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김남길 주연에
원신연 감독이 만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봤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소설을 읽지 않아서
원작과의 비교는 힘들겠지만
난 나름 재미있게 봤다.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라는
설정 자체가 일단 워낙 좋았고
원작이 소설인 만큼 스토리면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짜임새가 갖춰져있어서
안정감 있게 전개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한편,
이 영화는 살인자 vs 살인자,
살인자 vs 기억력과의 싸움이라는
독특한 설정이다 보니
다양하게 생각해볼수있는 상상력의 여지가 많아 보였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또는 저렇게 전개되지않을까
혼자 이런 저런 예측을 해보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마 원작소설로 읽으면 그 상상력이 더 배가되겠지.
하지만 주인공을 방해하는 몹쓸 치매 때문에
과연 진짜 누가 범인인가
좀더 혼란을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만 달리 비틀어보면
영화가 더욱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튼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살인자에게
살인본능만 남아 그것만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 보니 설정이 주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깔려있어서
영화의 템포가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지루한 느낌을 못 받았다.
그리고, 결말 부분인데...
스포라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
마무리지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영화가 다 끝났구나 싶었는데
그 엔딩신을 보고서
놀랍다기보다는... 뭐지?
싶은 당혹스러움이 컸던 거 같다.
이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
잠깐 얘기해볼까 한다.
설경구
먼저, 주인공으로 나오는 설경구의
살인자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몰입감을 주었다.
그간 설경구는 출연한 영화마다
부진을 보여 안타까웠었는데
모처럼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를 마구 발산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특수분장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늙으수레한 노인역도 잘 소화해내더라.
그냥 나이든 노인이 아니라
치매를 앓는 역할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표정, 행동들이 이질감없이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무엇보다도 안면 왼쪽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기억상실의 시그니처 표정을 보여주는데
과연 갓경구구나 싶었다.
그만큼 연구를 많이 했다는 거겠지.
또, 그의 데뷔작 <박하사탕>을 보면서
광기를 느꼈었는데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에선
가끔씩 진짜 왕년에 살인 좀 해본 형님처럼
살기등등(!)한 아우라를 풍기기도 해서
살인자 싱크로율 쩐다고 해야할까. 핫핫~ ^^;;
설경구는 오랜만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거 같다.
김남길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김남길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소리 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거 같다.
그간 그의 연기에서 별다른 감흥을 못 받았는데
이번에 보니 내공이 좀 쌓인 느낌이 들었달까. ㅋㅋㅋ
이 작품에서 그는 말하자면, 호감형 범죄자로 나오는데
범인인 듯 범인 아닌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정선을 잘 오가며 혼란을 준거 같다.
물론 좀 더 카리스마나 내적 광기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달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는
'천만요정' 오달수가 나오는데
시종일관 성냥개비 입에 물고 있는
경찰 캐릭터를 맡아서
무게감 있는 조연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
설현
여주인공 설현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비중있는 역할로 영화에 출연하는 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처음인 거 같은데
사실 처음엔 설경구의 딸로 나오기엔
너무 장성(?)한 딸이 아닌가 싶었지만
보다 보니 또 익숙해지더라.
이 작품에서 설현의 연기는
비교적 무난해서 나름 선방했달까.
다만, 설경구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맥스신의 극적 효과를 끌어올리기엔
연기내공이 부족해 보였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황석정
이 영화의 신스틸러라고 하면
설경구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나오는
황석정이라 하겠다.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영화 분위기를
밝게 해 준다.
근데 설경구에게 질퍽댈 때의 눈빛이나 표정이
너무 느끼해서 오글오글거렸다.
그래도 임팩트 있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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