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에 내려 대합실을 빠져나오면
왼편에 3층짜리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 앞에는 백열등이 환하고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즐비하고
경주법주, 백화수복이 진열돼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게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가게가 싫어서 도망칩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가게가 그리워집니다.
도로 가 다시 보니 가게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가게가 싫어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건물 앞에는 백열등이 사라지고
좁다란 도로길이 나있고
오래된 간판이 보이고
골동품처럼 허름한 가게 하나가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 내가 그다지 싫어하던 명절이여
내 어릴 적에 차마 명절을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추억에는 없는,
신나고 즐거운 날인줄 알기에
나혼자는 꾸준히 진저리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영원하소서.
- 유리창을 닦아야 했고
정종을 포장박스에 넣어야했고
정종박스를 끈으로 묶어야했고
밤샘 근무를 해야했던
어릴 적 나의 노동명절.
- 가게의 상품가격을 외워야 했고
암산을 통해 계산을 해야했고
낮밤으로 교대근무를 해야했던
노동의 기억들로 추억되는 명절.
- 부모님을 돕는 기특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 집이 장사한다는 게 부끄러웠던 사춘기
- 끝나지않을 거 같았던 명절 노동도
이젠 가게의 노쇠함과 부모님의 연로함과 함께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마트라는 대형마트의 유입과
편의점의 확장으로
동네 슈퍼는 몰락하기 시작하고
명절의 간소화와 택배의 발달,
해외여행의 증가, 가치관의 변화 등등이
'민족의 대이동' 명맥도 점차 끊기기 시작했다.
- 내가 그다지 싫어하던 명절이여
내 한평생에 차마 명절을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즐겨볼 명절인줄 알기에
나 혼자는 꾸준히 질색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명절로 있으소서.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2회 (0) | 2024.11.22 |
---|---|
[나의 단편소설] 우다다와 타닥탁 1회 (0) | 2024.11.21 |
태풍 전야 & 태풍이 지나가고 & 비껴간 태풍 (2) | 2024.11.17 |
여름 단상|폭염 & 극한 열대야 체험 (0) | 2024.11.15 |
병원에서: 아버지의 간병 (1) | 2024.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