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윤제문, 윤여정, 공효진, 진지희가 출연하고 송해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고령화 가족>을 봤다. 이미 천명관의 동명소설을 재밌게 읽었던 나로서는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원작소설을 너무 잼있게 읽었기에 오리지널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화만 두고 보더라도 재밌게 볼만한 가족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줄거리
이 작품은 어머니 윤여정 집에 빌붙어 사는 철 없는 백수 첫째 아들 윤제문, 데뷔작부터 흥행 참패한 영화감독이자 그나마 남은 돈은 월세 보증금으로 까먹은 둘째 아들 박해일, 그리고 남들은 한 번도 힘든 결혼을 세 번째 앞두고 있는 셋째 딸 공효진까지 대책 없는 삼 남매와 그들의 어머니가 한 지붕 아래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
일단 캐스팅이 다 마음에 들었는데 백수건달로 나오는 윤제문의 연기가 가장 압권이었던거 같다. 특히, 능글맞음 + 게으름을 상징하는 툭 튀어나온 뱃살은 완벽한 캐릭터의 완성을 보여줬다. 너무 넘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사고뭉치에 철딱서니 없는 오한모 캐릭터를 잘 만들어낸 것 같다.
영화감독으로 나오는 오인모 역의 박해일은 까칠하고 자존심 강하지만 은근 가족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다. 여동생 공효진을 같잖게 보지만 막상 공효진의 딸이 가출했을땐 누구보다도 그녀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영화 초반, 나이 사십먹은 윤제문과 박해일의 육탄싸움은 현실 형제의 찐다툼같아 공감이 가면서도 재밌었다. 골 때리는 이 가족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결혼만 3번한, '사랑밖에 난 몰라~'인 공효진은 성격 화끈하고 싸가지없는 막내딸로 나오는데 톡톡 쏘는 캐릭터가 넘 맘에 들었다.
공효진의 딸로 나오는 진지희는 공효진이 자기와 가장 닮은 아역이라며 직접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녀는 개념상실 여중생으로 나오는데 박해일과 윤제문에게도 밀리지 않는 포스를 보여준다. (공효진이 잘 뽑은 듯)
끝으로, 평균 연령 47세인 고령화 가족의 엄마 역할로 김혜자나 고두심보다는 윤여정이 참 잘 어울린다. 더 설득력 있다. 그녀는 강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런 특수(?)한 집안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결말: 나잇값 못하는 가족, 이름 값하는 작품
이 영화는 콩가루 집안의 막장드라마지만 단순히 코믹하게만 다루는 게 아니라 어느 집구석에나 있을법한 가족 간의 애증관계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결국 가족이란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도 제삼자가 끼어들면 뭉치게 되는 게 가족임을 알게 해 준다.
식구가 별거니?
같이 밥 먹고 자고 같이 울고 웃으면
그게 식구지.
감독이 윤여정의 대사를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전하고 있는지 모른다. 식구(食口)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다. 작품 속에서 유난히 먹방씬이 많았는데 한 지붕 아래서 한 상에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이야말로 진짜 식구 = 가족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영화 후반부엔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폭로되며 극적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가족 간에 서걱거리던 감정들이 점차 해소되면서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보니,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을 만들었던 만큼 관객의 눈물버튼을 잘 아는 분이란 생각도 들고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반증 같기도 했다. 아무튼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훈훈하게 끝나 기분좋게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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