충격으로 온몸의 키캡들이 분리되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것은 엄정연의 짓이었다. - 왜 그랬어!!! 타닥탁은 엄정연이 조민아를 향해 몹시 떨리지만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봤다. 이 일이 터지기 3일 전의 일이다. 타닥탁은 엄정연이 회사동료인 ㄱ과 메신저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고 자신의 몸 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손길이 느껴졌다. 이날 이후로 타닥탁은 엄정연이 일하다 말고 한숨을 쉬거나 관자놀이에 검지를 갖다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했는데 그건 엄정연이 무언가에 꽂혀있다는 뜻이었다. 우다다~ 우다다~ 우다다~ 언제나 그렇듯 조민아의 파워풀 타이핑은 사무실 가득 쩌렁쩌렁한 소리를 쏟아냈고 그럴수록 엄정연의 검지가 관자놀.. 2024. 11. 22.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1회 우다다. 타닥탁. 우다다. 우다다. 타닥탁. 우다닥. 키보드 두 대가 불협화음을 이루며 사무실의 적막을 깨고 있다. 이들의 소리는 한데 섞여있으나 날카롭다가도 둔탁하고 둔탁하다가도 날카로워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 **회사 DB부 사무실 한쪽 벽면엔 계약직원 책상 2개가 놓여있고 그 위에 우다다와 타닥탁이 나란히 놓여있다. 우다다는 키캡이 낮고 엔터키가 일자형인 까만 키보드로, 사람손을 많이 타서 자판의 글씨들이 군데군데 지워져 있다. 타닥탁은 키캡이 높고 엔터키가 역ㄴ자 모양인 하얀 키보드로, 손때가 별로 안 타서 비교적 깨끗했다. 지금 우다다와 타닥탁은 주인의 손놀림에 따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자판을 두드리는 두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는다. 우다다의 주인은 20대.. 2024. 11. 21. 또! 오해영 & 로맨스는 별책부록 & 라이프|예전에 봤던 드라마들 킹덤 - 드라마 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가 되어버린 왕과 역모를 꾀한 왕세자, 왕좌를 노리는 조학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스릴러물이다. 이미 한국판 좀비물로는대박을 친 영화 과영화로 만들어진 이 있다. 아무래도 같은 시대극인 과 비교를 하게 된다. 은 그야말로 순수하게 조선시대에 나타난 좀비 퇴치로 끝이 나고 은 좀비를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자의 음모가 엿보인다. 총 6부작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아주 재미있지도 아주 재미없지도 않은 어중간한 연출로 보였다. 좀비탕을 먹은 백성들의 좀비 무한번식은 신선했지만 왕세자와 대립각을 세우는 조학주와의 팽팽한 심리전도 없고 좀비의 출현 또한 뻔하고 식상할 정도다. 물과 불을 무서워하고 밤에만 나타난다는 좀비의 틀을 깼다면 어땠을까? 6부 마지막에 보.. 2024. 11. 20. 설(추석) 명절이라 쓰고 노동명절이라 읽는다 - **역에 내려 대합실을 빠져나오면 왼편에 3층짜리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 앞에는 백열등이 환하고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즐비하고 경주법주, 백화수복이 진열돼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게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가게가 싫어서 도망칩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가게가 그리워집니다. 도로 가 다시 보니 가게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가게가 싫어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건물 앞에는 백열등이 사라지고 좁다란 도로길이 나있고 오래된 간판이 보이고 골동품처럼 허름한 가게 하나가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 내가 그다지 싫어하던 명절이여 내 어릴 적에 차마 명절을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추억에는 없는, 신나고 즐거운 날인줄 알기에 나혼자는 꾸준히 진저리치리다. 자, 그러면 내내 .. 2024. 11. 19. 박완서 작가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 후기 40세에 소설가로 등단했다는 대작가 박완서의 소설를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몇 년전 베스트셀러를 장식했던 작품이기도 한데 마침 단편이길래 부담없이 읽을수 있을거같아 출퇴근길에 읽었다.박완서 작가의 소설이다보니과연 어떤 건가하고 살짝 긴장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하지만 출퇴근길 어수선한 전철안이라선지 처음부터 나를 몰입시키지는 못했다. 은근 까다로운 내 입맛에 딱 맞는 책은 아니었던것이다.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의 문체랄까? 삶의 연륜이 느껴지긴하나 좀은 답답한듯한 전개같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섬세하고 부드러운작가의 글임에는 틀림없었다.또, 작가가 재밌게 쓰려고 했다는 얘기처럼 잔잔한 웃음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최근 들어 황석영, 박완서 등 익히 유명하지만 그간 내가 읽지 않았던.. 2024. 11. 18. 이전 1 2 3 4 5 ··· 4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