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감독, 조진웅 주연의 심리스릴러 <해빙>을 봤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차분하게 전개되지만
한때 '연쇄살인사건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던
한 신도시의 개인병원에 조진웅이 근무하는데
의문의 '토막사체'가 조진웅의 집 냉장고에서 발견되고,
심히 의뭉스러운 정육점집 아들 김대명의 접근 등이
어딘가 모르게 팽팽한 긴장감을 던져주며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만들었다.
더러 공포영화를 연상시키게 하는
심장 쫄깃한 '깜놀'구간도 있었다.
토막살인범에 대한 궁금증은
김대명의 소행(?)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조진웅의 전처와 근무 병원 간호조무사의 실종사건이 일어나면서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밝혀지나를 기대하게 되지만
반전 같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면서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고나 할까?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범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추측가능한 상태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같은 사건을 다른 관점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간다.
이 대목이 영화 <해빙>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데
내겐 오히려 이 부분이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진작에 짐작했을 범인이 밝혀지면서
약간 맥이 빠지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면 너무 싱겁다고 생각했던지
마지막에 깜짝 '반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렇지만 그 결말이 오히려 관객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영화 <해빙>은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명쾌한 결말보다는 결말에 대해
관객의 의견이 분분해지는 영화가 되길 바라면서
만든 영화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영화 <해빙>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거나
범인이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는가 하는 재미를 좇기보다는
'구성의 힘'으로 관객을 함정으로 몰아넣어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걸
목적으로 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한다면 2시간동안 기꺼이 그 함정에 빠져 즐겨주겠으나
결정적으로 범인의 '왜'라는 살인동기에 대한 대답이 빠진 것 같아
왠지 모르게 개운치 않았다.
그래서 관객을 납득시킬만한 좀 더 명확한 사건규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수면내시경'을 소재로 한 콘셉트가 좋았고
조진웅을 비롯 김대명같은 조연급 배우의 주연 등극도 반가웠고
등장씬은 적어도 한컷 한컷 관록이 느껴지는 신구의 연기,
간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이청아도 신선했다.
아무튼, 심리스릴러물로 즐기기엔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 조진웅의 다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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