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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우다다는 자신의 몸판이 벽에 부딪혀
제 몸의 A캡이, R캡이, S캡이...
산산이 분해되어 공중에 흩어지는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얼마 전 조민아가 누군가에게 메신저로
#정연 #부장 #알랑방구 #재계약
#그렇고 그런 사이 #불륜
이라는 단어를 두드리며 신나게 뒷담화했던 일이.
타닥탁은 조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엄정연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정연은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고
그녀는 부서진 우다다의 잔해들을 하나씩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손에 든 키캡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조민아는 생각했을 것이다.
enter를 누르면 생각 있는 말이든
생각 없는 말이든 쉽게 보낼 수가 있다.
delete를 누르면 내뱉을 말이든
내뱉은 말이든 바로 지울 수가 있다.
ctrl, 그리고 z를 누르면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되돌릴 수가 있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사람의 마음은
그 어떤 키를 눌러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날 이후 조민아와 엄정연은 서로에게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들리면서도 들리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었다.
우다다. 타닥탁.
키보드의 메마르고 기계적인 소리만이
무겁고 낮게 사무실안에 깔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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