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록밴드 넥스트(NEXT)의 TV저널에 실린 커버스토리와 80년대와 90년대 한국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 조용필과 신해철의 인연, 신해철이 참여한 <영혼기병 라젠카> 음악 앨범에 대한 이야기들을 실어봤다.
넥스트 밴드의 활성화 부르짖는 '한국 록의 기수'
신해철은 록밴드의 활성화를 부르짖는다. 밴드가 살아야 대중가요가 산다는 믿음을 그는 갖고 있다. 넥스트는 많은 음반을 팔았지만 밴드의 운영비를 빼고 나면 실질적인 소득은 별로 없다고 한다. 가요계에 그룹이 전멸한 이유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나 넥스트는 살아남았다. 신해철은 "돈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주지" 하며 팀원들을 다독였다.
'30 x 3 + 27 = N.EX.T' 록 밴드 '넥스트'를 이끌고 있는 신해철(보컬)과 김영석(베이스). 이수용(드럼)은 서른 살 동갑내기이고, 김세황(기타)은 스물일곱이다. 10대 스타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가요계에서 넥스트는 거의 유일한 중견 그룹이다. 더구나 신중현 · 산울림의 대를 잇는 '한국 록의 기수'라는 점에서 넥스트가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TV 대신 넥스트가 던지고 있는 승부수는 앨범과 라이브 공연. 이들은 발표하는 앨범마다 (<도시인>(92) <날아라 병아리>(95) <머니>(96) 등) 연이은 히트곡으로 30만 ~ 40만 장의 음반 관매고를 올렸다. 2곡짜리 싱글 앨범 <Here I Stand For You>는 20만 장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넥스트가 최근 선보인 2장짜리 라이브 앨범 <R.U.Ready?> 역시 타워레코드 집계에서 3위에 오르면서 15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 중이라고 한다. 앨범의 연이은 성공과 함께 넥스트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은 '라이브 공연이 흥행 보증수표'라는 데 있다. 단 한 장의 홍보용 티켓도 발매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전국 순회공연은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 서울 드림랜드 야외 공연장에서 열렸던 앙코르 콘서트는 사상 최초로 8천 석 규모의 좌석이 꽉 들어찰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넥스트가 라이브 공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에 대중이 몰려드는 것일까? 넥스트만의 카리스마, 즉 관객을 끌어들이는 전 멤버들의 광기 어린 모습과 때때로 슈퍼맨을 등장시키는 등의 재기 발랄한 무대 연출이 그것이다. 이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팬들의 반응은 마치 '절대 교주를 모시는 듯한' 형상이다. 1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손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에 대해 신해철은 수많은 관중을 지켜보면서 무척이나 놀랐다고 말한다. "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약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봐요.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숨 막히는 현실에 넥스트의 음악이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록밴드 음반 전문 프로덕션 '사이렌' 설립
이러한 결과는 지난 10년 동안 '20만이 넘는 고정팬층이 존재한다'는 데서 기인한다. 88년에 데뷔한 신해철은 2장의 솔로 앨범을 통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안녕>(90) <재즈카페>(91) 등으로 10대와 20대 팬을 확보했다. 신해철은 92년 넥스트를 결성한 뒤 정기송, 이동규, 임창수 등 멤버들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95년에 꾸려진 김영석, 이수용, 김세황이 지금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신해철 혼자서 노래를 만드는 방식에서 탈피해 전 멤버들이 공동 제작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더욱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신해철은 더 이상 컴퓨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라인업이 갖춰져서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어떻게 노래하고 연주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 넥스트가 넥스트 생활에만 몰입하는 것은 아니다. 신해철은 제작자, 김영석은 프로듀서, 이수용과 김세황은 세션주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각자의 활동을 더해야 팀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신해철의 고집에서 비롯한다. " 최근 시퀀서 없이 실제 연주로만 공연을 하게 된 것도 각자의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스스로에게 연습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음악을 지휘하는 능력이 생기게 되거든요."
신해철은 '밴드의 활성화'를 부르짖는다. 록밴드가 살아야 대중가요가 산다는 믿음을 그는 갖고 있다. 넥스트는 많은 음반을 팔았지만 밴드의 운영비를 빼고 나면 실질적인 소득은 별로 없다고 한다. 가요계에 그룹이 전멸한 이유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나 넥스트는 살아남았다. 신해철은 '돈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주자' 며 팀원들을 다독였다. 요즘 그는 한수 더 떠서 록 밴드 음반만 전문 제작하는 프로덕션 '사이렌'을 만들었다. 먼 훗날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스래시 메탈 밴드인 크래시의 독집 앨범이 제작되고 있다. 늦가을께 5 ~ 6곡을 담은 EP를 발표하는 크래시의 이번 앨범은 신해철이 총감독을 맡는다. 그동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고 영어로 노래했던 크래시의 모습과는 다른 음악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밖에도 사이렌에서는 98년 상반기까지 신인 그룹 5팀의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해철은 또 올 연말 자신의 첫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발표한다. 하지만 기존의 캐럴집과는 다르게 테크노 사운드를 이용해 웅장한 전자 음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요즘은 '펑키' 공부···<R.U.Ready?>는그 전초전
나머지 넥스트 멤버들 역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석은 이지훈 · 리아 · 미스 미스터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현재로선 넥스트가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훗날에는 음악 전문 프로듀서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라고 포부를 밝힌다.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김세황은 최재훈 · 조규찬의 음반에 세션주자로 참여했고, 실력을 더 쌓은 뒤 기타 솔로 음반을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수용의 경우는 세션 주자로 많은 활동을 벌였지만 요즘은 자주 ' 잠수를 타고'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는 의미의 속어) 있다. "요즘 들어 너무 내 자신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 부산과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음악 공부를 하면서 재충전할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신해철 역시 건강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지난 8개월 동안 콘서트와 음반 작업을 강행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사람 사는 게 아니었어요. 시간이 없어 친구들을 전혀 못 만났고, 혼자 술잔을 기울일 때가 많았어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이들은 모든 일의 1순위가 넥스트 활동임을 분명히 했다. 우선 눈앞에 닥친 <영혼기병 라젠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제작하고 연말부터 전국 투어 공연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해철의 말을 빌리면, 오늘의 넥스트는 ' 내실을 기한 역사'였다.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록 음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넥스트는 요즘 펑키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음악적인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라이브 앨범에 수록한 <R.U.Ready?>가 그 전초전인 셈이다. 항간에는 ' 테크노와 록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 잘난 체하는 뮤지션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넥스트가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아티스트로서의 고집에 있다. 이들의 '광기 어린 록의 향연'은 계속된다.
사진 조남수 기자
<영혼기병 라젠카> 음악 앨범
오케스트라와 메탈 접목한 웅장한 사운드
신해철은 이미 영화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92) <정글 스토리>(96)의 음악을 맡았던 전력을 갖고 있다. 비록 영화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엄정화의 <눈동자>와 신해철의 <아주 가끔은> 이 대표적인 히트곡이었다. 이제는 넥스트가 11월 만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 투니버스에서 방송될 예정인 16부작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에 참여한다. 이번 앨범은 넥스트의 정규 앨범 성격도 지니고 있다.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넥스트의 신곡을 8곡이나 수록할 예정이다. 특히 10분 분량의 로봇 액션신을 장식할 대작을 넥스트가 선보이고, 할리우드 출신 음악감독 방응석, 광고 대행사 코래드의 오디오 팀장인 이영빈 등이 참여해 재즈 · 록 ·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투니버스 측은 <영혼기병 라젠카>에 대한 모든 것을 넥스트에 일임했다. 신해철이 영화음악을 경험했다는 점 외에도 그가 애니메이션광이라는 데서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신해철 역시 기존의 동요풍의 음악에서 탈피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천궁의 성 라퓨타>나 <에반게리온>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대중음악보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애니메이션 음악은 대중의 관심 밖에 있다. 이번 앨범에서 겨우 몇천만 원의 돈을 받았지만 수억 원을 투자해서 완성도와 상품성을 갖춘 음반을 만들어보겠다."
신해철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인 만큼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록 음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테마곡으로 홀스트의 교향시 <플래넷> 을 편곡할 예정이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메탈 연주를 접목해 웅장한 사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조용필 vs 신해철
우상 같은 형님과 가장 좋아하는 후배
80년대의 슈퍼스타 조용필과 90년대를 대표하는 록밴드인 넥스트를 이끌고 있는 신해철. 이들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8년 대학가요제 에서였다. 신해철은 '무한궤도'의 멤버로 출전한 아마추어였고, 조용필은 심사위원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 <그대에게>로 대상을 차지한 무한궤도의 공연을 관심 있게 지켜본 조용필은 행사 관계자에게 신해철과 개인적인 만남을 갖고 싶다고 전했다.
그 당시 상황을 신해철은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부터 조용필 선배는 선망의 대상이면서 '교과서와 같은 존재'였다. 그를 가까이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독특한 음악성을 인정받으면서 무한궤도는 가요계에 데뷔하지만 일을 돌봐줄 매니저가 없는 관계로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때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도 조용필이었다. 그는 대영 AV에 무한궤도를 소개시켜 주면서 데뷔앨범을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 후 조용필과 신해철은 가끔씩 전화 연락을 주고받는다거나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올해 16집 <바람의 노래>를 발표한 조용필은 각종 인터뷰에 나갔을 때 좋아하는 후배 뮤지션이 누구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신해철'을 꼽았다고 한다. 그리고 MBC 라디오 < 2시의 데이트>나 KBS TV <서세원쇼>에 출연할 때 "신해철과 함께 출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요즘도 두 사람은 집이 같은 동네(방배동)에 있어서 시간만 나면 만난다. 주로 조용필의 집에서 이들은 술잔을 기울인다. 신해철은 조용필이 차고 있던 시계를 선물로 받은 적도 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언제나 조용필 선배가 하는 얘기는 오직 한가지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에 대한 것이었다. 진정한 뮤지션의 참모습을 알 수 있었다."
신해철에게 조용필은 우상이면서 형님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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