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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

<장미도둑> 소설후기 _ 아사다 지로 저

by monozuki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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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도둑
장미도둑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집인 <장미도둑>은 북카페에 올린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서 혹~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일본 원서로 읽는 것이 좀 더 잘 와닿았겠지만 도서관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대출해서 책을 읽었다.

역시나 군데군데 보이는 어색한 번역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했고 책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던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수국꽃 정사>와 <죽음비용>, <히나마츠리>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수국꽃 정사

정리해고를 당하고 기분전환으로 경마를 하러 지방으로 간 기타무라는 그곳에 들른 스트립극장에서 릴리를 만나게 된다. 릴리는 늘 자신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봐주던 다른 남자와 달리 자신을 한 인간으로 봐주는 기타무라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늘 불행했기에 행복을 몰랐던 릴리는 처음으로 기타무라를 통해 행복을 느끼게 되고 어느새 그들은 함께 정사(精死)를 모의하지만 극장 주인 닷짱의 자살로 불발이 되어버린다. 상처받고 외로운 두 사람이 우연찮게 밤을 함께 하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나락

가장 기대를 하고 제일 먼저 읽었던 작품인데 사건의 결말에 대한 명쾌한 해답보다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으로 이어지는 전개가 영 개운치않은 맛이 들었다. 승강기 없는 엘리베이터로 떨어져 죽은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회사 사람들의 끝없는 추리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가타기리가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그가 그렇게 나락과 같이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었던 회사 내의 권력암투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락은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지는...


죽음비용

이 단편을 읽으면서 최근 본 영화 <돈의 맛>의 백윤식과 드라마 <추적자>의 장신영이 떠올랐다. 일드 <기묘한 이야기>에서 봄직한 설정이 신선해서 몰입해서 읽었는데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결국 삶의 마지막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싸고 값진 죽음비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흔히 안락한 죽음이라고 여겨지는 뇌출혈이나 뇌경색도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처절한 공포와 고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심장질환의 경우 숨이 끊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서 편안한 죽음이라고 여길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말하자면 승객을 태우고 달리던 차가 급정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순간의 경악과 공포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암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새삼 설명드릴 것도 없겠지요.

 

.....인간의 오감이 전부 완전한 행복감을 맛보면서 나른한 봄날의 햇살을 받듯이 천천히 생을 마감합니다. 중국의 황제에게만 허락됐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죽음입니다.

 

 

 

 

 

 


히나마츠리

(히나마츠리: 매년 3월 3일 여자 어린이의 성장과 행복을 기원하며 집안에 작은 인형제단을 장식하는 일본의 세시풍속)
이 작품은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훈훈한 작품으로 여기 실린 단편 중 가장 드라마틱하다. 아빠 없이 자란 딸과 엄마를 흠모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히나마츠리를 둘러싸고 보여주는 소소한 이야기. 이웃집 아저씨를 아빠로 삼고 싶어 하는 주인공 야요이의 마음이 귀엽고 예뻤다.

장미도둑

이번엔 한 소년의 시점에서 씌여진 단편으로, 항해를 떠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작품. 썩 집중이 되는 작품은 아녔으나 웬일인지 읽는 내내 첫사랑을 떠오르게 했다. 장미에 대해선 문외한인지라 실로 다양한 종류의 장미가 있다는 걸 이 단편을 읽고 알게 되었고 그림이라도 삽입되었다면 이해가 빨랐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왠지 장미향이 느껴지는 작품 같았다.

 

"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해도 친구의 슬픔은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한다. "

 

"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면 자신의 슬픔을 친구에게 말하지 마라. "

 


가인(佳人)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가장 짧은 단편. 외모와 경제력, 성격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완벽남에게 여자를 소개해주려는 직장상사의 큐피드짓. 그러나 그 결말은 예상가능하고도 싱거운 엔딩이라 맥 빠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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