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김연수의 초창기 작품인
소설 <7번 국도>를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반가웠다.
뭐랄까... 책 속 작가사진을 보면
작가의 풋풋한 신인시절이 느껴져서
절로 웃음이 난다.
풋풋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그런 느낌?!
하루 만에 다 읽어치웠는데
단편적인 구성이라 읽기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금은 읽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야기를 관통하는
세희, 재현, 나의 삼각구도가 흥미로워
계속 읽어나갔다.
이 작품은 뭐랄까...
로드무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며
각자의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소 관념적이기도 하여
내게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소설의 내용보다는 형식이 빛나보이는 작품이랄까.
이 소설엔 시, 팝송, 시나리오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새로운 소설형식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변주곡을 들려주는 소설같다고나 할까.
작가가 20대에 쓴 작품인만큼 젊음이 느껴지고
애송이 같은 푸릇함이 느껴진다.
김연수 작가의 이후 작품을 읽고서
<7번 국도>를 읽으니
어색하면서도 순진해 보이는
저자의 사진 얼굴처럼
덜 익은듯한 앳됨이 느껴진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이 담긴 소설 같다.
인상 깊은 구절
확정적인 모든 것들은 지루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라면 내기를 걸어도 좋다.
그곳에 희망이랄까, 새로운 세기랄까,
그런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충분히 내기를 걸 수 있다.
매혹적인 것들은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며
이미 온 것들은 지루하다.
우리도 이제 어른이 되고
우리가 그렇게 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어떤 것으로 바뀌어가겠지.
그러면 자신의 모습에 많이 슬프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속에서 희망을 찾는 자들이 불행한 것은
이제 과거는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는 내 푸르렀던
스무 살 그 무렵의 나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7번 국도는 아직 오지 않았던 것,
내가 바로 지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내게 매혹을 던져주는 것이었다.
오히려 포기의 힘이 나를 구원해 주었어.
포기라는 것은
자기의 밑바닥까지 그대로 보여준다는 거지.
그렇게 하고 나면 더 이상 빼앗길 게 없거든.
"어떻게 사람이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쉽게 죽을 수가 있겠어?
더군다나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맹세했는데? "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은,
그러니까 영원히 기억할 수 없는 그 사람을
별들의 무리 속으로 보내어
그 별들의 무리 안에서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지 않아도
외롭지 않게 만들려는
생각의 소산일 것이다.
어쩌면 서연은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외로운 것은
재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서연이겠지.
김연수의 다른 작품
'예전에 읽었던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진규 작가의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 후기 (0) | 2024.11.28 |
---|---|
박완서 작가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 후기 (3) | 2024.11.18 |
황석영의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후기 (1) | 2024.11.14 |
김연수, 김중혁의 대꾸 에세이 <대책없이 해피엔딩> 후기 (5) | 2024.11.10 |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래> 후기 (1) | 2024.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