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박정민, 서준영 주연의 영화 <파수꾼>은 2011년에 개봉한 윤성현 감독의 작품이다. 고등학교 남학생 친구들 간의 갈등과 오해, 그로 인해 생긴 비극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다뤘다.
서준영이란 배우는 처음 알게 됐는데 내추럴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박정민에겐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풋풋한 그의 신인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무명이었던 이제훈은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제, 대종상영화제 등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고.
줄거리
기태(이제훈)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자살 이후, 기태의 친구들을 만나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 한다. 기태, 희준(박정민), 동윤(서준영)은 삼총사처럼 어울려 지냈지만 기태와 희준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급기야 동윤과의 우정도 위기를 맞게 되는데...
명대사
희준: 니가 나 친구로 생각해 본 적 한 번이라도 있냐? 없잖아. 내가 언제까지 니 앞에서 꼬리 흔들고 살 줄 알았는데. 내가 너한테 그렇게 까이고 오기로 버틴 이유가 뭔지 알어? 니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알량한 자존심. 나도 한번 부려봤다 왜. 안되냐?
동윤: 착각하지 마. 착각하지 말라고. 너한테 기분 상해서 이러는 거 아니니까 똑바로 들어. 내가 니 진정한 친구다, 이해해줄 사람 나뿐이다 지껄일 때.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는 줄 알아? 단 한번이라도, 내가 니 진정한 친구였단 생각 하지 마라. 생각만 해도 역겨우니까.
기태: ...진심이야?
동윤: 니가 더 잘알지 않냐? ...니 새끼 입버릇처럼 하던 말 있잖아. 가식적인 새끼 존나 싫어한다고. 근데 존나 웃긴게 뭔지 알아? 니가 제일 가식적이야. 왜 말은 똑바로 하면서 행동은 그따위냐.
동윤: 처음부터 잘못된 거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간단후기
♣ 약스포 ♣
- 기태, 희준, 동윤 이들 셋이 곧잘 모여서 노는 장소로 철길이 자주 나온다.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복선이 아닐까. 철로는 철도가 다니는 길이라 위험하다. 이들 관계의 위태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 동윤(서준영)은 자신의 애착공(야구공)을 희준(박정민)에게 선물한다. 알고 보니 그 공은 원래 기태(이제훈)것이었다. 우정은 그렇게 기태에서 동윤, 동윤에서 희준에게로 흘러가며 그들의 '우정(친구에 대한 애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하다.
- 영화 속에서 기태(이제훈)는 희준(박정민)을 늘 괴롭히고 갈군다. 이를 참지 못한 희준은 결국 전학을 간다. 이들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친구들 사이에도 감정적 서열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짱인 기태는 희준보다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했기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걸 아닐까. 그래서 엄마가 있는 희준이 부럽지만 부럽다는 말을 하면 자신이 약해지는 거 같았을 거다. 그는 엄마의 따뜻함, 반겨줌을 느껴보지 못한 열등감이 심했기에.
그런 까닭에 기태는 친구들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나 애정표현이 거칠게 나온다.(스킨십인지 폭력인지 헷갈리게 행동하는)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었고 친구들에게 좀 더 솔직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은 기태의 '극단적 선택'으로 쎄게 표현했지만 실제 현실이라면 '관계의 죽음'정도가 되지 않을까.
- 기태(이제훈), 희준(박정민), 동윤(서준영) 셋은 서로가 비슷한 사람이었고 서로의 결핍이 닮아있어서 셋이서 뭉쳐 다닐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었는가...아마도 각자 지키고 싶은 게 달랐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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