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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저

by monozuki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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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출판사: 문학동네(2001)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이 책을 읽고

고향집 다녀오면서 기차 안에서 다 읽어치웠다. '자살'미수의 여자얘기지만 그다지 어둡지 않게 파울로 코엘료적인 문체로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미친다'는게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택하게 된 배경과 자살에서 삶의 의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썩 몰입이 된 느낌이 없어서인지 전체 그림이 크게 잡히지 않는다는 건 있었다. 베로니카 외 나머지 세명의 인물의 정신병원행 배경이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를 뒷받침해 주었지만 다소 설득력은 약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 역시 줄거리보다는 그 과정을 즐겨야 할 책이고 주인공의 입장에 서서 다양하게 생각을 굴려야 할 작품이었다.

 


인상적인 구절

▷미친 사람이란 자기 세계속에서 사는 사람이야.

 

▷ 다람쥐 쳇바퀴돌듯 틀에 박힌 생활을 해온 그녀가 지금 정신병원이라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공간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부끄럼없이 스스로 자신이 미친 사람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곳, 남에게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자신들이 하던 재미있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 곳.

☞ 남과 같은 생활에 얽매여 정작 자신이 하고픈걸 할 수 없었던 '부자유'를 정신병원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 그 '자유로움'을 대변해 주는 빌레트. 죽음을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죽음을 시도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남들에게 배려해야 한다는 정신을 놓지 않았던 베로니카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그런 모순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준 곳이 빌레트다.

 

▷ 미쳤다는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 음...미친다는게 이런 거군. 미친 사람들 속 멀쩡한 사람도 '미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 자연의 질서에 역행하려는 걸까?

/ ...내 안에 내가 사랑할 수도 있는 다른 베로니카가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단 걸 모르는 사람은 쉽게 자신의 목숨도 내던질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 인간은 각종 조건들이 양호할 때에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인간들은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불행해지는구먼.

☞ 점차 자살인구가 늘어나는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해 주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녀는 자신의 삶에 언제나 많은 사랑, 애정, 보호가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신의 축복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 하나가 부족했다는 사실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만 더 미쳤어야 했다.

☞ 부모의 과한 기대와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꿈은 접어둔 채 살아가야 했던 베로니카가 일상의 단조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에 이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미친다'는 의미가 조금은 알 것 같다.

 

▷ 너에게 살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 자살시도하려는 사람에게 한 번쯤 생각게 하는 말이다. 쉽게 자신을 포기해선 안된단 의미에서 마리아의 입을 빌려 베로니카에게 마스터베이션하라고 한다.

 

▷ 진정한 자아라는 게 도대체 뭐죠?

/ 사람들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죠.

 

▷ 젊음이란 그런 거야. 젊음은 몸이 얼마나 버텨낼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하지만 몸은 언제나 버텨내.

 

▷ 네가 지금 당장 죽어야 한다면,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죽어. 넌 잃을게 아무것도 없어. 미래와 과거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걸려있어서 감히 사랑에 빠져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네 경우엔 존재하는 건 오직 현재뿐이야.

 

▷ 부인은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다른' 사람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닮기를 원하죠. 그건 내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사람과 닮기를 자신에게 강요하는 게 심각한 거죠. 그건 신경증, 정신장애, 편집증을 유발해요. 자연을 왜곡하고 하느님의 법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숲에 똑같은 잎은 단하나도 창조하지 않으셨어요.

☞ 다른 사람들의 기준, 가치관에 맞춰서 살다 보면 자신을 잃기가 쉽다. 모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메시지다.

 

▷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는 비트리올-혹은 사람들이 속되게 부르는 식으로 말하면 아메르튐-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 나 역시 내 삶이라는 음악을 저토록 열광적으로 연주할 수 있길 바라는데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린 것일까?

 

▷ 삶은 저를 다른 길로 나아가도록 부추겼지만 정작 제자신은 그걸 원치 않았다는 걸 이해하는데 삼 년의 세월이 걸렸다. 

☞ 그럼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사람은 결국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야 한다는 걸까?

 

 


후기

인상 깊은 대목을 추려보니 이 책이 주는 의미들이 새삼 깊이 있게 다가온다. <베로니카~>는 소설형식을 가장한 철학책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혹은 심리학책 같은... 결국 각각의 사연들로 빌레트란 정신병원에 들어온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삶의 희망을 알고 그곳을 떠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끝을 맺고 있다.

또, 작가는 멋진 반전을 준비하고 있어 기분 좋게 책장을 덮게 만들어준다. 난 사실 그 '반전'을 살짝 눈치채서 조금 싱겁긴 했지만 극적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에 더없이 좋은 장치였다.

페스탈이란 심장발작을 느끼게 하는 약을 투여해 죽음의 자각을 느끼게 하여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즉,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는 거다. 느슨하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가끔 이런 자각이 필요하리라. 삶을 좀 더 치열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는... 무엇이 자살에 이르도록 하는가 하는 궁금증과 극복해 가는 과정 등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