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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신해철 9주기 추모하며] 스물아홉 신해철의 에꼴 잡지 인터뷰 기사

by monozuki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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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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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7일이면
이제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지 9년째가 된다.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이 되면

늘 그가 그립고 생각난다.
그의 9주기를 추모하며

계속해서 1990년대

신해철 관련 기사들을 올려본다.

 


 

오늘은 신해철이

29세때 잡지 <에꼴>과

인터뷰했던 기사를 소개할까한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엿볼수있어서 흥미롭다.

 

스물아홉이면 그가
당시 MBC 라디오 프로그램

<FM음악도시>의

DJ를 맡고 있을 때로
그룹 넥스트가 결성되고

4년뒤인 1996년도경이다.
<FM음악도시> 초대 시장이었던

신해철 이후로
유희열, 이소라, 성시경으로 이어졌다.

 

 

신해철
출처: 에꼴 잡지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신해철

앨범 발표 때마다 실험성 짙은 음악에다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노래말로 우리 곁을 찾는 로커 신해철. 말이 없을 듯한 인상과는 달리 FM 음악도시에서 DJ 를 보듯 쉴새없이 이야기한다. 음악하는 사람들을 깔보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대해, 일상적인 생활에 대해, 자신이 꿈꾸었던 서른 살의 자화상에 대해···.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속에 온통 자신만의 세계로 꽉 찬 듯한 이 남자의 속으로 들어가본다. 

" 음악의 바다에 나를 익사시키고 싶다 "
밀림속 사나이처럼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남자의 정글 스토리'
빗이라고는 구경도 해보지 않은 듯한 헝클어진 머리에 굽높은 신발을 신고 나타난 신해철(28세). 그는 '한국 대중 가요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또한 표절과 가장 거리가 먼 가수라는 소릴 듣는다.아마 앨범 발표 때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음악을 선보여온 탓이 아닐까.
올 봄 개봉했던 영화 '정글 스토리' 앨범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타이틀곡 '아주 가끔은' 은 압권이다. 댄스곡이지만 최근 발표된 댄스 음악과는 그 격이 다르다고나 할까. 여성 래퍼들의 랩과 그의 래핑이 어우러진 노래로 국내 댄스 음악에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앨범은 30만장이나 소리소문없이 팬들 곁을 찾아갔다. 방송 무대에 서지 않고도 그 정도라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 힘은 무엇일까? 대중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모으는 힘이 그에겐 있는 것 같다. 노래말 속에 들어있는 삶의 철학과 뚜렷한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새장 속에 갇힌 한 마리 새처럼 자기만의 생각으로 온통 꽉 차있는 듯한 그.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쓰러졌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인지 심한 설사로 이틀동안 고생했단다. 메이크업이 끝나도록 말 한마디 없었다. 잔잔한 바다처럼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남자가 바로 그다.
"성격요?. 다들 종잡을 수 없다고들 해요. 하하하." 호탕한 웃음으로 썰렁하기만 했던 분위기를 일순간 깨뜨리는 신해철. 요란한 일렉트릭 기타 선율이 이어지듯 거침없는 말들이 이어졌다. "남들이 절보고 뭐라든 별로 신경 안 써요. 20대 초반, 그 모든 것을 얼마나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음악하는 사람들을 깔보는 분위기, 천대하는 분위기가 좀 심했었죠. 사람들이 '지금 뭐해' 하고 물으면 '학생인데요', F를 '우르르' 맞건 턱걸이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든 '어, 학생이야' 이러던 사람들이 '가순데요' 라고 하면 ' 응 카수야' 뭐 이러는 분위기였으니까요. 대중음악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아티스트나 뮤지션 등 그나마 이런 식으로 부르기 시작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어요. 그땐 그게 그렇게 억울했었는데···. 

 

 

신해철
출처: 에꼴 잡지

 

요즈음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경력이 7년이 돼서 그런지 대놓고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요.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밥먹듯 숨쉬듯이 음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88년 서강대 철학과 재학시절 MBC 대학가 요제로 데뷔했다. '무한궤도' 라는 팀의 리더로 나와 '그대에게' 로 대상을 받았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언제나 그대를 사랑해 ~' 라는 그 곡. 발라드 음악이 판을 치던 당시 솔로가 아닌 그룹으로 무리지어 무대위에 올라 신들린 듯 열창하던 그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신선도 만점 그 자체였으니까.

9월이 오면 ··· 진짜 테크노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
어린시절, 번데기 장수가 꿈인 적도 있었다. 번데기 장수가 뽑기까지 겸하던 그 시절, 별모양으로 떼어내다 잘못해 아이들이 눈물을 흘릴 때 한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그 엄청난(?) 권력 그리고 번데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 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늘 그렇게 대답했단다.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나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피아노 건반을 짚었고 초등학교 때는 클라리넷을 불었다. 노래 실력은 영 말이 아니었지만 빌보드 차트는 줄줄 외우던 그런 학생이었다.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바로 헤비메탈을 듣고 난 후. 보니엠, 레이프 가렛, 아바 등 달콤한 팝 음악을 듣다 딥퍼플 앨범을 샀을 때 3일 동안 밥굶고 밤새워가면서 그 음악을 들었다.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다니···. 가슴이 뼁 뚫리는 듯한 시원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단다. "저 길로 가면 안돼, 안돼 하면서 도망가다 그 정열에 결국 제가 발목 잡히고 만 거죠. 물에 꿀을 타듯 그렇게 확 풀려버린 거죠." 그 후론 플로그래시브 록, 블루스, 재즈 등 닥 치는 대로 음악을 들었다. '예스터데이' 라는 노래가 전부인 줄 알았던 비틀즈의 앨범속에는 요상스런 음악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앨범을 만들 땐 즉흥적으로 그냥 끌리는 부분에 맡긴다고. 가사 또한 쓰고 싶을 때 쓰다보니 자연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아진다고.
평소 상업적인 간섭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워지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치기 위해 음악적인 면 못지않게 평소 정신적인 면에서도 스스로 다진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페어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표절이라든가 제 자신만이 알고 있는 플레이, 이를테면 이번 앨범에는 유행 장르와 대충 맞춰가고 다음에 더 잘하지 뭐 이런 얄팍한 트릭을 하고 싶지 않아요." 9월초, 가수 윤상과 발표할 앨범이 그 좋은예다. 진짜 테크노 음악이 무엇인지 대숭들에게 보여줄 참이다. 테크노 음악이 국내에 도입될 때 댄스적인 요소가 상당히 부각되었기 때문에 '테크노 음악 = 댄스 음악' 으로 잘못 인식돼온 점이 없지 않다. 

 

 

신해철
출처: 에꼴 잡지

 

그래서 이번 앨범을 통해 테크노의 다른 면 즉, 테크노 가운데서도 댄스답지 않은 음악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다른 분위기의 리듬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팀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앨범 이름도 'NO DANCE' 다. " 댄스 장르에 저희들이 끼는 것이 아니에요. 최근 유행하는 테크노 음악들은 간신히 그 언저리에 갈 수 있는 음악이에요. 음악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테크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들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대중들은 저게 테크노 음악인가보다 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러한 생각을 작년 말 휴가나온 윤상에게 내비쳤고 두사람은 의기투합해 조인트 프로젝트 앨범을 내기로 뜻을 모은 것. 같은 나이로 서로 비슷한 시기에 가수와 세션맨으로 데뷔해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이 앨범을 공동으로 내게 된 또다른 이유도 있다. 발라드 음악을 주로 해온 윤상으로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3년 이상 록 음악을 해온 신해철 역시 이미지 변신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3개월전부터 각자 곡 작업에 들어가 현재 녹음을 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더없이 절친한 친구사이지만 녹음실을 벗어나면 사소한 일에도 의견차이를 보인다고. "저는 A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자고 하면 윤상은 B에서 마시자. 오늘은 술을 마시고 내일은 쉬자면 윤상은 오늘 쉬고 내일 작업을 하고 우기는 식이죠.

신해철이 자유스런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윤상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내가 꿈꾸었던 서른 살의 내 모습은? 이제야 인생관이 선다는 나이 서른의 신해철. ' 서른 살이 되는 날 자살할 거야 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꿈에서나 만날 줄 알았던 그 서른이 현실로 다가왔다. 애써 눈감고 외면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 

 

신해철
출처: 에꼴 잡지

 

그렇다고 해서 가수로서 얼마나 더 뜨느니 밀리언셀러 앨범을 만드느냐 등의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최소한 이런 꼴만은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 은 있단다. "20대에 가지고 있던 무모한 열정이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정리는 되겠지만 세상에 꺾이고 다듬어져 아 ~ 이렇게 사는 게 편하고 쉬운데 ···. 이런 식으로 길들여진 모습을 보이거나 남들이 볼 때 그러한 식으로 오인할 정도로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은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올초 10kg에 가까운 몸무게를 뺀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 음악에 푹 빠져 외모에는 신경을 끊고 사는 것이 멋있는 척 폼을 잡으면서 무신경하게 지내다보니 몸이 불어난 것인데 '돈벌고 마음이 편해지더니 저런다' 라는 오해를 받긴 싫었다. 특히 음악을 하는 후배들로부터 '저 형처럼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모범이고 싶단다. 요리가 특기인 그는 가장 먼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기회를 줄였다. 그랬더니 정신이 한결 맑아진 느낌이란다. 틈틈이 운동도 한다. 아파트 주위를 한 바퀴 빙돌기도 하고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스쿼시 라켓을 휘두르기도 하고. 그러나 살을 빼는데는 역시 조깅이 최고란다.
평소 '한방' 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장소에 상관없이 욕을 잘한다. 얼핏 보기에는 그의 행동은 과격하고 더없이 자유분방해보이지만 그를 알고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약속은 물론이고 자기개발 등 자신이 정해 놓은 것에는 절대적으로 까다롭다. 그것이 그를 지켜주는 주춧돌인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 "매니저 두 명이랑 한집에서 사는데 누군가 한 명이 풀어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에요. 서로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명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음악을 빚어 내는 밴드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몸에 밴듯 하다.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책을 많이 본다. 최근에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로마인의 이야기'. 만화는 항상 손에 들고 있을 정도. 이현세. 허영만, 박흥용 등을 좋아한다고. 7월부터는 일주일에 한번 일어를 배우기 시 작했다고. 일본어를 몰라 음악기기의 메뉴얼을 알지 못해 불편한 이유도 있었지만 게을러지지 않으려는 것이 더 큰 이유라고.

가수 NO, 음악가 YES, 예술가 OK OK! 
'가수' 아닌 ' 예술가' 로 인정받길 원하는 신해철. 스물 아홉의 어린 나이에 '예술가' 라는 말은 조금 거리감이 있긴 하나 '예술가' 론을 듣다보면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 대중 음악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예술가' 라고 부르는데 자격지심을 가진다면 대중들이 과연 언제 예술가로 대우해주겠어요. 창작하는 사람이면 모두 예술가 아니겠어요. 예술가란 그리 높은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닌 듯해요. 사실 대중 예술이 사회에 얼마나 큰몫을 하는데요." 늘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는 대중들에게 그는 그동안 새로운 음악을 들려줬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하루 세 갑의 담배와 위스키로 자신을 불태우기도 했다. 술, 담배, 보라색, 밤, 비, 안개, 적막, 친구 ··. 그가 좋아하는 단어다. 그는 밤낮을 거꾸로 생활한다. FM 음악도시가 끝나는 새벽 두시 이후에도 다른 일을 하다 일찍 자는 날은 새벽 5시에, 늦으면 낮 12시다. 이때가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다. 그러니 자연 하루의 시작은 저녁시간. 앨범 제작을 앞두고 요즈음에는 이틀씩 잠을 자지 않다 몰아서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단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거실 한복판의 거북이에게 인사한 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만든다. 시간이 있으면 일곱, 여덟가지의 반찬을 만들어낼 만큼 솜씨가 뛰어나다. 최근에는 닭도리탕에 이어 삼계탕까지 직접 만들어 먹었다나. 틈이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지겹다.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이런 여자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이런 여자와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그 여자는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자주 틀리지만요." 1남 1녀 중 막내인 신해철. 아직 결혼 계획은 없다. 독신주의자도 아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어떻게 아이를 하나 낳아 잘 길러 볼 수 없을까 라는 망상에 젖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문득 스물 아홉 가을 남자의 외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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