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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김연수 작가의 단편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 도서후기

by monozuki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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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작가가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9년만에 신작 소설을 냈다.

 

이 책은 2022년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됐다고도 한다.

 

단편 총 8편이 실렸는데

천천히 문장을 곱씹어가며

읽어볼만하다.

 

단편소설이라

분량은 적지만

밀도높은 내용이 담긴

작품이랄까.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기보다는

'생각하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길고 암울했던

코로나 시대를 지나온 우리들에게

희망과 삶에 대한 긍정메시지를 전해준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지구종말을 예언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기말,

동반자살을 결심한 대학생 두명이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을 접한후

의외의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기면 조금 배울수 있지만

지면 모든걸 배울수있다'

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던 단편이다.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수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원하는 걸 다 볼수있지만, 그것을 보는 눈만은 볼수가 없죠. 보이지않는 그 눈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를 결정하지요. 그러니까 다 본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눈의 한계를 보고 있는 셈이에요...책의 모든 문장은 저자의 생각이 뻗어나갈수있는 한계의 안쪽에서만 나오죠. 그래서 모든 책은 저자 자신이에요. 그러니 책속의 문장이 이 바뀌려면 저자가 달라져야만해요...그게 내 앞의 세계를 바꾸는 방법이지요. 다른 행동을 한번 해보세요. 평소 해보지 않은걸 시도해도 좋구요.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때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지금 미래를 기억해. 엄마를 불행에 빠뜨린 아버지와 그 가족들을 용서하길 바랍니다.

 

메이저리그 투수가 한 말중에 이런게 있어요. 이기면 조금 배울수 있지만 지면 모든걸 배울수 있다. 지기만 하는 인생도 나쁘지않아요. 중간에 선택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난주의 바다 앞에서

'세컨드 윈드'란 말을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됐다.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겐

참 위안이 될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말고~'가 언급되어

다시금 그 문구를 곱씹어보았다.

 

비에도 지지않고
바람에도 지지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절대로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고있는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자연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었다. 

 

세컨드 윈드
요약: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
...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있어보면 알게 될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너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혼자만 있는것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 무슨 바람이냐고 물었더니 '세컨드 윈드'라고 하더라구요.

 

 

진주의 결말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린

친딸 유진주의 이야기다.

결국, 유진주가 공동주택에 불을 지른 것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기위해

앞뒤맞지않는 일을 저질렀던거다.

 

시사프로그램의 편파적인 보도행태를 꼬집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다각적으로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범죄심리학자지만

그 역시도 과연 얼마나 사람을 이해하며

연구하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누군가를 정말 이해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화두를 던져주는 단편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선생님도 저를 이해하려고 애썼을 뿐이지 이해하진 못하셨잖아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그동안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자신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면서 그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이야기의 힘에 대한 얘길 하는거 같다.

이야기에는 세상을 바꿀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영화든 드라마든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겠지.

 

우리는 모든걸 이야기로 만들수 있으니까. 이야기 덕분에 만물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어. 하지만 난 비관주의자야.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비관주의가 도움이 돼. 비관적이지 않으면 굳이 그걸 이야기로 남길 필요가 없을테니까. 이야기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수 있다면, 인생도 바꿀수 있지 않겠어? 

 

 

엄마없는 아이들

코로나 시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명준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맞으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대학동창 혜진을 통해

대학 동아리 시절을 반추하게 된다.

명준과 혜진,

그들에게는 엄마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늘 공기처럼 함께 하는 것으로만 여겼던 엄마란 존재와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거 같다.

 

 태어날때 엄마가 필요했던 것처럼, 죽을때도 누군가 필요한것일까?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로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확일할수 없을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인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유예된다. 죽어가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할수있을뿐이다. 지금 살아있는 것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에로의 재담같은 아이러니.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수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엄마없는 첫 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이 작품은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이라도 바뀔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하는 이유이리라.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수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수있을까?

 

 

사랑의 단상 2014

역시 이번 단편도 세월호 메시지가 담겨져있다.

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

단편 끄트머리에 실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sns메시지가

가슴먹먹하게 다가온다.

 

지훈이 리나와의 지난 사랑을 떠올리고

부치지못한 편지에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전한다.

사람은 평생 삼천명의 이름을 접한다는데

과연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 모두 있을때 잘하자.

 

평생 삼천명의 이름을 접한다고 해도 그중 사랑한다고 말할수있는 사람은 언제나 단 한명뿐이라고. 그 단 한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고.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나무일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때 영원히 사랑할수있다고.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이 작품은 내게 좀 어렵게 느껴졌다.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어서 더욱 그런듯하다.

책 내용에 따르면

육체의 삶이 끝나도 정신의 삶은 좀더 지속된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8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정신의 삶은 과거로 80년, 미래로 80년을 더 살수있으니

미래를 낙관할수밖에 없다는거다.

흠...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수있다.

 

이질적인 다른 사람의 세계를 받아들여 자기것으로 만드는거지. 그게 바로 사랑의 정의야...우리가 신이 되어 모든 세계를 인식할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기것으로 만들어가며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나갈수는 있어. 우리의 기억은 시공간적으로 겹쳐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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