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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신해철

[마왕 신해철을 기리며...] 1995년 9월 스타채널 인터뷰

by monozuki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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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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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신해철 9주기이다.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아래 글은
1995년 9월 
잡지 <스타채널>에 게재된
신해철(그룹 넥스트)
인터뷰 기사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가서
마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룹 넥스트의 신해철,
다섯편의 가을단상

신해철
출처: 스타채널

 

1. 20만장이 팔린 새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2: The World>

 

◇ 그룹 넥스트의 <더 월드> 앨범에는
새 멤버인 베이스의 김영석,

기타에 김세황이 합류,
작곡과 편곡에 다같이 참여함.

 



◇ 이번 앨범은
기타 연주곡에서

하드록, 포크, 발라드,
테크노,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담고 있어 
전체 형식 자체가

하나의 실험과도 같았다. 


마치 고대벽화같은 것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고대벽화를 보면
사실 수백여개의 다른 그림으로

구성되어있으나
전체가 한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앨범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 것.

 

 

2. 기다렸던 조카의 위대한 탄생... 'City of Joy'를 떠올렸다.


◇ 그룹 넥스트의

3집 앨범 <더 월드>는
어렵게 태어난 조카 기성이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남녀유별'사상이 투철한 
신해철의 집안 분위기였기에
두살 터울의 누나는

'자녀 생산'이
가장 큰 임무였고
작은 체구의 누나는

초인적인 의지로
우여곡절끝에 힘들게

기성이를 낳았다. 

 

 

압구정동의 한 카페. '물 좋기로' 소문난 카페답게 차 한잔을 마시러 온 손님들조차 웬만한 연예인들 뺨치게 멋을 내고 있는 곳이었다. 오후 5시, 검은색 벤츠에서 내린 한 사나이가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검은 색 외투에 긴 머리를 뒤로 넘겨 묶고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그는 목에 화려한 목걸이 를 걸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장식이 주렁주렁 한 반지 를 끼고 있었다 . 흡사 중세의 기사를 연상케 하는 그의 모습에 다 른 손님들의 옷차림은 불현듯 평범하게 보일 지경 이었다 . 그는 바로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남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음악을 만드는 그룹 '넥스트' 의 대장 신해철 이었다 . 지난 주 일요일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그에게 새 앨범 'The Return Of N.EX.T' 의 '파트 2 - 더 월드(The World)' 와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1. 20만장이 팔린 새 앨범 '더 월드’
작년 11 월부터 나오기로 되어 있던 앨범이었다 . 그러나 중간에 이동규가 탈퇴하면서 일정에 차질 이 생기기 시작 했다 . 우여곡절 을 겪으면서 결국 베이스에 김영석, 기타에 김세황이 확정되었다 . 새 멤버들이 연주 부분을 다시 녹음하기로 했고 그러면서 작곡과 편곡에 다같이 참여했다 .
"멤버들의 참여는 제가 옛날부터 고집해 한 부분이죠 . 그런데 이동규는 작곡을 안하는 친구였고 정기송은 자기가 거부했어요 . 자신의 곡 스타일과 팀의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거죠 . 이번엔 새 멤버 김영석, 김세황이 모두 작곡에 참여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산만한 느낌이 들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월드' 라는 이 앨범의 주제면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하나의 '팀' 이라는 면에서도 그 산만함은 감수할 수밖 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새로운 형식으로 이해하셔도 좋을 겁니다. 이번 앨범은 사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다시피 '파트 1' 보다 과격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타연주곡에서 하드록, 포크, 발라 드, 테크노,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담고 있는 전체 형식 자체를 하나의 실험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마치 고대벽화 같은 거죠. 벽면을 가득 채운 고대벽화를 보면 사실 수백여 개의 다른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그러면서도 전체가 한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죠. 저희 앨범도 바로 그런 식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2. 어렵게 태어난 조카 기성이
이번 앨범을 들으면 새로 태어난 조카가 그의 의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가 드러난다. 여기에겐 물론 그가 늘 말하듯 "결혼엔 관심이 없는데 아이에겐 관심이 많다" 는 이유도 있지만 누나가 조카 기성이를 낳기까지의 많은 우여곡절이 그로 하여금 더욱 많은 사색을 하고 작품을 만들도록 한 건지도 모른다. 작품을 만들도록 한건지도 모른다.
"두 살 위인 누나와 저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각별한 사이였어요. 거기다 우리 집안이 원래 '남녀유별' 사상이 투철한 집안이라 전 항상 여자인 누나의 '보호자' 노릇을 해야 된다는 훈련 을 받았죠. 동시에 누나는 저희 집안이 어렵던 시절 어머니 역할을 하기도 했고 성격이 워낙 싹싹해서 때론 누이동생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거기다 항상 남들 하는 대로는 안하려고 기를 쓰는 저를 가장 많이 이해해 준 사람이기도 했죠. 누나는 늦게 시집을 갔는데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어요.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 집안이 '남녀 유별' 사상에 투철한 집안이라구요.

 

 

넥스트
출처: 스타채널

 

 

3. 관광지로 어울리지 않는 인도

 

◇ 신해철은 음반작업이 끝나자마자
인도로 떠났다.
원래부터 인도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인도 역사책을 꽤 보기도 했다.
우리처럼 식민화되었다는 점이 
특히 흥미를 끌었다.

 


​​
◇ 인도여행에서 그의 뇌리에
가장 선명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인도의 전통문화가

현재의 대중문화 안에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


사운드는 별볼일 없지만
거리에서 들려오는 댄스음악에마저도
'시타르'라는 전통악기를 쓰고 있고 
인도 고유의 창법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와 똑같이 식민화가 되어서
전통문화가 박해를 받았을텐데도
이렇게 전통문화가 이어져 오는구나.

 

 

넥스트
출처: 스타채널

 

4. 그룹 <넥스트>가 앞으로 할 음악

 

◇ 동양인으로 태어나 
전통문화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서양음악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은
오래전부터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 조용필 선배의 음악은 틀려요.
하다못해 트로트 형식인 '허공'을 들어도
그저 엔카를 흉내냈다고만은 볼수없는
뭔가 독특한 울림이 있다.



◇ 일본의 대중음악도
사실 따지고 보면
서양음악을 카피한거다.
그렇지만 그들은 카피(표절)가
예술적 경지에 다다라있다.
카피를 해도 일본식의 룰을 적용시키고
자기화하는거다.
우린 그런 일본음악을 카피한다.
그러나 우리의 카피에는 
아무런 혼도 없고 원칙도 없다.   

 

 

 

 

 

 

5. 홀로 사는 이야기

 

◇ 현재 60여평 규모의
신대방동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신해철.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그의 작업실은
악기와 기계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밑반찬은 어머니가 부지런히 날라다주긴 하지만
요리는 주로 직접 해서 먹는다.
웬만한 국과 찌개는 신해철 본인이
모두 요리할 정도로 솜씨가 프로급이라고. 

 

 

그러니 여자의 가장 큰 임무가 '자녀 생산' 이라고 믿는 저희 부모님의 성화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그런데 서로간에 그 에기를 직접 못하니까 모두 저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는 겁니다. 나중에는 저까지 빨리 아기가 생겨야 될 텐데···" 하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할 정도였습니다.
누나에겐 신체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의학적인 도움-촉진제-을 사용해 결국 임신을 했습니다. 촉진제를 사용해서인지 처음엔 사실 다섯 쌍둥이였답니다. 그런데 세 명은 자연도태되었어요. 두 쌍둥이 중 한명도 상태가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된 일이었죠. 누나는 몸매가 자그마해요. 의사들이 누나가 두 쌍둥이를 열달동안 배고 있기 힘들다는 예상을 할 정도였죠. 그래서 한두달 빨리 나올 거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린 모두 누나를 걱정했어요. 아버지는 새벽마다 잠을 설치며 깨어날 정도셨죠. 혹시 잘못될까 하는 걱정에서요. 그런데 누나는 초인적인 의지로 버텼어요. 그리곤 열달을 채운 겁니다. 낳고 보니 이 녀석들이 모두 3.2 kg 이더라구요. 보통 쌍둥이들은 체중이 덜 나가잖아요. 근데 이 큰 녀석들을 배고 있었으니 누나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아이를 낳고 난 뒤, 누나는 몸이 많이 약해져서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어야 했죠.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모두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국 한 녀석은 12시간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체는 의학기관에 기증했죠. 그리고 힘들게 얻은 우리 조카 기성이는 지금 너무너무 잘 크고 있어요. 이 녀석은 제가 가까이 가면 꼭 얼굴에 웃음을 띠고 저한테 아장아장 기어와서 안겨요. 얼마 전에 백일이 지났거든요. 요즘 간신히 기는 수준인데 아마 백기어가 걸렸나봐요. 꼭 뒤로 기거든요. 음 ··· 열일곱살이 되면 데뷔시키려구요." (웃음)

3. 관광지로 어울리지 않는 인도
신해철은 음반작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인도로 떠났다. 그의 말로는 "무슨 대단한 철학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쉬러..."라고는 했지만 인도는 사실 쉴 만한 곳은 못된다. "제가 원래부터 인도에 좀 관심이 있었어요. 인도 역사책을 꽤 보기도 했구요. 우리처럼 식민화되었다는 점이 특히 흥미를 끌었죠." 이번 인도여행에서 그의 뇌리에 가장 선명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인도의 전통문화가 현재의 대중문화 안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사운드는 한마디로 별 볼일 없죠. 그런데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댄스음악에마저도 '시타르' 라는 전통악기를 쓰고 있고 인도 고유의 창법의 흔적이 엿보이는 거예요. 참 부럽더군요. 우리와 똑같이 식민화가 되어서 전통문화가 박해를 받았을 텐데도(물론 일본의 문화적인 박해가 훨씬 더 심했을 수도 있지만 대신 인도는 우리보다 훨씬 식민 통치 기간이 길었거든요) 이 나라는 이렇게 전통문화가 이어져 오는데 우리는 과연 뭘 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불쑥불쑥 치밀었습니다."

4. '넥스트' 가 앞으로 할 음악
동양인으로 태어나 전통문화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서양음악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은 오래 전부터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믹 글로숍이라는 영국의 엔지니어가 우리 음악의 믹스다운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 나라 음악을 좀 들어 보더니 입에 게거품을 물고 악평을 하더라구요. 처음엔 굉장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지가 뭔데 남의 나라 음악을 이렇게 씹는 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가 결코 우리의 사운드나 믹싱기술을 욕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다운 음악'이 없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표시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의 고민은 지난 10년간 우리 나라 대중음악에 아무런 진보도 없었다는 판단 아래 더욱 심화된다. "조용필 선배의 음악은 틀려요. 하다못해 트로트 형식인 '허공' 을 들어도 그저 엔카를 흉내냈다고만은 볼 수 없는 뭔가 독특한 울림 이 있죠. 그런데 그이후로 분명 음질도 좋아지고 테크닉이 개선되었지만 그저 일본의 음악, 서양의 음악을 흉내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습니다. 일본의 대중음악도 사실 따지고 보면 서양 음악을 카피한 겁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카피(Copy : 표절) 가 예술적 경지에 다다라 있죠. 카피를 해도 일본식의 룰을 적용시키고 자기화하는 겁니다. 우린 그런 일본음악을 카피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카피에는 아무런 혼도 없고 원칙도 없죠."
그의 이러한 고민들은 어떤 음악적 방향으로 이어질까. 이미 이번 앨범에서 신해철은 국악을 랩에 삽입시키고 사물놀이와 기타를 협연시키는 등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부분적으로 그러나 강렬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이제 "아직 볼을 어디에 패스하고 그래서 어떻게 공을 넣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플레이를 하고 있는 전체적인 그라운드는 볼 수 있다" 고 한다. 이렇게 늘 앞에서 고민하는 이 전사의 가장 큰 소망이라면 함께 공을 패스하며 플레이를 할수 있는 아군들이 늘어나는 것.

5. 홀로 사는 이야기
그는 현재 신대방동에 있는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늘 문이 열려 있는 이곳은 60여평 규모로 무척 넓은편. 그러나 가장 큰 공간은 그의 작업실로 악기와 기계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 실제 거주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다. 원래는 문래동에 살고 있었는데 작업실 공간이 없어 일부러 큰 집을 구해 옮긴 것. 일을 해 는 파출부 아주머니가 있고 밑반찬은 어머니가 부지런히 날라다 주긴 하지만 요리는 주로 직접 해서 먹는다. 함께 사는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웬만한 국과 찌개는 신해철 본인이 모두 만들어 내는데 그 솜씨가 프로급이라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황당무계한 요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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