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배두나 주연 &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 맡은 재난영화 <터널>을 봤다. 단지 하정우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볼만할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음...뭐랄까 <더 테러 라이브쇼>의 재난버전 같은, 하정우의 원톱 영화였다. 믿고 보는 배우에, 티켓파워를 지닌 하정우의 비중이 큰 작품이었다.
'터널'이라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는 설정이다보니 전반적으로 전개는 루즈하고 속도감은 없었다. 게다가 터널에 갇힌 사람이라고는 안 믿겨질만큼 하정우도 밝게(?) 행동해 영화초반엔 약간 현실감이 떨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여담이지만, 먹방신 하정우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생수도 참 맛나게 먹더이다~)
영화 <터널>은 천재지변이건 인재이건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국가의 미온적이고도 주먹구구식 대책에 대하여 김성훈 감독 나름대로 비틀고 꼬집은 작품인데 역시나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세월호를 떠오르게 했다. 그러다 보니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나 몰라라 했는데 터널에 갇힌 고작 한 사람을 위해 구조하기 위해 과연 얼마만큼 노력할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 속에서 오직 홀로 하정우를 살리기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는 구조대장 오달수의 노력은 계란에 바위 치는 기분이 들어서 보는 동안 답답하면서도 짠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한 사람의 생명이냐 다수의 이익이냐라는 선택의 기로 속에서 다수의 이익을 위해 한사람의 생명쯤은 그냥 희생되고 무시되어버리는 씁쓸한 현실을 그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라기보다는 사회고발성 요소가 강했는데 사람의 생명보다는 방송을 우선시하는 기레기와 전시행정을 중시하는 정부고위층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더 통쾌하고도 신랄하게 비판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를 맞게 된 이정수(하정우)의 아내 배두나 역시 피해자이건만 구조현장에서 사망을 하게 된 현장인부의 죽음으로 인해 되려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현실 또한 안타까웠다. 더불어 배두나의 연기 또한 살짝 아쉽게 느껴졌는데 그나마 눈물로 팅팅 부은 얼굴이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켜 줬달까.
어쨌거나 영화 <터널>을 통해 감독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영화 속 김해숙의 대사처럼 '한 사람의 생명의 무게가 지구의 무게보다 무겁다' 그러므로 소홀히 다뤄져야 할 생명은 하나도 없음을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듯 하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터널붕괴로 인해 단절되고 막막한 극한 상황 속에 놓여있는 한 인간의 '희망' & '낙관'과 '절망' & '비관'의 감정을 하정우라는 배우를 통해 감정이입해보며 과연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디까지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며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을수 있을까? 라며 간접체험해 보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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