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식모, 달리말하자면 하녀를 일컫는 말인데
이 '하녀'라는 존재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요소를 담고 있는 듯하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얘기하듯
'다른 사람의 가정에 섞여 살면서,
생판 다른 눈으로 보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잊혀가는 존재인
'식모'라는 소재를 포착해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잘 풀어낸 거 같다.
한마디로 공모전에 당선될만큼
쌈박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혹시 작가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영화못지않게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
6,70년대에 존재했었던
'식모'라는 존재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키면서도
작가는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식모라는 존재를 재해석하고 있었다.
그들의 영원한 아이템인 식칼이라든가
행주 등의 소품들을 이야기와 잘 버무려
우리에게 그럴싸한 이야기로 전해준다.
작가의 취재가 엿보이는
신화에서부터 영화,
그리고 '식모'라는 시를 썼던
시인 김수영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그야말로 '식모'에 대한
모든 걸 담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보태져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하지만 말이다.
일단 소재도 좋지만
초반부터 흡인력있게 이끌어가는 필력 있는 작가였다.
그래서 제법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잘 넘어간다.
게다가 문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재미난 문장들이 다량으로 포진해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어쨌든 재미있다는 거다.
소설가의 입장에서 자기 작품을 재밌다고
얘기해 주는 것만큼 큰 찬사가 있으랴.
여튼,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물론 아쉬움도 없잖아 있다.
마지막 엔딩 부분은
제목만큼이나 수상하게 끝이 난다.
작가의 말인즉슨 너무 많이 떠들어버리면
수상한 이야기가 결국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란다.
충분히 공감도 가지만
뭔가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인상깊은 문구
'그들은 한국사의 이랑 사이에 숨어 식칼을 들고 있던 조용한 테러리스트들이다.'
☞ 작가는 초반에 식모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음... 과연 명쾌한 해석이로다.
'수상한 식모들은 어깨를 웅크리고 고개를 숙여 이글이글 타는 눈을 감춘 채 부르주아의 가정집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호랑이의 이빨만큼이나 날카로운 식칼이 쥐어져 있다.'
☞ 식모라는 존재의 드라마틱성을 보여주는 문구라 생각된다.
'피카소가 그랬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캔버스는 여성이다. 아무 여백도 채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어려운 사랑일수록 집착으로 변질되기 쉬워요.'
'인연은 어차피 전략이죠. 가치 없는 인연은 자연히 소멸되고, 가치 있는 인연은 다시 부활할 수도 있어요.'
남자 뚱보와 여자 뚱보. 우리는 수돗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한 달 동안 불린 한쌍의 테디베어였다.
오해와 기대는 엄마의 낙관적 인생관을 유지시켜 주는 기둥이었고, 그나마 주름의 발생을 늦춰주는 보톡스 주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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