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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조정래의 <허수아비춤> &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소설후기

by monozuki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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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허수아비춤

 

조정래의 <허수아비춤> 후기

지난번에 읽은 조정래의

자전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 힘입어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한강>이나 <아리랑> 같은 작품을 

읽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내겐 무리다.
암튼, 이 작품,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는데 순식간에 읽혔다.
역시 대소설가답게 흡인력 있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소설판 삼성을 생각한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마 김용철의 그 책을 읽지않고 봤더라면 

그저 소설속 이야기겠거니 했겠지만
먼저 그 책을 읽고서 이 작품을 읽으니 

너무나도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마치 복습하는 기분으로 

소설을 읽어내려 간 거 같다.
특히, 비자금 조성과 불법상속을 주도하는 

강기준, 윤성훈, 박재우를 통해
출세를 지향하는 그들의 처세방식과 

심리를 통해 수컷세계를 디테일하게 잘 묘사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조정래 작가는 역시 '의식'있으신 분이고,
그 '의식'을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심어주시는 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부패를 일삼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계몽소설과도 같다고 본다.
끝으로, 작가는 소설 후반부에 

'경제민주화'를 가져오려면
우리 하나하나가 변해야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시민단체가 결성되고 

그 힘이 모여져 기업들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나 역시도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좀 달라져있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도 '경제민주화'가 올 수 있을 것인가?

작품만을 두고 얘기하자면,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우리말을 공부하고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는듯 

다양한 속담이 소개되어진다.
그래서 소설을 통해 무언가 지식을 얻는다는 

느낌이 확실히 난다.
그리고, 소설의 후반부에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경제민주화'에 대해
너무나도 열변을 털어놓아 

소설이라기보다는 칼럼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 하나, 이 작가의 소설은 

설렁설렁 읽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자 한 자 새겨 읽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대작가의 힘이겠지.


책 속으로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은 고향이 같다는 것과 함께 까마득하게 먼 사람의 관계를 단숨에 옆으로 끌어오는 불가사의한 마력을 발휘하지 않던가. 그건 이성이나 논리적 설명 같은 것을 비웃는 이상야릇한 힘이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하물며 그깟 사람쯤이야.

 

돈은 단순히 위조하기 어려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쪽지가 아니었다. 그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었고, 그 무엇이든 굴복시키는 괴력을 발휘하는 괴물이었다.

 

부모가 반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다 옛날 얘기고, 요새 세상에서는 부모가 온팔자고, 학연, 지연, 혈연이 반팔자야.

 

지식인으로서 현실의 부당함과 역사의 처절함에 대해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가슴에 품고 있지 않다면 그건 지식인일 수 없다. 더구나 작가로서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가 가슴에 담겨 있지 않다면 그는 작가일 수 없다.

 

맘이 맘대로 되는 맘이 없고, 맘이 맘대로 되면 사람맘이 아니라고 했다.

 

 

조정래 작가의 다른 작품

 

조정래 작가의 자전에세이 <황홀한 글감옥> 후기

황홀한 글감옥(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한강〉)에 얽힌 비화와 제작 노트 등도 풍부하게 만나볼 수 있다. 평생을 글감옥에 갇혀 산 작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경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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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양장본 HardCover)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 우리 근현대사를 대하소설로 그려낸 조정래 소설가의 신작『허수아비춤』. 전작들에서 한국의 근현대사, 분단과 이념의 문제, 비전향 장기수와 역사 밖으로 밀려났던 포로들의 인권 문제를 다뤄왔다면, 이번 책에서는 현대로 넘어와 가진 자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정면에서 날카롭게 파헤친다. 오늘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비리와 천민자본주의를 신랄하게 파헤치며,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조명한다
저자
조정래
출판
문학의문학
출판일
2010.10.01

 

 

 

 

 

 





세계의 끝 여자친구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후기

작년 가을에 나온 작가의 단편소설이라 반가웠다.
여기에는 작가가 황순원문학상을 받게 된 

<달로 간 코미디언>이 있어서
무척이나 내용이 궁금했었다.
이차저차 하다 보니 올해에 들어서 읽게 되었는데
새삼 느끼는 거지만 

작가의 책은 내 코드가 아니었다.
많이 대중스러워졌지만 

걔 중에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활자를 따라 읽는다고 책을 읽었다고는 할 수 없듯이
스토리는 알겠지만 작가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명확히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작가의 박학다식함,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사고가 엿보이고
또, 과거 또는 시대를 반영하는 사건들을 

교묘하게 이야기로 엮어 녹아내려서
작가의 주장을 펼쳐내는 수법이 

김연수 작가의 소설 스타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9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잘 와닿았던 건 

<내겐 휴가가 필요해>란 것으로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면서 

미스터리 수법을 이용해
시국시절 고문을 담당했던 

형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형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얘기하고자 

도서관의 모든 책들을 뒤적여보지만
자신의 잘못만이 드러나게 된다.
언제나 피해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얘기는 많지만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려진 얘기는 드물다
그런 점에서 가해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되고
어쩌면 그 누구도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저 그런 시대를 살았던 게 슬플 뿐...

<달로 간 코미디언>은 

80년대 한물간 코미디언인 안복남의 딸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고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인 작가가 점자도서관을 찾아가
시각장애인을 통해 감각적 고통에 대한 이야기, 

시력을 잃어감으로써 

하나의 세계가 붕괴되어 버린다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풀어놓고 있어서 

제목과 달리 실상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생각게 하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책 끝에는 작가만큼이나 평론가가 

어렵게 해설을 늘어놓는 대목이 있다.
소설이란 게 그냥 재밌으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말을 무색게 할 정도로
심오(?)하게 분석해놓고 있다. 

그 부분을 먼저 읽고서 이 소설을 읽을라치면

읽기 싫어질지도 모른다.



김연수 작가의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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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의 네 번째 소설집『세계의 끝 여자친구』. 여섯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소설집을 통해 '삶'을 갈망해온 작가 김연수. 이번 소설집에는 2005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쓴 아홉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밀도 높고 아름다운 문장, 우아하면서도 재치 있는 유머,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진지한 문제의식이 여전히 돋보인다. 그동안 '나'의 이야기를 찾아 자신의 안으로 향했던 작가의 시선은 이제 서서히 '우리'를 향해, '세계
저자
김연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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