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청와대 비서실 2
저자: 노재현
출판사: 중앙일보사 (1993)
서평
이 한권의 책은 전직 대통령의 지난 시절, 숨겨져있던 비화의 발굴이라기보다는 대통령직 수행중 이뤘던 일들이나 사건 그리고 집권을 위한 정권창출 등을 증언자의 말을 빌어 사실적으로 적고있다. 그리고 이 당시 태어나긴 했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내 어린 시절 일어났던 역사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마디로 나도 모르는사이 세상은 잘도 돌아갔다. 주로 박정희 대통령의 혁명전후, 대통령 일가와 대통령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경제엔 우등생이었으나 정치엔 열등생이었을지 모를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놓은 업적을 결코 무시할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그가 독재정치를 했지만 50~60년대 전쟁이후 어려웠던 우리나라를 부국강병시키기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 서독의 아우토반을 보고 추진하게된 경부고속도로는 나중에 재공사를 하더라도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인 결단력의 결과물이었음을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또, 월남파병의 숨겨진 이야기는 그간 읽고 보았던 소설 '하얀 전쟁'이나 '하늘과 땅'보다 분명 설득력있고 사실적이어서 또다른 관점으로 볼수있어서 좋았다. 책제목이 제목인만큼 박정희 대통령을 둘러싼 경호실장과 비서실장간의 갈등도 리얼하게 그리고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 시대로 와서는 그의 정치스타일과 '3허'씨의 대통령 만들기와 축출, 친인척의 활약상, 전두환의 경제교사이면서 경제의 일등공신이었던 김재익 경제기획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1212사태와 5월항쟁으로 인식이 나빴던 전두환의 정치양상을 살펴보며 그의 장단점을 두루 알수있게 되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전두환은 정권을 잡으며 너무나 많은 피를 손에 묻혔다. 이외에도 기자의 감각적이고 재치있는 필체가 책속으로 더욱 더 나를 끌어들이는 마력같은게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 2>는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치방향 등을 얘기할뿐 정계에 대한 집중적 언급이 없어서 좋았다. 경제, 사회, 외교면에 대한 지난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게된다. 또 '권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것 같았다. 모든 것이 권력쟁탈속에 벌어진 일인것을 어찌 부인하리오.
제1부 긴장의 25시 '그림자 사단' - 경호실
박정희 대통령의 신변을 경호하기위한 무리한 경호는 초법적 위세였고 육영수여사 서거후 그 경호의 강도는 훨씬 강화된다. 위풍당당한 경호실장의 권세, 그리고 10.26이후 추락하는 경호실의 권위를 보여준다. 박대통령의 작은 씀씀이가 엿보이는 내용도 있고 갖가지 경호해프닝이 소개되어 웃음짓게 만든다.
제2부 방위산업과 핵개발 집념
이 장에서는 박대통령의 야망과 강한 집념으로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과정이 그를 존경스럽게 만들었다. 재래식 무기의 국산화를 위한 번개사업으로, reverse engineering을 통한 연구와 그 시행착오끝에 '국산화'를 이루는 업적에 갈채를 보낸다. 박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연구지원에 덩달아 신바람나던 연구진들의 열정적인 연구과정을 다루며 그 당시의 뜨거웠던 연구열을 보여준다. 기술과 재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열정 하나만으로 연구에 뛰어들었던 용기와 패기가 결국 결실을 보게되어 뿌듯함마저 들었다. 국산화이바(방탄모)와 방독면의 제작과정에서 연구자 자신이 실험대상이 되어야했고 탱크제작을 위해 은퇴한 미국제작진을 몰래 섭외해서 모셔오기 등 흥미로웠다. 그런 한편 방위산업에의 전력으로 공명심에 사로잡힌 이들의 성능미달제품으로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렇듯 수류탄, 소총에서 시작한 자주국방계획은 더욱 확장되어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욕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아직은 약소민족에 불과했던 우리나라는 미국의 견제와 감시, 압력으로 핵무기개발이 좌절된다. 급기야 노태우의 '비핵화'선언은 '핵무기주도권 포기'선언으로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오명을 씻을수 없게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위협 대응용과 나아가 핵탄두운반체로서의 기능을 위한 국산미사일 개발에 착수하고 마침내 우리도 미사일을 개발 보유하게 된다. 박대통령은 이런 일련의 산업개발을 위해 해외에 나가있는 일류엘리트들을 모두 국내로 불러들여 인재의 전폭적인 활용에 들어간다. (그중 이휘소 박사의 의문사도 간과할수없다.) 핵재처리, 농축, 중수제조법같은 민감한 기술을 한국과 같은 핵후발국에 제공되지못하도록 미국은 강한 압력을 넣어 미국이 가지면 괜찮고 후발국이 가지면 위험하다는 강자의 논리를 적용시켰다. 박대통령이 핵무기개발사업에 몰두한 것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지못할 경우를 대비,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개발한다는 것인데 이에도 권력강화를 위한 방편이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나라의 핵정책은 수립되어있어야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박대통령은 '포기각서'를 쓰는 국가적 수치를 자행하고 만다. 그 대가로 '북한 도발시 선제 핵사용 가능성 '따위로 대한방위공약을 선물한다. 박정희의 집념어린 열정도 강자의 압력에 꺾이며 약자의 설움을 보여주고 미국의 야비한 면모에 다시금 자국실리주의의 비정함을 느끼게했다.
제3부 체제수호의 첨병 유정회(유신정우회)
이 장은 내게 그다지 흥미롭지못했다. 박대통령의 용인술은 유정회와 공화당이라는 여권의 두 조직을 적절히 제어했다는 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측근의 그 누구에게도 진정한 속마음을 주지않으면서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는 뜻으로, 어떤 적을 이용하여 다른 적을 제어함)로 어부지리를 얻는 재능이 있었다. 철저한 현실주의, 글자그대로 '정글의 법칙'에 누구보다도 익숙한 면이 박대통령에게는 있었다. 박정희 체제수호인 유정회는 10.26과 함께 침몰되고만다. 어용학자로 영욕을 함께한 이들-당시 한번 정계나 관계(官界)에 나오면 강단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풍습이 있었다-, 유신정권의 끼어맞추기식의 무리한 수사로 역적아닌 역적을 양산, 자기목을 죄어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제4부 영원한 퍼스트레이디 육영수
이 장에서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만남과 결혼, 육영수의 성장과정 등 개인사적 일들이 거론되며 그녀의 됨됨이를 알수있게 해주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영수 여사의 후천적 노력으로 지금까지의 덕성과 명망을 쌓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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