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정우, 김인권이 출연하는
영화 <히말라야>를 봤다.
사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최민식의 <대호>를 볼까 하다가
영화평을 보니 <히말라야> 쪽의 평이 더 괜찮았고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의 또다른 변신 모습이 궁금해져서
이 영활 선택했다.
영화 <히말라야>는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인 엄홍길 대장이
후배 산악인 박무택 대원의 조난사고후 시신수습을 위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을 감행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이야기가
전부 사실같이 와닿으며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실화 영화라는 걸 알고 봐서 그런지
좀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두고 보더라도
초중반엔 엄홍길 대장과 후배 박무택 대원의 우정을 그렸고
중후반엔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거두기 위한
휴먼원정대의 활약상을 그렸다는
단순구조의 스토리이기 때문에
관객입장에선 뻔한 내용의 영화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이야기가 예측가능하게 흘러가서
드라마틱한 재미는 확실히 없었던 거 같다.
아마도 이석훈 감독은 영화의 재미를 좇기보다는
주인공의 내면세계에 좀더 초점을 맞춰서
산쟁이로 수십년을 살아온 주인공 엄홍길(황정민)의 애환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 산악인과의 끈끈한 우정 얘기를
진하게 풀어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영화 후반에 보여준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
박무택 대원의 유가족들의 마음,
히말라야에 남겨진 후배를 찾기위해
체력적 한계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엄홍길(황정민)의 깊은 우정애와 행동력만큼은
가슴 찡~하니 호소력있게 와닿았다.
그런 반면, 영화를 보는 내내 또 떨칠 수 없었던 생각 하나는
왜 죽음을 무릎쓰면서까지 저들은 저토록 생고생, 개고생을 하나?
... 싶었다.
산이 가져다주는 참매력을 몰라서이기도 하겠지만
영화 속 그들은 살인적인 추위와 배고픔,
언제 눈사태가 나서 죽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걸어가면서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이 제3자인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워서 그런 생각이 든거다.
하지만, 영화 속 황정민의 대사 중
산을 타다 보면 내가 모르는 나를 알게 된다는 말에서
어쩌면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산에 오른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오르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산쟁이의 마음을 쪼금~ 아주 쪼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그치만, '산'에 미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등한시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산사나이들은
대단히 selfish하단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무튼, 에베레스트를 오른다는 건
정말 '위대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대자연의 웅장함을 잘 그렸지만
그보다도
'불가능에 도전하게끔 만드는
사람의 마음(불굴정신)이 더 위대하다'
라는 교훈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황정민
천만배우 황정민은 정말이지 변신의 귀재인 듯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등산복이 참 잘 어울리면서
산쟁이 같은 풍모를 풍겨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특히, 영화 후반 휴먼원정대의 등반씬에서는
실제인지 설정인지 모르겠지만
피곤에 찌든 듯 쉰 목소리로 연기를 해서 놀랐다.
정우
영화 <쎄시봉> 이후 오랜만에 정우를 스크린에서 만나는 거 같다.
한데 황정민의 포스가 넘 강렬해서 그런지
이번 영화에선 그의 존재감이 좀 약했던 거 같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정우는 연기변신을 했다기보다는
<응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연기면에서도 산쟁이의 느낌이 별로 안 나서
황정민과 내공의 차이가 느껴졌달까?
김인권
이번 작품에서 어쩌면 가장 극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김인권이 아닐까 싶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눈보라를 헤치고
조난당한 박무택(정우) 대원을 찾아 나서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주면서 비장미까지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김인권이란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 보여줬던 희극적인 이미지는
여기서도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선 약간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라미란
<히말라야>의 캐스팅을 보고 가장 반겼던 건
라미란의 출연이었다.
시커먼 산사나이만 나오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 산악인이라
그녀의 활약상이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조명애(라미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서 좀 실망했다.
그저 원정대의 홍일점으로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어 보였달까?
물론 여배우로서 험준한 산을 오르는 영화를 선택하고
출연했다는 자체가 대단하긴 했지만 말이다.
의리
도전정신
사서 고생
설맹 무서워
눈물 찔끔
한마디로,
<히말라야>는
재미로 보기보다는
요렇게 접근하면 좋을 영화.
내가 본 황정민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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